글로벌 영토개척 나선 대웅제약 휴젤 휴온스 
권역별 허가받고 파트너선정 등 밑작업 마쳐

 한국 기업들은 어떻게 보톡스를 위협할 것인가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던 보툴리눔 톡신 제제가 국내 시장에서 바닥권을 기고 있다. '균주 논쟁'과 '간접수출 소송'에 휘말려 동력이 상실된 탓이다. 과연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 규모 6조원 브랜드, 보톡스를 따라 잡을 수 있을까? 국내기업들은 내수의 앙금을 걷어내고 글로벌 시장에서 보톡스 원조 애브비와 당당하게 품질경쟁을 할 수 있을까?

① 실효성 없는 균주논쟁, 언제까지?
② 내수 말고 수출, 보툴리눔 성장 방정식
③ 미용과 치료, 보툴리눔의 양날개
④ 똑같은 보툴리눔으로는 안된다

수출용 보툴리눔톡신 허가 현황
수출용 보툴리눔톡신 허가 현황

보툴리눔 톡신 내수 성장은 한계가 있다는 관점에서 국내 기업들은 수출용 제품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보려는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 허가를 받은 11개 품목 가운데 휴메딕스 비비톡신을 제외하고 △파마리서치바이오의 리엔톡스 △제테마의 제테마더톡신 △프로톡스의 프로톡신 △한국비엔씨의 비에녹스 △이니바이오의 이니보 △메디카코리아의 톡스나인 △한국비엠아이의 하이톡스 △대웅바이오의 에이톡신 △종근당바이오의 타임버스 △제네톡스의 보타원 등은 모두 수출용이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내수에서 뿌리내리기 어려워 해외를 선택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사실이다. 해외 시장을 노리는 것이 내수의 불투명한 유통과 저가 경쟁의 문제를 피하며 매출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보고 있다.

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규모를 보자. 미국 경제지 포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약 72억3000만달러에서 2023년 74억9000만달러(예상치)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 총 106억2000만달러로 연평균 5.1%씩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중 미국 등을 포함한 북미 지역 매출이 2022년 약 47억7000만달러로 65.9%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2020년부터 어느 정도 감소했던 매출규모가 회복세를 보이며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게 포춘의 분석이다.

미국 시장이 안정적 성장을 보이고 있다면 남미 등 신흥국 시장은 북미와 견줘 규모는 크지 않지만 국내 제약사에게 급격한 매출 점프가 가능한 시장으로 꼽힌다. 소프트웨어 플랫폼 깃눅스에 따르면 ①브라질만 해도 2022년말 기준 성형외과 전문의가 8039명으로 1인당 의사 수가 제일 많고 ②2019년 미용 시술 총 지출이 1억달러를 돌파했으며 ③성형 수술의 19% 상당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고 ④자국 내 성형외과 수술의 50% 상당이 공적자금으로 충당돼 국민의 시술 부담감이 적다.

이의 영향으로 보툴리눔 톡신 관련 매출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멕시코 역시 북미권 중 성형외과 의사 수가 6위로 높은 편이다. 가격은 브라질보다 저렴해 의료관광 비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인허가 과정에서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브라질과 견줘 허가까지 속도가 빠른 편이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수출 대상 주요국 중 하나로 발돋움했다.

아시아권 역시 태국 및 터키 등 지역에서 상승세가 크게 돋보이고 있다. 아시아 내에서도 예전부터 의료관광의 메카로 꼽히던 태국의 경우 이미 세계 의료관광 시장의 상위 20개국 안에 들어간 곳이다. 낮은 수술 가격과 더불어 관광을 곁들인 패키지형 상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과 함께 최근 몇 년간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 대비 낮은 환율과 추가비용 수수료 등의 강점으로 인해 시술을 받으려는 이들이 많이 찾아오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터키의 경우 유럽권과 아시아권 사이 경계 지역으로 여타 아시아 지역 대비 이동 거리가 짧다는 점과 서유럽권 대비 낮은 시술비, 최근 2~3년간 낮은 환율 등으로 보툴리눔 톡신의 수요가 늘어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기업은 각 지역의 성장성에 착안해 해외 시장에 공 들여왔다. 해외 진출을 위해 깃발을 든 곳은 대웅제약과 휴젤이다.

대웅제약은 나보타 진출국이 벌써 약 60개국에 이를 만큼 해외를 바라보는 곳이다. 현지 회사인 에볼루스와 파트너를 맺고 국내 기업 중에서는 현재까지 유일하게 미국 시장에 진출해 있다. 멕시코에서는 프로바이오메드, 브라질에서는 목샤8 등과 손잡고 북미와 남미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대웅제약은 여기에 더해 해외 지사법인이 위치한 8개국을 전략 거점으로 삼아 현지화에 초점을 두고 생산-마케팅-영업 간 박자를 맞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현지화 과정에서 나보타와 함께 자사가 보유한 제품의 계약을 함께 맺으며 관계를 돋우는 등의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진출국 개수에서 뒤를 잇는 휴젤 역시 시장에 매우 빨리 뛰어들었던 제품인 만큼 각국 진입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휴젤의 경우 지난 3월 기준 허가 국가가 56 개국으로 미국을 포함해 약 30개국에서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여기에 유럽 수출을 위해 콜롬비아, 대만, 페루와 브라질 등 각국 담당 기관으로부터 공장 GMP 시설 감사를 진행했으며 인도, 유럽, 미국 등의 경우 컨설턴트 업체의 컨설팅도 진행 중이다.

휴젤의 경우 미국 진출을 위해 자사가 만든 미국법인 휴젤아메리카를 통해 직접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다만 지난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생물학적제제 허가(BLA) 재신청 과정에서 실사 후 보완을 요구한 상황이다. 그러나 보완 수준이 크지 않아 미국 허가는 시간 문제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내수에 제일 먼저 제품을 내놓았던 메디톡스는 현재 약 30개국에서 제품 출시 허가를 받았다. 메디톡스 역시 메디톡신(수출명 뉴로녹스) 등을 해외 대리점, 현 지 지사, 합작회사 설립 등을 통해 현지화 전략으로 판매하고 있다.

메디톡스의 경우 미국 진출에는 가장 먼저 도전했지만 아직까지 진입하지 못했다. 2013년 당시 앨러간에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MT10109L'을 기술 수출했지만, 임상과 허가에 시간이 많이 들어가면서 2021년 9월 권리가 반환됐다. 그사이 이미 대웅제약은 시장 진출을, 휴젤은 미국 3상을 종료한 상황이 됐다.

다만 메디톡스 역시 직접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2월 미국 임상 3상을 마무리하면서 이르면 올해 중 FDA에 BLA를 신청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국내 시판허가 보툴리눔톡신 제제 매출 현황(각 기업 사업보고서, 증권가 보고서 등 참고)
국내 시판허가 보툴리눔톡신 제제 매출 현황(각 기업 사업보고서, 증권가 보고서 등 참고)

대웅제약, 휴젤, 메디톡스에 비해 진출 숫자는 적지만 후발 주자들도 수출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리즈톡스(수출명 휴톡스)를 보유한 휴온스바이오파마는 러시아를 포함해 세계 10개국에 이미 품목 허가를 완료했다. 아직 기업공개(IPO)가 진행되지 않아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국에서는 임상 3상을, 대만에서는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중국 아이메이커와 유럽 헤마토팜, 미국 아쿠아빗 등 파트너 업체를 각각 확보하고 진출을 위한 준비도 서두르고 있다.

이 밖에 수출용 허가를 받은 회사 중에서는 파마리서치바이오가 허가를 위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출시를 위해 상표권을 출원한 곳만 일본, 중국, 멕시코, 브라질, 아랍에미레이트, 스페인, 싱가포 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멕시코, 이라크, 칠레, 콜롬비아, 유럽연합(EU), 영국, 카자흐스탄, 튀르키예, 베트남, 페루 등이다. 다만 실제 상표권을 등록했다고 허가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들의 계획은 짐작만 할 수 있다.

제테마는 2020년 브라질, 2022년 중국 파트너사와 각각 라이선스 아웃을 맺은 뒤 수출을 위한 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아 임상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진출 노력의 성과는 슬슬 결실을 맺고 있다. 대웅제약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 나보타 매출이 2022년 기준 322억원선이었지만, 수출 금액은 1099억원으로 국내 매출보다 3배가 넘는 호실적을 보였다. 휴젤과 메디톡스 역시 해외 매출의 비중이 국내 매출보다 매우 높은 편이다. 결국 주요 업체의 매출 비중을 보면 국내 시장보다 해외시장이 블루오션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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