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바이오 측 2차 공판서 종근당 등이 '의사 여론조사' 진행한 사실 알려져
정부 측 "금시초문…형식 의문 제기하면서도 참고자료 채택 가능성 내비쳐"
제약사, 임상적 유용성에 더해 사회적 요구도 강조해 분위기 반전 노리나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적응증 선별급여를 두고 법정에서 기나긴 논쟁을 벌이고 있는 제약업계가 1심을 뒤집기 위한 카드로 '의사 여론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이번 조사가 임상적 유용성을 건드리면서도 급여 과정에서의 '사회적 요구도'를 강조해 분위기를 반전하기 위한 전략으로 추정된다. 다만 효과라는 문제가 정부 측의 핵심을 건드리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고등법원 제9-1행정부는 8일 대웅바이오 등 총 28개사가 보건복지부(장관)를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의 적용 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약제) 일부 개정고시 취소' 소송의 두 번째 기일을 열었다. 이번 소송은 정부가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경도인지장애 본인부담률을 80%로 높이는 선별급여안을 발표하는데 이의를 제기해 열리는 2심이다. 1심은 지난해 11월 정부의 승소로 끝난 바 있다.

이날 공판은 별다른 특이사항 없이 시작됐다. 재판부는 제약업계 측이 지난 5월 제출한 서면 자료를 확인하며 현직 대학병원 교수들이 경도인지장애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가 임상적 유용성이 있다는 내용을 담아 작성한 의견서를 증거로 채택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판에서 예상치 못한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은 따로 있었다. 같은 취지의 소송을 진행 중인 종근당 등의 회사가 진행 중인 여론조사였다.

대웅바이오 등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세종 측은 재판부가 추가로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냐는 질문에 "현재 종근당 등이 사건을 진행 중인데 이들이 의료 현장의 의사를 상대로 '임상적 유용성이 있냐'고 느끼는지 여론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알고 있어 우리(대웅바이오 측 진행 사건)에게도 가능한 것이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반응에 재판부는 여러 번에 걸쳐 제약사 측이 의사를 상대로 진행하는 것인지, 결과가 언제 나오는지, 몇 명을 대상으로 하는 지 등을 물었다. 조사를 직접 진행하는 당사자가 없다 보니 정확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이번 조사는 종근당 등이 국내 유수의 여론조사업체를 통해 관련 의료진 2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조사 결과가 정리되는 대로 종근당 측이 소송 등에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웅바이오 측도 향후 해당 조사 결과가 해당 재판부로 전해질 경우 문서를 요청해 이를 해당 소송에도 참고 자료로 제출할 수 있는지 묻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 측은 여론조사를 회의적으로 봤다. 여기에 그러한 조사가 있는지조차 몰랐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 측은 "정부의 주장은 의사의 개인적 소견이나 주장이 아닌 검증된 수준의 연구와 그 질이 담보돼야 한다. 단순한 입장만으로는 (보험급여 지급의 합당함을) 줄 수 없다"며 "여론조사를 시행한다는 것은 처음 들었다"고 반박했다.

소송을 진행하는 회사들이 여론조사라는 카드를 쓴 것은 결국 1심에서 인정받기 어려웠던 임상적 유용성이라는 내용과 함께 별도로 '의료현장에서의 필요도'를 강조하기 위한 또 하나의 전략으로 보여진다. 실제 이후 대웅바이오 측은 "의료현장에서 임상 진료지침 등에 반영되지 않으면 (급여 적용이) 어렵다고 하는데 임상 진료지침이라는 형식적인 문서에 올라야만 하는, 형식이 실제를 좌우하는 것"이라며 "1심에서도 전문가 증언과 의견서를 내 임상적 유용성을 실제로 입증하고 있다. 의사들의 의견을 배척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여론조사라는 형식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면서 향후 협조가 가능할 경우 이를 참고 자료로 보겠다는 입장을 전하는 선에서 그쳤다. 다만 협조 여부와는 별도로 '질을 담보하는 연구'가 없는 상태에서 여론조사라는 방법이 정부 측의 주장을 뒤집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예상외의 사실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오는 9월 7일 공판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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