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배진건 박사(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

술과 담배, 담배와 커피의 악순환, 더 약한 조합은?

배진건 박사
배진건 박사

술을 마실 때마다 담배를 많이 피우고, 담배를 피울 때마다 달달한 '커피믹스'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담배를 끊은 사람도 심지어 술을 마실 때 한 가치 달라 요구한다. 알코올, 담배, 커피 이 세가지는 섭취·흡수가 과도하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절제하지 못한다. 업계의 동료들과 회식 자리를 가질 때 깜짝 놀라는 사실은 암을 전공하고 항암제를 개발하는 분들도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지식을 이해하는 것으로 행동을 변화하기가 쉽지 않다.

니코틴(nicotine)은 인체에서 생성하는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순간 부족 현상이 나타난다. 니코틴에 중독되면 내성이 생기고 금단현상, 갈망을 느끼게 된다. 즉 더 많은 담배를 피워야 하고 흡연을 하지 않으면 불안감 등이 생기고 니코틴에 대한 강한 욕구가 생긴다.
 
아침에 눈을 뜬 후 흡연자들의 하루 시작의 첫 담배는 한잔의 커피와 함께 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왜 아침 첫 담배를 커피와 같이 즐기는 것일까? 담배를 피우면서 커피가 생각나는 이유는 담배의 ‘쓴맛’ 때문일까?

흥미롭게도 이런 습관의 과학적 이유를 밝힌 논문을 8월 17일 자 'Neuroscience News'는 소개하고 있다. 최근 국제학술지 《신경약리학(Neuropharmacology)》 온라인 판에 게재된 미국 플로리다대 연구진의 논문을 소개한다. "Coffee and cigarettes: Modulation of high and low sensitivity α4β2 nicotinic acetylcholine receptors by n-MP, a biomarker of coffee consumption" by Roger L. Papke et al. Neuropharmacology.

커피에 함유한 카페인(caffeine)이 보통 사람들을 기분좋게 하는 성분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흡연자들에게는 카페인에 더해 커피에 금단현상을 만족하게 다른 성분이 있는 것이 아닐까? 플로리다 의대 약리학 교수인 로저 팝케 박사(Roger L. Papke, Ph.D., 약리학)의 연구진은 커피콩을 볶아서 만든 커피액 속에 들어있는 화합물이 니코틴에 대한 갈망을 줄여준다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보고하였다.
 
팝케 교수는 흡연자들은 "밤에 술과 담배를 동시에 원하듯 아침에 커피와 담배를 동시에 원하는 이유를 밝혀내고자 했다"면서 원두보다는 볶은 콩을 가지고 음료로 제조된 커피 속에 있는 n-MP로 알려진 화합물이 니코틴 갈망을 완화시켜줄 가능성이 높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알코올이 니코틴 수용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지만 커피가 니코틴 수용체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기에 이 연구를 시작하였다고 팝케 교수는 밝혔다.
 

뇌에는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이 존재하고 각 물질마다 수용체가 존재한다. 그중에서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존재한다. 뇌에서 학습과 기억 그리고 주의 집중에 필요한 신호전달을 매개하는 물질이다. 니코틴(nicotine)은 아세틸콜린 수용체에 작용한다.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nicotinic acetylcholine receptor)는 이온 채널(ion channel)의 개방 및 폐쇄를 통해서 신경세포의 전기적 신호전달(electronic signaling)을 조절한다. 볼테지 클램프(voltage-clamp) 기술은 세포에서 단일 또는 다중 이온 채널의 생체 물리학적 특성을 조사하는데 매우 유용한 기술이다.

연구진은 사람의 뇌에 존재하는 nicotinic acetylcholine receptor (nAChR) subtypes이 Xenopus oocytes에 발현하도록 만들었다. 물론 아세틸콜린(ACh) 대조군보다 커피 추출물의 전기신호가 더 강하였다.

일반인들은 너무 검은 색깔의 볶은 콩(dark roasted green bean)에 익숙하여 그린빈(green bean)도 모르고 둘의 차이를 잘 모른다. 그린빈은 단지 볶지 않은 커피콩이다. 볶은 콩과 볶지 않은 콩(unroasted green bean)에서 물로 추출한 용액(커피)에서 저분자 화합물을 분리하였다. 콘트롤(a positive allosteric modulator, PAM)로 사용한 물질은 PNU-120596이다. PAM에 의한 α7 nAChR의 전기신호 반응은 볶지 않은 콩에서 볶은 콩보다 3배나 더 높았다.
 
커피 추출물은 α4β2 nAChR의 고감도(high sensitivity, HS)와 저감도(low sensitivity, LS) 수용체에서 실험하였다. 두 수용체는 니코틴 중독에 관련된 하위 수용체이다. 이 수용체들은 커피나 저분자 화합물을 함유한 추출물에 의해 전기신호가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였다. 연구진은 커피에 함유한 9개의 저분자 화합물(LMW)을 개별적으로 테스트하였다.

세포 기반 실험에서 뇌의 특정 고감도 니코틴 수용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볶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두 가지 화합물의 존재를 확인했다. 볶지 않은 커피 원두(green bean)에는 없지만 볶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단지 두개의 화합물(1-methylpyridinium과 1-1-dimethylpiperidium, 구조는 그림)만 nAChR에 영향을 미쳤다. 연구진은 진하게 볶은 원두에서 추출한 메틸피리디늄과 다이메틸피페리디늄 2가지를 세포 실험에서 비교했는데 진하게 볶은 커피액에서 해당 화합물이 더 많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두개의 화합물은 고감도(HS) 수용체에 경쟁적 길항제(competitive antagonist)로 작용하였지만 PAM은 저감도(LS) 수용체에 작용하였다.
 

이런 결과를 종합하면 아침에 존재하는 흡연자의 HS 수용체는 하루가 점진적으로 지날수록 니코틴에 둔감해지다가 니코틴 레벨이 낮은 아침이 되면 다시 과민반응 상태를 나타낸다고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커피와 담배가 뇌의 니코틴 수용체에 미치는 영향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선 동물 모델에서 니코틴 금단 현상과 커피의 완화효과를 다시 검증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임상실험을 통해 가설을 검증해야 한다고 팝케 교수는 덧붙였다.

니코틴에 의한 각성 작용은 우리 몸에 영향을 미친다. 술에 취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몸의 균형을 잡기 어려워지는데, 이때 담배를 피우면 각성 작용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취기가 줄어든다. 이로 인해 술에 취할 때마다 더욱 담배를 찾게 된다.

뇌가 강한 쾌락을 얻었던 술·담배 사이 관계를 기억해, 술과 담배를 각각 접할 때마다 서로 강한 충동을 유발하는 것처럼 특히 술을 마신 다음날 아침에 담배를 피울 때 커피가 끌리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흡연자의 뇌는 잠든 사이 니코틴을 공급받지 못했기 때문에 아침이 되면 니코틴 금단증세로 과민해 진다. 이때 모닝 커피를 마시면 커피에 들어있는 2가지 화합물이 흡연자의 니코틴 욕구를 유발하는 니코틴 수용체의 기능 장애 회복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우리 몸은 우리가 무엇을 피우고 무엇을 마시는지 알고 있다. 인간의 습관은 한번 시냅스에 저장되면 지워지지 않는다. 다만 다른 습관으로 덮어 씌우는 것 뿐이다. 습관은 신호, 반복행동, 보상의 3가지 단계를 거친다. 신호는 우리 주변에 항상 있지만 반복행동과 보상은 우리의 의지력으로 바꿀 수 있다. 술과 담배, 담배와 커피의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중독성이 강한 술·담배를 동시에 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바꾸자! 바꾸자! 의지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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