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배진건 박사(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

Aβ 차단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는 제약사에 무슨 불똥이 튀었나?

"16년간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쓰였던 논문 조작...업체들 불똥" 
"알츠하이머 논문 조작됐다...치매 치료제 개발사들 날벼락" 
"알츠하이머 논문 조작 의혹…16년 치료제 개발, 물거품 되나" 

배진건 박사
배진건 박사

지난 7월 25일 대한민국 매체의 제목이 상당히 자극적이다. 노인성 치매의 70% 이상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는 오랫동안 여러 대형제약사의 많은 개발 노력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인 치료제가 아직 없는 이유가 마치 이 논문 조작 하나 때문이라고 매도하는 듯한 제목을 달았다.
 
최근 '사이언스(Science)' 뉴스 섹션에 'Blots on a field?' 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Piller C. Blots on a field?. Science. 2022 Jul 22;377(6604):358-363.] 2006년 '네이처'에 발표된 미네소타대학의 논문이 조작됐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자세히 기술했다. 이 논문은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단백질인 '아밀로이드베타*56(star56)'를 발견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가 된 논문의 데이터와 이미지를 조작했다는 게 조사 과정에서 밝혀졌고 다수 과학자가 이를 증언했다는 게 사이언스 보도의 핵심이다.

논문조작이 사실이라고해도 제약사에 불똥이 튀도록 파급력이 클까? 논란이 된 '네이처' 논문은 지난 16년간 약 2300여 건 인용되면서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침착이 알츠하이머를 유발한다는 가설의 하나의 근거가 됐다. '아밀로이드베타*56'이란 명명은 필자도 생소하였다. 학계 전문가들은 'Aβ 올리고머(OAβ)' 형성이 알츠하이머 병리의 핵심 요인으로 알려진 것이 이 논문 하나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혈액 속의 '아밀로이드베타 올리고머(Aβ oligomer)화 정도'와 알츠하이머로 인한 뇌의 구조적 변화 양상이 상관관계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존재하기에 심지어 'OAβ'가 알츠하이머를 진단하는 주요한 바이오마커로 활용되기도 한다.

알츠하이머 치매 원인분석에 가장 많이 거론되는 주범은 신경세포 겉과 안의 2개의 비정상적인 단백질 축적이다. 신경세포 겉에 Aβ가 축적하면 신경이 접촉하고 연결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제거되지 못한 Aβ 플라크(plaque)인 Baptist는 신경세포 내에 존재하는 Taoist가 타우 단백질 과인산화로 신경세포에 축적되어 신경섬유 엉김이 일어나 신경세포가 소실되고 소실된 곳에 상처(scar)가 생기게 된다. 알츠하이머는 'Baptist vs Taoist'의 종교 전쟁이 아니고 Baptist와 Taoist가 손을 잡고 산화적 스트레스를 유발, 뇌 신경 세포를 손상한다는 가설이다.

 
지금까지 Aβ를 겨냥하는 항체들이 수모를 겪는 임상실패의 결정적인 이유는 기억력 감퇴에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항체 자체가 뇌에 들어가 생기는 독성으로 인한 뇌출혈이나 뇌가 붓는 현상(brain swelling)으로 심지어는 사망에 이르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아밀로이드 관련영상 이상부종(ARIA-E)은 아밀로이드 항체의 문제점으로 지적 받았다.
 
일반인들이 주목해야 하는 점은 Aβ 플라크를 뇌에서 제거해 주는 약은 당연히 사용전에 환자 뇌에 아밀로이드가 쌓여 있는 것이 증명돼야 한다. 2021년에 열린 알츠하이머협회 국제컨퍼런스(AAIC 2021)에서 아두헬름을 처방을 안내하는 가이던스를 공개했다. 전문가 패널은 양전자단층촬영(PET)에서 아밀로이드 양성 또는 뇌척수액(CSF) 검사에서 알츠하이머 패턴이 존재할 때 아두헬름을 처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아두헬름을 썼을 때 일부 환자에서 뇌의 부종이나 점상 출혈이 올 수 있으므로 안전성 모니터링을 위해 정기적으로 뇌(腦) MRI를 찍어봐야 한다. 전문가 패널은 "환자는 아두헬름 치료를 시작하기 최소 1년 전 또는 마지막 MRI 이후 국소 뇌 병변이 있는 경우 MRI를 받아야 한다"며 "약물 5차, 7차, 12차 주입 전에도 MRI를 다시 해야 한다"고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필자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기초로 쓰였던 논문이 조작되었다는 뉴스와 그리고 계속되는 아밀로이드 항체 실패에도 불구하고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아밀로이드를 없애는 접근법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응집된 아밀로이드는 병을 악화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응집된 아밀로이드가 시냅스 이상을 일으키고 신경 염증과 혈관 손상, 타우인산화 등을 촉진하여 알츠하이머를 악화시키는 것은 과학적으로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실패를 계속하는 알츠하이머 치료항체 개발의 답은 무엇일까? 2022년 올초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에이비엘바이오가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와 1조3000억원에 달하는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것이 힌트를 준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사노피로부터 기술이전 계약금 900억 원을 받고, 임상 1상 IND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신경성 약이 효과를 나타내려면 약물이 뇌에서 작용하게 혈액-뇌 장벽(Blood Brain Barrier·BBB)을 넘어 뇌 안에 들어가야 한다. 여기에 답이 있다. 항체를 뇌에 최대한 넣어야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작용할 것 아닌가?

여기서 독자들이 유의해야 할 것은 에이비엘바이오가 올해 기술이전한 물질은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아니고 파킨슨병 치료를 위한 후보물질이다. 파킨슨병은 뇌 속 단백질인 '알파-시뉴클린'이 비정상적으로 응집해 뇌세포를 죽이면서 발병,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ABL301은 혈액-뇌 장벽(Blood Brain Barrier, BBB)을 뚫고 뇌 안으로 들어가 '알파-시뉴클린'으로 불리는 응집된 단백질을 분해시키는 방법이다.

'BBB셔틀' 경쟁사인 디날리테라퓨틱스와 에이비엘바이오의 플랫폼 원천기술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좋은가? 사노피의 판단은 에이비엘의 손을 들어준 것 같다. '그랩바디B'를 이용해 BBB 투과도를 높이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에이비엘바이오가 기술을 개발한 '그랩바디B' 플랫폼의 유효성을 사노피와 올해 계약으로 확보했다는 것이 필자의 분석이다.
 
지금까지 실패한 뇌질환 표적 단일항체 파이프라인의 한계점인 '낮은 BBB 투과도'와 그에 따른 높은 용량 투여로 인한 부작용이 당연히 존재한다. 이것이 여러 다국적 제약사들이 아밀로이드베타를 타깃으로 하는 항체들의 임상시험을 중단한 목록은 짧지 않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에이비엘은 'BBB셔틀'을 어느 타깃에 확장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Aβ를 타깃하는 항체에 '그랩바디B'를 붙이는 것이다. 필자는 올초 '3PRO TV'에서 에이비엘 이상훈 대표의 인터뷰를 보았다. 놀란 것은 아두카누맙에 '그랩바디B'를 연결한 후보물질을 이미 파이프라인에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프 하나를 도표로 시청자에게 보여주었는데 ABL301처럼 아두카누맙보다 거의 8~10배 뇌장벽 투과도를 높인 것이다.
 
'아두카누맙'보다는 바이오젠의 다음 후보 '레카네맙'이나 일라이릴리의 '도나네맙'에 '그랩바디B'를 붙여 뇌장벽 투과도를 10배 이상으로 높이면 최초의 'disease modifying'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될 것 같다는 필자의 희망적인 예측이다. 그러나 경쟁은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로슈(Roche)의 간테네루맙(gantenerumab)의 부활이다. 국내에서 지난 2014년 첫 임상에 투입됐던 간테네루맙은 당시 목표치료 효과가 나오지 않아 시험이 중단됐다. 하지만 일부 환자에서 베타아밀로이드 응집 감소가 발견돼 투여단위를 높여 3상을 재개했다. 간테네루맙 3상 임상(GRADUATE)은 올해 말에 발표될 예정이다.

간테네루맙에 '로슈 BBB셔틀'을 붙여 재탄생한 것이 'RO7126209'이다. '로슈 BBB셔틀'도 드날리와 근본이 같은 'Transferrin Receptor'를 사용한 것이다. 2019년 8월에 64명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용량을 높이며 안전성 위주로 임상 1상을 시작하여 2020년 7월에 34명의 실제 대사 참가로 마무리되었다. 였고 결과는 지난해 3월에 발표하였다. 임상1상은 2024년까지 진행된다고 한다.

이제까지 중추신경계와 싸울 변변한 무기가 없던 차에 '그랩바디B'를 소유한 에이비엘바이오가 글로벌 트렌드인 중추신경계(CNS)로 더 많이 진출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대한민국 신약개발의 위치도 동반 성장하며 더 좋고 글로벌 경쟁력 있는 제약바이오 회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향후 Aβ 항체에 'BBB 셔틀'을 붙인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임상성공 여부가 16년전 'OAβ' 형성 논문 조작 의혹 진실 공방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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