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배진건 박사(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

"나는 아버지의 큰아들이었나, 작은 아들이었나"

배진건 박사
배진건 박사

헨리 나우엔의 '탕자의 귀향(The Return of the Prodigal Son)'을 다시 끄집어내 읽었다. 지난 4월 시작한 시리즈B가 투자받기 어려운 혹독한 환경 때문에 마음이 우울하기 때문이다. 7월이 되자 환경은 더 나빠졌다. 바이오벤처가 숨쉬고 생존하기 위하여는 임원을 정리하여야 한다는 투자사의 암시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나이 들은 내가 정리되면 좋을텐데 내 샐러리는 풀이 아니기에 그리 큰 도움은 못 되었다.

렘브란트의 작품 '탕자의 귀향'을 정밀하게 모사한 포스터 한 장과의 만남이 길고 긴 영혼의 순례를 떠나는 출발점이 되었다고 나우엔은 고백한다. 아버지와 아들, 하나님과 인간, 연민과 고통을 그림 한 장에 아우르는 렘브란트의 실제의 작품을 1986년 7월 26일 상트페테부르트 현장 에르미타주 미술관에서 만나는 것은 나우엔에게 대단한 설레임이었다. 무엇보다 남자 둘 여자 둘 구경꾼 넷에 둘러싸인 채 환한 빛 아래 서로 끌어안고 있는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은 처음 네 시간의 시간과 두 번의 만남이 나우엔에게 환희의 순간이었다. 나우엔의 환희를 조금이나마 간직하기 위하여 필자는 그 책의 겉장을 액자에 넣어 간직하며 가끔 처다본다. 나우엔은 오랫동안 그림을 보며 무엇을 생각하였을까?

지난 6년간 필자는 기술을 가진 교수와 신약개발 경험을 가진 분이 공동창업을 하고나서 바이오벤처의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주식 전쟁을 많이 보아왔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누군가 떠나야 할 때 배분 받은 주식을 두고 나가야 한다는 남는자의 입장과 가지고 나가겠다는 떠나는 자의 입장이 전쟁 수준으로 다투는 것이다. 이런 전쟁을 목격하면 예수께서 직접 들려주시는 '돌아온 탕자'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야기는 어떤 사람에게 아들이 둘 있었다. 작은아들이 아버지에게 말하기를 '아버지, 재산 가운데서 내게 돌아올 몫을 내게 주십시오' 하였다. 그래서 아버지는 살림을 두 아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며칠 뒤에 작은아들은 제 것을 다 챙겨서 먼 지방으로 가서, 거기서 방탕하게 살면서, 그 재산을 낭비하였다. 그가 모든 것을 탕진했을 때에, 그 지방에 크게 흉년이 들어서, 그는 아주 궁핍하게 되었다.

렘브란트 작품 탕자의 귀환.
렘브란트 작품 탕자의 귀환.

렘브란트의 '탕자의 귀향' 액자를 다시보며 바이오벤처의 현실로 대입한다. 2016년 8월 배OO 교수는 서울의대를 정년퇴임하게 되자 자기가 진행한 연구를 현실의 자궁암 환자들에게 적용하여 치유하기 위하여 배진(倍進)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한다. 여러 배로 전진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두 아들도 흔쾌히 아버지를 돕기로 작정한다. Y대 생화학과를 졸업한 큰 아들은 CSO를 맡고 Y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둘째 아들은 CFO를 맡아 시작한다.

주식(株式, stock)이란 기본적으로 주식회사의 자본을 구성하는 단위이다. 벤처기업을 시작하며 창업자 혹은 공동창업자인 주주가 주식회사에 출자한 일정한 지분 또는 이를 나타내는 증권을 말한다. CEO인 아버지와 두 아들은 공평하게 30%의 지분을 갖고 나머지는 아버지의 벤처 사업을 여러 방면에서 도울 지인들에게 나머지 주식을 배분하여 시작하였다.

시작부터 벤처 투자사들이 관심을 갖고 투자하는 바이오벤처였기에 계속해서 연구의 진전을 이루었다. 아버지가 오랫동안 연구하던 마우스 항체를 'humanized'하고 대량 배양과 정제를 통하여 인간에게 적용 가능한 항체를 만들었다. GLP 전임상을 완료하고 이제 임상 진행을 코앞에 두게 되었다.

그 시점 2019년 가을이 되자 작은아들은 지난 3년의 바이오벤처 경험이 그에게 큰 자산이라고 생각되자 독립을 결심하였다. 사이언스 전공은 아니지만 얻어들은 지식으로는 아버지와 함께 진행한 항체에다가 바이오마커를 잡는 이중항체를 만들면 난소암 환자의 치료가 더 잘 될 것을 확신하였기 때문이다.
 
작은아들이 아버지에게 말하기를 '아버지, 내게 돌아올 몫 30% 주식을 현금화하여 내게 주십시오. 제가 독립하여 더 큰 시장인 미국 보스턴으로 건너가 회사를 차려 성공하겠습니다.' 하였다. 아직 상장되지 않은 벤처회사의 주식의 가치는 그냥 종이에 써있는 값이 현실이었다. 아버지는 고민을 오랫동안 하였다. 자기가 받은 퇴직금과 친구들에게 빌리고 거기에 거주하는 아파트까지 팔아 100만 달러를 마련하여 주었다.

작은아들은 그 돈을 가지고 보스턴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미국의 현실은 한국과 또 달랐다. 모든 것이 돈이었다. 렌트비, 인건비, 진행비도 모두 2~3배 비쌌다. 좋은 연구자들을 만날 수는 있었지만 그 비용이 문제가 되었다. 시간은 작은아들에게 절망을 안겨주었다. 2020년 초 시작한 코로나19는 모든 것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가진 돈은 소멸되었다.

코로나19가 계속되며 오미크론으로 변한 2022년이 되자 그제서야 그는 제정신이 들었다. 그에게 투자는커녕 돼지가 먹는 쥐엄 열매라도 주는 사람도 없었다. '내가 일어나 아버지가 계신 대한민국으로 돌아가자. 아버지! 내가 하늘과 아버지 앞에 죄를 지었습니다. 나는 더 이상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으니, 나를 평직원의 하나로 삼아 주십시오.'
 
그는 비행기를 타고 아버지에게로 돌아왔다. 그가 아직도 먼 거리에 있는데, 그의 아버지가 그를 보고 측은히 여겨서, 달려가 그의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아버지는 종들에게 말하였다. '어서, 가장 좋은 옷을 꺼내서, 그에게 입히고, 손에 반지를 끼우고, 발에 신을 신겨라. 그리고 살진 송아지를 끌어내다가 잡아라. 우리가 먹고 즐기자. 나의 이 아들은 죽었다가 살아났고, 내가 잃었다가 되찾았다.' 그래서 그들은 잔치를 벌였다.

그런데 큰 아들이 연구소에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집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에, 음악 소리와 춤추면서 노는 소리를 듣고, 종 하나를 불러서, 무슨 일인지를 물어 보았다. 종이 그에게 말하였다. '아우님이 집에 돌아왔습니다. 건강한 몸으로 돌아온 것을 반겨서, 주인께서 살진 송아지를 잡으셨습니다.' 큰 아들은 화가 나서, 집으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나와서 그를 달랬다.
 
큰 아들은 아버지에게 항의하였다. '나는 이렇게 여러 해를 두고 아버지를 옆에서 섬기고 있습니다. 나에게는 스톡옵션(Stock Option)도 주신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아버지의 스톡을 미국에서 다 삼켜 버린 이 아들이 다시 한국에 오니까, 그를 위해서는 살진 송아지를 잡으셨습니다.'

스톡옵션이란 회사의 주식을 일정한 기간(행사기간) 내에 미리 정한 가액(행사가액)에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벤처기업에 적용되는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조건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다.
 

바이오벤처기업들이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스톡옵션을 수행한다. 해가 지나면서 벤처의 경영 상태가 좋아져 밸류(value)가 상승하면 임직원은 스톡옵션을 행사해 상당한 차익금을 남길 수 있다. 미래지향적일 수 밖에 없는 바이오벤처기업에서는 스톡옵션을 임직원의 근로의욕을 진작시키며 타 벤처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특별히 일정 기간동안 같이 고생하며 과제가 진전되며 밸류를 높인 합당한 대가를 주식이란 도구를 가지고 나누는 것이다. 반면 스톡옵션은 내 다리에 채운 전자발찌와도 같다. 다른 회사에 가려고 하는 나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큰아들에게 말하였다. '얘야, 법적으로 내가 가진 모든 것은 다 네 것이다. 그런데 너의 이 아우는 죽었다가 살아났고, 내가 잃었다가 되찾았으니, 즐기며 기뻐하는 것이 마땅하다.' 큰아들도 합류한 이 파티가 끝나고 배진바이오사이언스는 어떻게 되었을까? 세 사람의 공동창업자가 스톡이 누가 많고 적음을 잊어버리고 마음을 함께하고 일을 하였기에 2022년 어려운 상장환경을 뚫고 아버지와 두 아들이 북을 힘차게 두드리지 않았을까?
 
'탕자의 비유'를 다시 새기며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곧 작은아들인가? 아니면 큰아들인가? 오랫동안 나 자신을 탕자, 즉 아버지가 반가이 맞아주기를 기대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둘째라고 생각하였다. 왜나하면 내가 아무도 나를 모르는 나를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큰 첫째와 더 닮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동안 얼마나 착실하게 본분을 다하며 살았다고 자부하는 마음도 들기 때문이다.

"스스로 작은아들이라고 생각하든 큰 아들로 여기든, 아버지처럼 살아야 한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으며 집으로 돌아온 자녀들을 반가이 맞아주는 아버지가 되라는 겁니다." 벤처기업 탕자들아 스톡과 스톡옵션은 잊어라. 직원들과 함께 이겨내면 좋은 날은 온다. 쥐엄 열매 먹는 혹독한 환경을 아버지와 형과 함께 트로이카가 되어 이겨내라. 
 

누가복음 15장 11-32절, 새번역

어떤 사람에게 아들이 둘 있는데 작은 아들이 아버지에게 말하기를 '아버지, 재산 가운데서 내게 돌아올 몫을 내게 주십시오' 하였다. 그래서 아버지는 살림을 두 아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며칠 뒤에 작은 아들은 제 것을 다 챙겨서 먼 지방으로 가서, 거기서 방탕하게 살면서, 그 재산을 낭비하였다. 그가 모든 것을 탕진했을 때에, 그 지방에 크게 흉년이 들어서, 그는 아주 궁핍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그 지방의 주민 가운데 한 사람을 찾아가서, 몸을 의탁하였다. 그 사람은 그를 들로 보내서 돼지를 치게 하였다. 그는 돼지가 먹는 쥐엄 열매라도 좀 먹고 배를 채우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그에게 먹을 것을 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제서야 그는 제정신이 들어서, 이렇게 말하였다. '내 아버지의 그 많은 품꾼들에게는 먹을 것이 남아도는데, 나는 여기서 굶어 죽는구나. 내가 일어나 아버지에게 돌아가서, 이렇게 말씀드려야 하겠다. 아버지, 내가 하늘과 아버지 앞에 죄를 지었습니다. 나는 더 이상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으니, 나를 품꾼의 하나로 삼아 주십시오.' 

그는 일어나서, 아버지에게로 갔다. 그가 아직도 먼 거리에 있는데, 그의 아버지가 그를 보고 측은히 여겨서, 달려가 그의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아버지, 내가 하늘과 아버지 앞에 죄를 지었습니다. 이제부터 나는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습니다. '나를 품꾼의 하나로 삼아 주십시오.' 그러나 아버지는 종들에게 말하였다. '어서, 가장 좋은 옷을 꺼내서, 그에게 입히고, 손에 반지를 끼우고, 발에 신을 신겨라. 그리고 살진 송아지를 끌어내다가 잡아라. 우리가 먹고 즐기자. 나의 이 아들은 죽었다가 살아났고, 내가 잃었다가 되찾았다.' 그래서 그들은 잔치를 벌였다.

그런데 큰 아들이 밭에 있다가 돌아오는데, 집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에, 음악 소리와 춤추면서 노는 소리를 듣고, 종 하나를 불러서, 무슨 일인지를 물어 보았다. 종이 그에게 말하였다. '아우님이 집에 돌아왔습니다. 건강한 몸으로 돌아온 것을 반겨서, 주인 어른께서 살진 송아지를 잡으셨습니다.'

큰 아들은 화가 나서, 집으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나와서 그를 달랬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이렇게 여러 해를 두고 아버지를 섬기고 있고, 아버지의 명령을 한 번도 어긴 일이 없는데, 나에게는 친구들과 함께 즐기라고, 염소 새끼 한 마리도 주신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창녀들과 어울려서 아버지의 재산을 다 삼켜 버린 이 아들이 오니까, 그를 위해서는 살진 송아지를 잡으셨습니다.'

아버지가 그에게 말하였다. '얘야, 너는 늘 나와 함께 있으니 내가 가진 모든 것은 다 네 것이다. 그런데 너의 이 아우는 죽었다가 살아났고, 내가 잃었다가 되찾았으니, 즐기며 기뻐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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