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화이자 재협상 늦어지면 14일 출시 못하나?
염 변경 업체들 불만...우선등재 유연성 발휘해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화이자는 챔픽스 약가를 놓고 재협상을 벌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화이자는 챔픽스 약가를 놓고 재협상을 벌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한국화이자제약 사이에 진행 중인 금연치료제 챔픽스정(바레니클린 타르타르산염)의 약가 재협상이 국내 제약회사들의 14일 출시 일정을 지연시켜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미약품, 종근당, 대웅제약 등 챔픽스의 타르타르산염을 옥살산염, 베신살염, 살리실산염 등으로 바꿔 개량약물을 개발한 국내 제약회사들은 특허심판을 거쳐 이번 달 14일부터 500억 규모인 챔픽스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건보공단이 금연치료지원 약제목록에 챔픽스 염 변경 제품을 등재하는 작업을 마무리하지 않아 14일 출시가 불투명한 상황에 빠졌다. 금연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100% 약값을 지원받는 금연치료제 특성상 약제목록 등재가 출시의 선결조건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챔픽스 시장경쟁이 지연될 수 있다는 히트뉴스 보도 이후 건보공단은 화이자와 챔픽스 가격을 재협상하고 있으며 가격이 결정되면 염 변경 개량신약 약가산식을 준용해 챔픽스의 90% 이하 가격이면서 일정 요건을 충족한 약제는 제한없이 모두 목록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건보공단의 입장 대로라면 염 변경 약물의 14일 출시여부는 화이자와의 가격협상을 얼마나 빨리 마무리 짓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새롭게 정해진 챔픽스 가격을 기준으로 후속약물의 약값 등 조건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의 입장이 일정부분 확인됐지만 14일 출시가능 여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 챔픽스 후발업체들은 조바심을 내고 있다. 특히, 화이자가 시장방어를 위해 챔픽스 가격인하 카드를 꺼낸 만큼 건보공단과의 가격협상을 화이자측이 의도적으로 지연시킬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걱정하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그런데 이 같은 혼선을 교통정리해야 하는 건보공단은 업체들에게 금연치료 지원약제 목록 등재와 관련한 구체적인 일정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아 불만을 키우고 있다.

14일 출시를 일찌감치 준비해 온 M사 대관 담당자는 “보도를 봤지만 건보공단이 재협상을 포함해서 명확한 입장을 업체들에게 설명해주면 이후 대응을 준비할텐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답답하다”며 “회사에서도 출시할 수 있느거냐 없는거냐는 질문을 수시로 받는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챔픽스 약가 재협상 일정과는 별개로 특허장벽이 해소되는 14일에 출시할 수 있도록 현재 가격의 90% 이하에서 지원약제를 등재하고 추후 챔픽스 인하가격을 반영해 환수하는 형태로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의견이 업계 일각에서 나온다.

챔픽스 후속약물을 출시하는 D사 관계자는 “업체들이 특허소송을 통해 어렵게 얻어낸 기회인데 지원목록에 들어가지 못해 출시를 못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져서야 되겠느냐”며 “先등재 後환수하지 않으면 건보공단이 챔픽스 시장만 보호해주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챔픽스의 정당 약값은 1,800원이며 챔픽스 염 변경 약물을 허가받은 국내업체들은 1,800원의 90%인 1,620원 이하에서 약값을 건보공단에 신청하고 있으나 31개사 전체가 모두 신청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업체가 너무 많다보니 시장진입 자체를 포기하는 업체도 생길 가능성이 있다.

외견으로만 보면 건보공단이 국내업체들의 시장진출 기회를 가로막는 상황인데, 건보공단에 주어진 시간은 딱 9일 뿐이다.

한편, 금연치료지원사업을 통해 챔픽스 약값으로 지출한 금액은 2015년 94억2000만원, 2016년 391억6000만원, 2017년 507억8000만원, 올해 6월 기준 201억9000만원이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