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AI 신약개발 시장 규모, 4조7500억 전망
스탠다임·디어젠, AI 신약발굴 톱33 기업에 선정
한남식 센터장 "AI 신약개발, 미충족 의료 수요 해결"

 신년 기획  AI 신약개발, 잘 되고 있습니까 

신약 개발 기간을 크게 앞당겨 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일순간 주목 받았던 인공지능(AI) 신약개발이 잠잠하다. 국내에는 스탠다임, 온코크로스, 에이조스바이오  등 약 20 곳의 AI 신약개발 플랫폼 기업이 활동 중이다. 히트뉴스가 국내 AI 신약개발 상황과 AI 신약개발 기업의  방향성을 짚어본다.

 패스트 팔로어 국내 AI 신약개발 기업
② 10년 뒤에는...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Global Market Insights)에 따르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개발 시장 규모는 매년 40%씩 성장해 2024년 40억 달러(약 4조7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AI 신약개발은 왜, 글로벌 트렌드로 급부상했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의하면, 전통적인 방법의 신약개발은 평균 15년이 소요되며, 대략 5000~10000여개 후보물질 가운데 1개 만이 최종 신약개발에 성공한다. 이들 신약 후보물질 가운데 전임상 시험에 필요한 물질 10~250개를 선정하는 데만도 평균 5년이 걸린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선진국인 미국의 상황은 어떨까? 미국의 경우, 신약개발에 약 14~16년이 걸리고 평균 2~3조원에 달하는 개발비용이 소요된다.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개발 투자 규모는 2022년 18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지만, 투자 대비 신약개발 생산성은 낮아지고 있다.

AI를 활용한 신약후보물질 탐색 과정. 출처=한국보건산업진흥원. (2020).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개발 국내·외 현황과 과제"
AI를 활용한 신약후보물질 탐색 과정. 출처=한국보건산업진흥원. (2020).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개발 국내·외 현황과 과제"

AI 신약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신약개발과 관련된 사전지식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한 빅데이터를 구축해 AI로 활용하면 신약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여태까지 AI 신약개발을 통한 뚜렷한 성과물이 없기 때문에 반신반의하는 목소리도 나타나고 있다. 전임상 단계서 유효물질(Hit)의 발굴 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결국 임상 단계서 눈에 띄는 결과가 없다는 것 때문에 의문을 품는 것이다.

국내 AI 신약개발 기업 한 관계자는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10년 후 미래를 내다보면 AI 신약개발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AI 신약개발 기업은 임상 단계서 글로벌 빅파마와 협업해 신약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일단 전임상 단계의 벽을 넘어야한다. 임상 단계서 AI를 활용해 신약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스탠다임·디어젠, AI 신약발굴 분야 톱33 선정

스탠다임과 디어젠이 AI 신약 발굴 분야 Top33에 선정됐다. 출처=Deep Pharma Intelligence. (2021). "AI for Drug Discovery, Biomarker Development and Advanced R&D Landscape Overview", Q4 2021
스탠다임과 디어젠이 AI 신약 발굴 분야 Top33에 선정됐다. 출처=Deep Pharma Intelligence. (2021). "AI for Drug Discovery, Biomarker Development and Advanced R&D Landscape Overview", Q4 2021

지난달 국내 AI 신약개발 플랫폼 기업인 스탠다임과 디어젠은 영국 제약·바이오 전문투자 리서치사 딥파마인텔리전스(Deep Pharma Intelligence, DPI)가 발간한 '2020년 AI 신약, 바이오마커 개발 및 R&D 환경 시장 보고서'에서 'AI 신약 발굴 분야 선두 기업 톱 33'에 선정됐다.

스탠다임(대표이사 김진한)은 영국 제약·바이오 전문투자 리서치사 딥파마인텔리전스에 선정됐다고 지난달 9일 밝혔다. 김진한 대표는 "스탠다임은 최근 영국과 미국에 해외 지사 설립을 완료했으며, 앞으로 해외 거점을 통해 글로벌 시장 판로 개척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스탠다임 외에도 글로벌 AI 신약 개발업체인 슈뢰딩거(나스닥 상장사), 엑센시아(나스닥 상장사), 인실리코메디슨(시리즈C 밸류 최소 조 단위 추정) 등이 글로벌 유망기업 리스트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AI 신약개발 기업은 395개로 추산된다. 이중 미국 기업은 전체의 55.1%를 차지하고 있다.

Andrii Buvailo. 출처=BiopharmaTrend
Andrii Buvailo. 출처=BiopharmaTrend

히트뉴스는 스탠다임과 디어젠이 선정된 이유에 대해 DPI 관계자에게 문의했다. DPI 공동 창업자(Co-founder)인 Andrii Buvailo는 "이들 기업이 약물 발견에 대한 새로운 혁신적인 접근법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더 빠르고 적은 비용으로 연구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엔드 투 엔드(End-to-end) AI 주도 연구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탠다임(Standigm)은 자동화된 타깃 발견을 위한 AI 기반 플랫폼 Standigm ASK를 구축해 단기간(7개월 이내) 내 새로운 혁신 신약(First-in-Class) 후보물질을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며 플랫폼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다.

디어젠에 대해 그는 "DearTRANS, WX 및 게놈 데이터 메타 분석, 유전자 온톨로지(Gene Ontology) 분석 및 기타 기본적인 생물학적 작업을 분석하기 위한 기타 모듈을 포함해 타깃 발견 및 약물 설계를 위한 전체 AI 주도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히터뷰  한남식 AI 연구센터장

"AI 신약개발, 언멧니즈 충족 가능케 해"

한남식 AI 연구센터장. ​​​​​​출처=crukcambridgecentre.org.uk
한남식 AI 연구센터장. ​​​​​​출처=crukcambridgecentre.org.uk

히트뉴스는 '국내 AI 신약개발 기업의 현주소와 AI 신약개발이 필요한 이유'를 문의하기 위해 영국 케임브리지대 의과대학 밀너연구소 한남식 AI 연구센터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해 DPI에서 글로벌 톱33 AI 기업을 선정했는 데, 이중 국내 기업으로는 스탠다임과 디어젠이 뽑혔습니다. 국내 AI 신약개발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고, 또 글로벌 AI 신약개발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알고 싶습니다.

"아쉽긴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AI 기업들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비단 인공지능 관련 업체들만의 문제는 아니며 신약개발 전반에 관한 경쟁력이 아직까지 국제 수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 신약개발은 인공지능과 신약개발이라는 두 개의 큰 도메인이 결합되는 것이어서 한쪽만 진전한다 해서 가능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두 도메인에서 진일보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AI 신약개발이 유효물질(Hit) 발굴 기간을 단축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AI 신약개발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관점이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신약개발을 꼭 해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입니다. 통상 신약개발은 최소 10년이 걸리며 투입되는 비용은 1조원 이상이고 임상의와 환자 등 수많은 인력이 동원됐지만, 신약개발 승인으로 이어지는 확률은 최근 통계에 의하면 5%(특히 암종)가 채 안 됩니다.

앞으로 10여년이 지나 지금의 인공지능보다 차원이 다른 완벽에 가까운 인공지능을 사용한다면 모를까, 현재의 초보단계(특히 의료데이터나 생물학데이터를 다루는 인공지능) 인공지능을 활용해 기간과 비용을 기존에 비해 급격히 단축시키기엔 역부족입니다."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말씀?

"앞으로 최소 수년은 더 기다려야 '뚜렷한 성과'들이 나오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의생명 분야에서는 다른 공학이나 과학계에 비해 연구기간이 비교적 길며, 생명을 다루는 약물을 개발하는 과정은 다른 어느 분야에 비해 더 신중하고 더 많은 검증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연구기간이 긴 편에 속합니다.

인공지능은 흔히 알려진 신약개발의 비용과 시간을 단축해줄 뿐 아니라, 그동안 약물이 전혀 없던 질병들을 치료할 수 있어 미충족 의료 수요(Unmet medical needs)를 해결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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