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최근 AI 신약개발 기업에 많은 투자 진행 중
스탠다임, ASK·BEST 통해 엔드투엔드 플랫폼 구축
'기평 통과' 온코크로스, 임상 시험에 진입

 신년 기획  AI 신약개발, 잘 되고 있습니까 

신약 개발 기간을 크게 앞당겨 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일순간 주목 받았던 인공지능(AI) 신약개발이 잠잠하다. 국내에는 스탠다임, 온코크로스, 에이조스바이오  등 약 20 곳의 AI 신약개발 플랫폼 기업이 활동 중이다. 히트뉴스가 국내 AI 신약개발 상황과 AI 신약개발 기업의  방향성을 짚어본다.

① 패스트 팔로어 국내 AI 신약개발 기업
② 10년 뒤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AI 신약개발 플랫폼 기업의 임상 진입 소식이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Fiercebiotech에 따르면, 2021년 11월 AI 신약개발 기업 인실리코 메디슨(Insilico Medicine)이 AI가 설계한 폐섬유화증 치료제 후보물질의 첫 임상 시험에 돌입했다. 인실리코 메디슨은 첫 임상참여자가 만성 폐질환을 목표로 하는 저분자 억제제 후보물질 'ISM001-055'의 제한된 정맥 주사를 맞았다고 발표했다.

회사 관계자는 "자사 AI 신약개발 플랫폼은 18개월 이내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동안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활용해 전임상 단계서 치료제 연구를 진행했지만, 이번 임상 시험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2021년 6월 약 2억5500만 달러(약 3027억 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했으며, 대규모 자금이 향후 임상시험 비용으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벤처캐피탈 관계자 "AI 신약개발 투자 관심↑"

최근 국내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AI 신약개발 기업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29일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주최한 '바이오 스타트업 네트워킹 데이'에서 데일리파트너스 김용철 상무는 "2021년 신약개발 업계 테마별 펀딩 규모를 살펴보면 항체, AI 분야가 특히 두드러진다. 최근 AI 신약개발 분야가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2021년 상반기에 AI 신약개발 기업이 14건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히트뉴스 신정섭 전문기자(전 KB인베스트먼트 상무)는 "신약개발 분야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플랫폼을 찾아 접목하고 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면역항암제, RNA, PROTAC 등이 부각돼 왔고, 도구적인 측면에서는 AI가 부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 전문기자는 "약물 타깃에 대한 접근의 한계와 약물 개발 비용 절감 및 성공률 제고 가능성 등이 AI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면서 "VC는 새로운 분야의 선도기업을 찾는 데 관심이 높아 AI 신약개발 기업에 투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AI 신약개발 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임상 파이프라인 확보의 중요성에 대한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전임상 단계의 유효물질 발굴에 주력하는 스탠다임은 기술성평가에서 탈락했지만, AI를 활용해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인 온코크로스는 기술성평가를 통과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AI 신약개발 플랫폼 기업도 임상 파이프라인을 갖춰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임상 파이프라인 확보와 관련, 신 기자는 "임상 파이프라인을 IPO(기업공개)의 잣대로 삼는 것은 AI 신약개발의 특성을 평가자 측에서 수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AI 신약개발사들이 아직까지 명확한 수익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임상 파이프라인을 평가 지표로 삼겠다는 것은 AI 기업들의 상장이 늦춰지고, 자체 파이프라인 확보에 따른 기회비용 이슈로 독창적인 기술 경쟁력의 축적 속도가 저하되는 문제가 예상된다"며 아쉬워 했다.

 

스탠다임, 엔드투엔드 플랫폼 구축

스탠다임은 AI 신약개발을 제약 업계의 새로운 표준으로 만들어 신약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비전을 바탕으로 2015년 설립된 기업이다. 전체 임직원 중 약 76%가 연구 인력으로 구성, R&D에 집중하고 있다. 

스탠다임은 인공지능 신약개발 플랫폼 및 신약 후보물질의 개발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를 받았으며, 현재까지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약 803억 원에 이른다. 신규 타깃을 발굴할 수 있는 ASK 플랫폼, 신규 물질을 설계하고 최적화 하는 BEST 플랫폼, 새로운 적응증 도출이 가능한 Insight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약 후보물질 탐색 전주기를 아우를 수 있는 엔드투엔드(End-to-end) 인공지능 플랫폼을 구축, 적응증의 범위와 타깃의 종류에 제한이 없는 최적의 신약후보물질을 창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엔드투엔드는 타깃 발굴부터 물질 디자인까지 전임상 전까지 모든 단계를 커버하는 것을 의미한다.

ASK 플랫폼은 방대한 생물학 지식정보 그래프를 기반으로 한 인공신경망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질병과 타깃 단백질 사이의 관련성을 점수화 해, 질병의 치료에 적용가능한 다양한 신규 타깃을 설명가능한 생물학적 경로와 함께 높은 순위부터 제공하는 인공지능 플랫폼이다.

ASK 플랫폼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기자가 직접 ASK 플랫폼을 시연해봤다.

ASK 플랫폼을 직접 시연하고 있는 남대열 기자. 
ASK 플랫폼을 직접 시연하고 있는 남대열 기자. 

호기심 많은 기자가 직접 ASK 플랫폼을 시연해봤다. 키워드를 검색해 AI 신약개발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DB의 핑크색 노드(Node)를 더블 클릭한 후 질병 타깃 연관 스코어를 확인했다.
DB의 핑크색 노드(Node)를 더블 클릭한 후 질병 타깃 연관 스코어를 확인했다.

 

 ASK 플랫폼 사용 방법 

1. ASK 플랫폼 사이트(icluenask.standigm.com)에 접속한다

2. 키워드(ex. Leukemia)를 검색한다. (Leukimia는 백혈병을 뜻한다.)

3. DB의 핑크색 노드(Node)를 더블 클릭한다.

4. 질병 타깃 연관 스코어를 확인할 수 있다.

BEST 플랫폼은 화합물의 분자구조와 그 구조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속성이 코드화 된 다차원의 딥러닝 벡터 공간을 기반으로, 가상탐색을 통해 유효물질(Hit)을 식별한다. 새로운 분자구조를 설계해 선도물질(Lead)을 만들고, 선도물질을 최적화(Lead optimization) 해 저분자화합물 신약후보물질을 도출하는 인공지능 플랫폼 기술을 뜻한다.

신규 물질 생성을 위한 플랫폼 기술 흐름. 출처=스탠다임 프레스킷
신규 물질 생성을 위한 플랫폼 기술 흐름. 출처=스탠다임 프레스킷

AI 플랫폼 경쟁력을 갖춘 스탠다임은 설립 이후 지금까지 국내외 주요 제약사 및 연구기관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스탠다임과 협업하고 있는 연구기관으로 영국 케임브리지대 의과대학 밀너연구소를 꼽을 수 있다.

스탠다임과 협업하는 주요 제약사 및 연구기관. 출처=스탠다임 기업 소개 자료집
스탠다임과 협업하는 주요 제약사 및 연구기관. 출처=스탠다임 기업 소개 자료집

밀너연구소 한남식 AI 연구센터장은 "연구소의 주요 목적은 신약개발을 위한 혁신적인 연구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인공지능에 전문성을 갖춘 연구그룹이나 기업들과 파트너십에 큰 관심이 있다"며 "밀너연구소가 주도하는 Global Therapeutics Alliance에는 상당수의 인공지능 기반 업체들이 가입한 상황이며, 스탠다임은 인공지능을 신약물질 예측 등에 활용할 뿐 아니라 화합물을 직접 합성하고 테스트할 역량까지 갖췄다"고 평가했다.

 

온코크로스, 임상 시험에 돌입하다

온코크로스는 임상 시험에 집중하는 AI 신약개발 기업이다. 출처=온코크로스 기업 소개 자료집
온코크로스는 임상 시험에 집중하는 AI 신약개발 기업이다. 출처=온코크로스 기업 소개 자료집

전임상 단계서 유효물질 발굴에 주력하는 AI 신약개발 기업과 달리 자체 임상 파이프라인을 확보한 온코크로스의 등장도 눈에 띈다. 온코크로스는 유전자 발현 패턴에 기반한 AI 신약개발 플랫폼 기술을 구축, 다수의 기술사업화 성과를 보유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온코크로스는 AI 신약개발 플랫폼 기술과 R&D 파이프라인 개발에 주력하면서 임상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전임의 출신인 김이랑 대표의 AI를 활용한 임상 개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온코크로스는 AI 신약개발 플랫폼인 RAPTOR AI, ONCOfind AI를 이용해 지속적인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AI 기반 신약개발 전문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주요 파이프라인은 근감소증 치료제 OC514다. OC514는 한국파마에 국내 판권이 이전돼 올해 국내 임상 1/2a상에 돌입하고, 글로벌 판권은 온코크로스에 있어 올해 3월 호주에서 임상 1상에 진입할 예정이다.

출처=온코크로스 기업 소개 자료집
출처=온코크로스 기업 소개 자료집

회사는 2020년 한국파마(대표 박은희)에 OC514 라이선스 아웃(L/O)을 진행했는데, 이는 국내 AI 신약개발 회사 최초의 라이선스 아웃 사례다. 또한 에스티팜, 대웅제약, 베링거 인겔하임, 4P-Pharma, 서울아산병원 등의 기업 및 단체들과 공동연구개발과 물질이전계약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지난해 3월 회사는 대웅제약과 공동연구계약 및 SI 투자(전략적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에 따르면, AI 플랫폼인 RAPTOR AI를 이용해 대웅제약이 개발 중인 신약 이나보글리플로진과 DWN12088의 적응증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이랑 대표는 "자사의 AI 기술과 대웅제약의 신약개발 역량이 만나 기존 신약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꿔 한국 제약산업이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회사는 올해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기술평 평가를 통과했다. 지난 2019년 유전체 빅데이터 기반 AI 신약개발 기업인 신테카바이오의 기술성 평가 통과 이후, AI 신약개발 업체 중 두 번째로 기술성 평가의 벽을 넘었다.

 

정부 R&D 지원 정책에 대한 업체 관계자의 입장은?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도자료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도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5532억 원을 투입, 바이오산업을 키워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번 정책을 통해 △핵심산업 분야 집중 지원 △선제적 미래전략기술 확보 및 연구·활용 생태계 조성 △국민건강 증진 연구개발 확대 등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바이오산업에 투자되는 5532억원 중 신약 분야에 투자되는 금액은 837억원이다. 인공지능활용 혁신신약 발굴 금액은 올해 17억원인데, 이는 전체 금액(5532억원)의 약 0.3%에 불과하다.

한편, 정부는 2019년 3년 간 258억원을 투자해 AI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정부의 AI 신약개발 정책에 대한 업체 관계자의 입장은 어떨까?

스탠다임 김진한 대표는 "2015년 스탠다임 창업 당시 중소벤처기업부의 민간투자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의 지원을 받았고, ICT유망기술개발지원사업 국책과제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연구를 진행했다. 설립 초기 기업으로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스탠다임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좋은 기반이 됐다"고 호의적 입장을 밝혔다.

AI 신약개발 플랫폼 기업인 에이조스바이오 관계자는 "정부가 연구 개발비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긍정적 추세라고 생각한다"며 "소규모 과제 위주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영향력 있는 과제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취재 후기 

현재 전 세계 AI 신약개발 기업들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임상 시험에 진입한 기업들의 관련 결과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벤처캐피탈의 AI 신약개발 투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듯이, AI가 신약개발 과정에서 '도움'을 주는 존재가 아닌 '필수' 조건으로 진화할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한 취재원의 AI 신약개발에 대한 생각을 전하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10년 뒤에는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모든 기업이 AI로 신약개발을 하겠죠.

누군가 임상을 시작하고, (신약) 승인을 받으면 임팩트가 생겨요. 모든 회사들이 임팩트를 만드는 일에 함께 참여할 것이고, 저희 역시 같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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