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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신약개발에 여전히 상존하는 두 가지 시선

"국내서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신약개발을 한다는 곳은 많지만 성과는 미비하다. 때문에 주가를 고려한 쇼가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지난달 AI 신약개발지원센터장 기자 간담회에서 김우연 센터장에게 던져진 질문이다.

김우연 센터장은 "우려를 충분히 공감한다. 아직 코스닥 시장에 등록된 AI 신약개발 기업이 많지 않고,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쇼가 아니냐고 말하는 것은 한가지 단편적인 결과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신약개발 자체가 (AI) 기술을 적용하면 단번에 성과가 나오는 분야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국내 AI 신약개발에 대해 '실체가 없다'고 단정짓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임상 단계서 눈에 띄는 결과물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AI 신약개발에 대한 탐탁치 않은 시각은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서도 AI 신약개발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바이오 벤처 한 관계자는 "실리콘밸리 관계자들이 아직 결과물이 없는 AI 신약개발에 큰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처럼 AI 신약개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소 10년 이상 기간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신약개발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편견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편견을 깨뜨리기 위해 AI 신약개발 업체 관계자들은 임상에서 뚜렷한 결과물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으고 있다.

리커전의 주요 파이프라인. 사진=recursion.com/pipeline
리커전의 주요 파이프라인. 사진=recursion.com/pipeline

AI 신약개발 기업 중 임상 단계서 가장 앞서 나가는 기업으로 리커전 파마슈티컬스(Recursion Pharmaceuticals)을 꼽을 수 있다. 약물 재창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리커전은 지난해까지 4개의 임상 1상 파이프라인을 보유했고, 지난달 뇌 해면상 혈관기형(Cerebral Cavernous Malformation)을 적응증으로 하는 파이프라인이 임상 2상에 진입했다. 리커전은 임상 2상 첫 환자를 등록, 임상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AI 신약개발 업체 한 관계자는 "임상 1상에서 독성이 없는 것을 확인해야 하고, 2상에서 사람에 효과가 나타나야 한다"며 "이를 통해 기술 이전이 가능할 것 같고, 국내외 AI 신약개발 기업들이 PoC(Proof of Concept, 개념 증명)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AI 신약개발 기업들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온코크로스는 근감소증 등 근육질환을 타깃으로 하는 'OC514'의 호주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스탠다임은 지난해 전임상 후보물질 발굴에 집중하는 합성연구소를 신설했고, 디어젠은 AI 융합 신약개발 연구소를 설립해 임상 시험 파이프라인을 개발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만났던 한 취재원은 "누군가 임상을 시작하고, (신약) 승인을 받으면 임팩트가 생긴다. 모든 AI 신약개발 기업이 임팩트를 만드는 일에 동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AI는 분명 신약개발에 큰 도움이 되지만, 만능 해결사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AI 신약개발 기업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걸음마를 뗀 이들에게 더 이상 '실체가 없다'는 말보다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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