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넥스 사건, 의약품 규제 실효성과 합리성 제대로 점검할 기회

 

YTN 바이넥스 과잉 단독보도의 파장

이번 바이넥스 사건을 가지고 가정을 해봐야 일이 생겼다. 만약 어느 제약사의 내부고발이 있는데 당뇨약의 주성분을 한번에 다 투입하지 않고 나누어서 다 투입했다는 내용으로 고발이 있었다면 YTN은 단독보도를 했을까 ?

고발내용을 접한 언론사는 환자 위해성을 먼저 들여다 볼 것이다. 아마도 어쨌든 100%가 투입되었다면 위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고 나머지 사항 중 첨가제 분량이 허가사항과 다른 것은 인정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는 내용을 알아내고는 머리가 아팠을 것이고, 서류조작에 대해서는 중요하다고 보겠지만 위해성은 없을 것으로 보이는 서류조작만으로는 비중있게 다루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YTN은 내부고발 내용을 오해를 했는지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상식적으로 환자에 큰 위해를 끼칠 것으로 생각되는 '당뇨약 주성분을 임의로 10분의 1만 투입’ 등의 불법 임의제조 사건'으로 보도했다.

YTN은 3월 8일 첫 보도 이후 3월 9일 당뇨약의 주성분을 한번에 다 투입하지 않고 나누어서 다 투입했다는 회사의 입장을 전하면서 10분의 1만 투입했다는 첫 보도와 같은 뉘앙스는 사라졌다
YTN은 3월 8일 첫 보도 이후 3월 9일 당뇨약의 주성분을 한번에 다 투입하지 않고 나누어서 다 투입했다는 회사의 입장을 전하면서 10분의 1만 투입했다는 첫 보도와 같은 뉘앙스는 사라졌다

당연히 사회적 공분을 샀고, 식약처는 신속하게 조치에 들어갔다. 위 그림과 같이 숨가쁘게 식약처가 가지고 있는 힘을 총동원해서 빠르게 조치하고 해당 의약품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 해당 제약사들을 불법 임의제조 업체로 단죄하고 있으며, 제약바이오협회는 백주대낮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제명까지 거론하며 윤리위원회를 열고 회원사 자격을 정지시키고 있다.

YTN 보도 등에 따라 임의제조에 대한 사회적 공분의 분위기는 기존 회사를 인수해서 내부점검 중에 임의제조 건들이 확인돼 식약처에 자진신고하고 처리방향을 협의하고 있었던 비보존제약까지 바이넥스와 같은 반열에 올려놓고 단죄하게 됐다.

바이넥스나 비보존제약에서 문제가 된 동일 품목의 위수탁사들도 엉겹결에 조사를 받았으며 거기에 더해 대형제약사의 실태파악을 한다는 이유로 종근당, 한미약품 등 굴지의 제약사 4곳도 특별점검을 받고 종근당이 임의제조로 적발됐다.

그리고, 다시 제약바이오협회는 종근당을 대상으로 윤리위원회를 오는 27일 개최할 예정이다.

여기까지가 YTN 보도로 촉발된 바이넥스 사건의 흐름이다.

시작은 당뇨약 주성분 10분의 1만 임의로 투입·제조였다. 위해사건이고 공분을 살만한 일이었다. 그런데, 3월 8일 YTN 단독보도 이후의 YTN 보도내용과 3월 25일 식약처 발표내용(위 그림 참조)을 꼼꼼히 보면 당뇨약 주성분은 100% 투입된 것으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바이넥스에 대한 처음 보도내용을 보면서 업계 관계자들은 주성분량을 허가사항과 다르게 터무니없이 적게 투입했다는 등의 내용을 보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특히 주성분량을 10분의 1만 투입해 제조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은 행위이고 그럴만한 동기를 추측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약업계 등은 아직도 당뇨약 주성분을 10분의 1만 투입으로 잘못 알고 있는 정황이 보이는 데 주요 전문지들이 바이넥스 사건에 대한 처음 보도내용을 주석이나 사과없이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히트뉴스도 뒤늦게 YTN의 수정된 보도내용을 확인하고 바이넥스 사건에 대해 YTN 보도를 인용하여 처음 보도한 기사 "글리메피리드의 정량이 정상 제조방법에선 1000g이지만, 별지 제조방법에선 1/10 수준인 100g에 불과"에 대한 주석과 사과의 내용을 게재했다.

 

YTN 보도만으로 위해사건으로 단정짓고 신속했던 식약처

발빨랐던 조치에 비해 위해성에 대해선 늑장, 소극적 발표

당뇨약 주성분을 10분의 1만 투입했다는 보도내용에 대한 문제는 YTN도 파악했는지 보도내용이 텍스트로 보이는 YTN 홈페이지 뉴스 다시보기에서는 3월 8일 첫 보도는 찾을 수 없고 후속보도만 찾을 수 있으며, 유튜브 채널에서는 3월 8일 첫 보도 영상을 찾을 수 있다.

그렇지만 식약처는 일반인들의 시각이 자극적인 첫 보도의 프레임에 갇혀 있을 것을 알면서도 당뇨약 주성분을 10분의 1만 투입했다는 핵심사항의 진위여부를 신속한 조치들에 비해 오랜 시간이 지난 3월 25일에서야 특별점검결과 보도자료 내용 중에 "위반행위가 확인된 제품에 대하여는 수거하여 직접 검사한 결과 함량 등은 시험기준 내에 있어서 인체에 위해는 적을 것으로 판단됨"이란 내용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왜 10분의 1만 투입한 것으로 보도되었는지, 실제로 회사 해명대로 나누어서 투입한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발표하는 것에 그치면서 위해성 사건 프레임을 걷어내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식약처의 조치에 대한 업계의 불만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명칭 그대로 위해사건에 투입해야 할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을 YTN 보도와 하루의 행정조사만으로 '전격 투입'해 수사로 전환하면서 업계를 불안에 떨게 하고 업계 전체를 죄인다루듯이 해 사건의 진상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들이는데 어려움을 겪게 만들었다.

 

언론에 당하고 식약처에 절절매고 있는 업계를 대변하지 않고

고고한 체 회원사 조리돌림 열중하는 제약바이오의약품협회

위해사건 프레임이 책임지는 주체없이 제약업계에 애매모호하게 덧씌어져 있는 상태에서 제약바이오협회는 식약처가 성급하게 조치하고 언론이 자극적인 보도를 하더라도 차분하게 진상을 파악하여 업계를 대변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했다.

협회는 건전하게 규제를 준수하고 있는 제약업계에 있을 수 없는 일부 업체들의 일탈로 단정짓고 해당 업체들에 강력한 제재를 취해 업계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겠다며 3월 18일에 윤리위원회를 개최했는 데 이날은 위해성에 대한 식약처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기 일주일 전이었으며, 이 과정에서 비보존제약은 협회의 처사에 반발해 탈퇴하기까지 했다.

이제 국민들에게 대한민국 제약업의 상징과도 같은 종근당과 같은 대형 제약업체가 적발되었고 협회는 기존에 하던 방식으로 오는 27일 윤리위원회를 개최한다고 예고했다.

이제라도 협회는 이번 사건의 진상과 본질을 직시하고 식약처를 설득하고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바로잡으면서 필요한 제도개선을 이끄는 진정한 제약업계의 대변자 역할을 해야하지 않겠는가.

 

바이넥스 류 사건 재발방지를 위해 '왜'란 물음과 답이 필요하다

바이넥스 사건이 시작되고 위반사항에 대한 조치들과 함께 GMP 개선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제조소-식약처 간 정례협의체가 가동됐다고 한다.

식약처는 바이넥스 사건이후 여러차례 진행사항 및 조치들을 발표하면서 바이넥스 사건에 대한 세중의 물음 즉, '왜'’ 별지가 존재하게 되었을까, 왜 변경허가를 받지 않고 임의로 첨가제 량을 바꿨을까, 왜 종근당 같이 큰 회사가 변경허가를 받지 않고 임의제조를 했을까 등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식약처 발표로 보면 위반내용은 임의제조이고, 위반이유는 법을 지키지 않고 임의로 제조한 것이고, 재발방지 계획은 처벌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품질에는 문제가 없고 위해하지도 않을 것으로 본다니 제약회사가 품질비용은 비용대로 지출하면서 왜 변경허가를 받지 않았을까 라는 당연히 따라올 수 밖에 없는 물음에 대한 답이 없다.

제조소-식약처 간 정례협의체를 가동해서 개선방안 등을 논의한다고 하지만 '왜'란 물음을 충분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논의주체가 충분히 구성되었는지 의문이 갈 수 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바이넥스 사건이 GMP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식약처 사후관리 부서와 업체 제조소 관계자만 모여서 될 일일지 의문이다.

변경허가를 받지 않고 임의제조를 하였으니 식약처의 허가부서와 변경관리 부서는 개선방안 마련에 참여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지금까지 식약처 발표는 허가관리 측면의 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바이넥스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왜’라는 질문과 함께 식약처 허가관리 부서를 망라한 책임있는 관계자들과 협회가 머리를 맞대고 바이넥스 사건의 진상과 현 의약품 규제의 실효성과 합리성을 제대로 따져 보고 이번 사건을 업계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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