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마진 2% 인하조치에 반발, 약발협 중심 결정한 듯
단순물류 외 기능적 차별화 노력없이 단체행동 의존 ‘비판’

끝나지 않는 마진전쟁. 계속해서 수평을 달릴까?
끝나지 않는 마진전쟁. 계속해서 수평을 달릴까?

낡은 영사기에 올려놓은 오래된 영화필름? 도매업계가 또 단체행동을 들고 나왔다. 그런데 이번엔 “쉬쉬”하는 분위기다. 상대배우는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도매업계 캐스팅만 이번이 두 번째다. 

2년여 전 11개 품목의 일반도매 유통마진을 2% 인하하면서 불거졌던 의약품 도매업계와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의 마진율 싸움이 또 다시 재현됐다.

약국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나이티드제약이 신제품의 일반 유통마진을 11%에서 9%로 인하하면서 이에 반발한 약업발전협의회(일반도매 모임)가 유나이티드의 주요 품목을 17일부터 공급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나이티드 제품 주문창 검색 결과.
유나이티드 제품 주문창 검색 결과.

약발협의 이 같은 결정에 따라 17일 도매업계는 유나이티드 제품에 대한 출하거부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약국대상 의약품 쇼핑몰에서 품목검색을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가스티인씨알정 300T/30T ▲덱시마정 30T ▲레보틱스CR서방정 300T/30T ▲실로스탄씨알정100 100T/30T ▲유니그릴씨알정 100T/30T ▲클라빅신듀오캡슐75/30C 등 10개 품목은 대부분 품절상태이거나 재고물량을 최소화해서 노출한 상태였다.

도매 영업사원이 약국에 보낸 문자메시지.
도매 영업사원이 약국에 보낸 문자메시지.

서울의 한 약국 K약사가 거래 중인 B도매업체 영업사원으로부터 받은 문자를 보면 이 같은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영업사원은 ‘유나이티드 신제품에 대해 9% 마진 공급이 문제가 되어 해당 제품에 대해 오늘(17일) 저녁 8시까지만 판매’한다고 안내했다.

K약사는 영업사원의 문자를 받고 쇼핑몰 입점업체 중 재고가 있는 T도매에 가스티인씨알정 을 주문했으나 해당 업체는 곧바로 재고가 없어 배송하지 못한다는 전화를 걸어왔다고 한다.

도매업계는 2015년말에도 유나이티드가 일부품목에 대해 선별적으로 마진을 인하하겠다고 통보한 것에 반발해 이번과 똑같이 취급거부 등

단체행동에 나섰는데, 당시에는 유나이티드가 마진인하를 철회하면서 봉합된 바 있다.

통상적으로 일반도매 유통마진은 국내제약이 10~11%, 다국적제약이 5~6% 선에서 지급하고 있으나 약가인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이익률이 떨어진 국내제약사들이 일반도매의 유통마진율을 인하하려고 시도했으나 번번이 도매업계의 단체행동에 막혀 실패했다.

고육지책으로 기존 공급품목에 대한 마진율은 유지하면서 새롭게 출시된 신제품의 마진율만 9%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차선책을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유나이티드의 경우 해당 품목의 매출이 올라가면서 도매업계의 눈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사에서 유통업무를 담당했던 P씨는 “이익이 많이 남을 때는 같이 산다는 분위기가 있어 일반도매 마진율을 후하게 줬지만 지금은 제약사도 여유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단순물류 외에 기능적 차별화를 하지 않으면서 계속해서 단체행동에만 의존하는 행태가 언제까지 통할 수 있을지 도매업계 스스로 냉정히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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