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전문가, 리베이트 제어 통로수단으로 필요성 공감

[종합] 제1회 헬스케어정책포럼

전 임직원 혼연일체 내재화해야 실효성 확보
정부-제약, 인증기업 인센티브 교감 형성도

국제표준화기구(ISO)가 만든 반부패경영시스템 표준 'ISO37001'은 의약품 분야 리베이트를 근절할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을까? 정부와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CSO(영업판매대행) 활성화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사정당국에 ISO37001은 '경제적 이익 등 지출보고서' 작성·보관 제도와 함께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 시스템이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는데는 상당한 노력과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히트뉴스와 약사공론이 공동주최하고 제약바이오협회가 후원한 '벼랑 끝에 선 리베이트(CSO/매출할인)...그리고 ISO37001' 주제 제1회 헬스케어정책포럼에서는 최근 리베이트 규제환경 변화와 CSO 논란, 대안으로써 'ISO37001' 활용론과 제한점 등이 폭넓게 논의됐다.

이날 포럼에는 발표자 3명, 패널 7명 등 관련분야 전문가와 유관부처인 복지부-공정위 담당 과장 등 총 10명이 참석했는데, 200여명의 청중 대부분이 행사 종료 때까지 이석하지 않고 발표와 토론을 지켜봤다. 

사정당국은 '매의 눈'으로 보고 있다=강한철 김앤장 변호사는 이날 '판례로 본 의약품 리베이트 규제 환경의 변화'라는 제목의 주제발표에서 최근 수사당국과 법원이 주목하고 있는 리베이트 관련 논점을 제시했다. 사례로는 전납도매와 관련된 전주 리베이트 사건, 리베이트 횡령죄 인정 판결, 서울서부지검 영양수액제 리베이트 사건 등이 소개됐다.

강한철 변호사는 "책임은 실무자 이외에 고위임원, CEO 및 오너를 향하는 경향이 있고, 규제기관은 비난 여론에 민감히 반응해 처벌을 강화한다. 디지털 포렌식 기법을 통해 전자문서 복구가 용이해졌고, 공익신고자 보호강화로 익명신고 등 정보제공도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단 위험요소가 생성되면 확산·전파를 제지하는 건 매우 어렵다. 전사적이고 시스템적인 컴플라이언스 통제와 감시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문수 제조업감시과장은 제약분야 리베이트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선을 간접적이지만 명확히 전달해줬다.

김문수 과장은 이날 패널토론에서 "공정거래분야에서는 카르텔(담합)이 가장 빈번하고 이슈가 되는데 제약분야에서는 리베이트(부당고객유인행위) 사건이  굉장히 많다"면서 "최근 10년간 현황을 봤더니 61건이 적발돼 60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걸 확인했다. 회사당 10억원이나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정업종에서 특정유형의 사건이 이렇게 많다는 건 특정기업이나 특정개인의 일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최근에도 리베이트 사건 2건을 처리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벼랑 끝에 선 리베이트?=제약계의 노력으로 윤리경영 풍토가 조성되고 있는 분위기라고는 해도 최근 핫이슈로 부상한 제3자를 통한 리베이트, 바로 CSO(영업대행업체)는 이런 '매의 눈'의 표적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아직 판결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강한철 변호사가 소개한 판결문대로라면 횡령죄로 더 엄하게 처벌받을 수도 있다.

박성민 HnL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날 주제발표에서 'CSO와 매출할인' 이슈를 초점으로 다뤘다.

박성민 변호사는 "CP를 열심히 하거나 CSO에 대해 교육프로그램 등을 운영해도 여전히 CSO의 불법행위를 묵인하거나 요인 또는 감수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 그동안 제약사의 노력은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했다.

쟁점이 되는 요소는 수수료율, 매출할인, 도매상 마진 등을 꼽았다. 그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마진이 모두 적정하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일부 제약사 등은 이런 상황을 활용해 매출할인을 통한 리베이트를 제공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매출할인을 통한 리베이트 의도가 전혀 없는 제약사나 도매상도 그런 의심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현재의 높은 수수료율이나 도매상 마진 등을 그대로 두면 음성적 리베이트와 이에 대한 감시와 처벌이 계속되는 토대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제3자 리스크는 글로벌 이슈=이런 제3자 거래 문제는 한국에만 특징적인 현상은 아니다. 황지만 안진회계법인 상무는 이날 패널토론에서 "글로벌 제약사들도 제3자 문제는 높은 수준의 리스크로 관리된다. 한국에 진출한 외자계 제약사들에게도 CSO나 도매업체 등 제3자 리스크는 국내 제약사와 다르지 않다. 코프로모션 과다 수수료, 전납도매 입찰 등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황지만 상무는 "다만 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를 비교하면 국내사 리스크가 훨씬 크다. 글로벌사는 이걸 리스크로 생각하고 이미 대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국내 상황은 어떤가. 마진이 과다하면 사정당국은 이 마진이 어디로 흘러들어가는 지 기초적인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가령 과세당국은 접대비나 판촉비에서 최근에는 할인율이나 마진이 적정한 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면서 "국내 기업도 제3자 관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은경 유엔글로벌콤팩트한국협회 실장도 "글로벌 기업에게 3자 이슈는 굉장히 중요하다. 반부패 벌금 톱10의 벌금 50~60%가 3자 이슈를 통해 불거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을까.

박성민 변호사는 "매출할인 등의 리베이트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법과 제도의 개입을 고려할 수 있는데, 적정마진 상한을 설정하고 원칙적으로 그 상한을 지키도록 하되 예외적인 경우 초과 마진 거래도 인정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윤병철 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적정 영업이익률(도매마진 등)을 (제도적으로) 어느정도로 정할 것이냐, 이 부분은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일축했다. 사실 정부가 CSO를 포함한 새롭고 효과적인 리베이트 규제수단으로 기대하고 있는 건 경제적 이익 제공 등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화제도다. 제약협회는 회원사들이 이용하고 있는 CSO 현황을 사실상 전수조사해 복지부에 현황을 제출하기도 했다.

'ISO37001'과 제3자 규제=제약바이오협회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반부패경영시스템(ISO37001)은 어떨까. ISO37001은 현재 1차로 국내 제약사 8개가 인증을 마쳤고, 내년 연말까지 총 43개 업체가 5차로 나눠 인증을 받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중에는 아스텔라스제약, 오츠카제약,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박스터 등 외자계 기업도 포함돼 있다.

국내 제약사 중 8번째로 ISO37001 인증을 받은 소순종 동아ST 상무는 이날 주제발표에서 "인증심사 결과 부적합 제로, 개선권고 14건 등으로 나왔다"고 했는데, 개선권고 사항의 주요내용에 제3자와 계약할 때 리스크를 평가한 뒤 계약하라는 예방적 실사 강화가 포함돼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해 ISO37001은 높은 수준의 기업 자율규제로 CSO 등 제3자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또다른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소순종 상무는 "ISO37001 인증은 동아ST 임직원들에게 중요한 경험을 만들어줬다. 우선 부패 리스크 관리에 대해 전 사원이 소통하는 기회였다. 특히 현장심사를 경험한 임직원들은 부패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몸소 체득했다. ISO37001은 대내외적으로 매우 효과적인 리스크 관리 소통수단이고 회사 윤리경영 내재화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은경 실장의 설명에 의하면 ISO37001은 미국과 영국의 반부패법이 강력한 컴플라이언스를 요구하는 배경에서 나온 산물이다.

윤병철 과장도 "ISO37001 도입은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공감을 표했다.

ISO37001 인증은 시작일 뿐=이처럼 이번 포럼에서 확인된 건 ISO37001 도입 필요성이나 리베이트를 줄일 수 있는 수단으로써 ISO37001의 유용성에 대해 정부나 전문가들 모두 이견이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

이원기 한국컴플라이언스인증원장은 "2006~2007년 약 60여개 제약기업들이 CP를 도입했지만 과징금을 감경받는 보험용 수단으로 생각했지 본질에 접근하지 못했다. ISO37001도 이렇게 접근하면 CP의 되풀이가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리베이트는 임원 등 최고경영자가 결단할 문제다. 전 임직원들을 참여시키고 준법의식이 조직의 행동양식으로 내재화되도록 해야 한다. ISO37001을 인증 받았다고 부패행위가 근절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의 도구일 뿐이며, 끊임없이 개선하고 실천하는 노력을 내재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은경 실장도 "ISO37001이 반부패 윤리경영 시스템과 문화를 완전히 보증하는 건 아니다. 지속적인 실사와 리스크 평가를 통해 적절한 반부패 정책과 방침을 갖추고 이를 기업 문화화해야 한다"고 했다.

인증기업 베너핏에 대한 기대=소순종 상무는 "인증이후 3년 뒤에 갱신심사를 받게 되는데, 갱신기업의 경우 윤리경영 수준이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기업에 대해 정부차원의 베네핏를 부여하는 것도 고려할만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윤병철 과장은 "인센티브 방안을 고민 중이긴하다. 다만 다국적 제약사의 경우 거의 인증을 안받는다고 하니까 본사 기준을 활용할 지 등 다각적으로 검토해 봐야 한다"며 일단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이은경 실장은 "올해 정부가 보건의료분야가 포함된 반부패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했는데, 거기에 인센티브에 대한 고민도 있다"고 했다.

한편 경실련 소속의 신현호 변호사는 이날 패널토론에서 "리베이트 근절은 수수자인 요양기관의 경제적 유인동기를 없애주는게 가장 효과적이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부당이득의 징수)는 사무장병원이나 면허대여약국에 대해 수익의 100%를 환수하고 500% 이하의 과징금을 물릴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를 요양기관에 적용해 부당이득 전체를 환수하고 5배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면 경제적 유인동기를 없앨 수 있을 것"이라며, 의약품 공급자 처벌위주의 제도의 한계점을 간접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김은하 글로벌의약산업협회 상무는 "우리 회원사는 본사가 속한 국가의 법과 본사자체 규정, 해외 브랜치가 속한 국가의 법 등 반부패와 관련한 여러 규제를 동시에 소화하기 때문에 가장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다. 따라서 ISO37001을 별도로 도입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본다. 어떤 시스템을 도입하느냐 보다는 임직원 교육, 부패 리스크 평가, 내외부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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