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디지털 기술과 접목으로 고객(환자)과 연결에 주목해야

박정관 DrxSolution 대표. **photo by 김현철 기자
박정관 DrxSolution 대표. **photo by 김현철 기자

디지털 벤처에 빠진 박정관 DRxSolution 대표

DRxSolution 대표 박정관. 디지털? 또는 스마트 약국을 위한 솔루션 기업으로 풀면 딱 맞을 벤처를 위해 그는 개발자 4명과 위드팜을 나왔다. 2000년에 창업해 20년을 경영한 약국프랜차이즈 위드팜을 두고 또 다시 도전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20년 세월 동안 위드팜도 꾸준히 변화했다. 조제전문약국 콘셉트로 의약분업 초창기를 호령했던 하드웨어적 성격은 옅어졌다. 환자와 약국을 잇는 온오프(on-off) 플랫폼에 신경을 더 많이 쓴다.

스마트폰 앱으로 약국과 환자를 연결하는 '내손안의약국' 2.0 버전을 준비하며 박 대표는 DRxSolution 살림을 따로 냈다. 안정감에 더 익숙해져도 될텐데... 굳이 벤처의 길을 나선 그는 "개발자들과 이야기하는게 참 재미있다"고 말한다. 출시 1년을 넘긴 내손안의약국 1.0 버전의 성과가 기대에 못미쳤다는 점은 박 대표도 선뜻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길게 잡아 10년 후" 약국의 변화에 주목했다. 1979년 영남대학교 약학대학을 나온 그는 "이것 하나 만큼은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다"고 했다. '이것 하나'가 뭘까. "약사회가 들으면 싫어할지도 모른다"는 스마트 '스토리'에 귀를 쫑끗 세웠다.

3월 31일 서울 반포대로 위드팜 회의실에서 박 대표와 인터뷰했다. 직접 인터뷰에 나선게 7~8년 만에 처음이란다. 약국의 스마트한 변화, 그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1985년 복지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셨네요. 의약분업이 시작됐던 2000년 위드팜을 창업했고요. DRxSolution이 2년 정도 되니까 어림 짐작으로 15~16년에 한 번씩 도전을 크게 하신 셈이네요.

"호기심이 많아요. 기본적으로. 직원들에게도 질문을 많이 해라, 궁금증을 많이 가져라,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일은 완전히 달라진다고 잔소리해요. 보통은 사업계획을 세우고 거기에 맞춰 성과를 평가(KPI) 하잖아요. 이제는 목표만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이냐 생각하라고 해요. 배우고 바꾸고, 배우고 바꾸는게 재미있어요. 다 알려진 일이지만 2007년에 위드팜에 재무사고가 크게 났어요. 그때 그 일 덕분에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위드팜이 꺼낸 조제전문약국 콘셉트가 한때 크게 주목받은걸로 기억해요. 의약분업으로 약국환경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우왕좌왕할 때 방향성 만큼은 확실히 보여줬잖아요.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위드팜의 사업방향도 많은 변화를 겪은거 같아요.

"재무사고가 나고 4개월 정도 잠을 못잤어요. 너무 잠을 못자니까, 종교도 없는 사람이 오죽하면 오대산 상원사를 갔겠어요. 우연히 주지스님 권유로 하루밤 묵었는데, 인연이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드는게, 그때 그 스님 법문을 듣고 넉 달 만에 처음으로 한 일곱시간 푹 잤어요. '계속 생각한다고 잃어버린 돈이 돌아오느냐'는 거였는데, 별말 아닌 것 같지만 그때부터 잠을 잘 수 있었고 사업도 수습할 수 있었어요. 조제약국의 하드웨어적 필요성에 초점을 맞췄던 사업 방향성이 약국의 경영 플랫폼, 소프트웨어적 성격에 관심을 가지는 방향으로 변하기 시작한게 그 때 부터에요. 사고 덕분에 강제적으로 바뀐거라고도 볼 수 있지만 지금보면 사업의 방향성 만큼은 제대로 잡았다 생각해요."

위드팜 회의실에서 인터뷰 중인 박정관 대표.  **photo by 김현철 기자.
위드팜 회의실에서 인터뷰 중인 박정관 대표. **photo by 김현철 기자.

-벤처 2년, 어떻습니까? '내손안의약국' 앱 출시했을 때 약국시장에서는 비관적인 전망이 많았어요. 당장의 일이 아닌데... 약사들이 관심을 갖겠느냐는 거였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님은 벌써 업그레이드 버전을 준비하고 있어요. 확신이 있나요?

"작년에 정재승 KAIST 교수 초청특강을 했어요. 정 교수는 앞으로의 세상을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일치하는 것으로 설명해요. 4차산업혁명을요. 저는 디지털 대전환, 디지털 혁명을 눈 앞에 두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약국시장이 어떻게 바뀔거냐? 온라인, 디지털, 스마트 이런 단어들이 앞으로 약국 앞에 자주 붙을 거에요. 약사들 거부감이 많겠지만 그게 현실이에요. 당장 코로나 때문에 틈이 열린 의료현장을 생각해보세요. 코로나가 처방조제에 디지털 기술을 잠깐이지만 불러들였어요. 언제까지나 제도적으로 틀어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세상을 변화시키는 디지털 테크놀로지로 약사·약국의 역할이 보완되면서 빛이 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해요."

-대표님의 벤처는 스마트약국을 위한 준비가 목표라고 봐도 되겠네요. 내손안의약국 앱이 그 첫 출발일테고. 2.0을 준비중이라고 했는데 어떤 점이 달라지나요?

"맞아요. DRxSolution의 기본 목표는 스마트 약국이에요. 약국에서 사용하는 플랫폼이라고 해봐야 지금은 약제비 청구프로그램 밖에 없어요. 초지능, 초연결 사회에 대비하자면 핵심은 고객과 네트워크 아닐까요. 온라인으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해주는 플랫폼, 이 플랫폼 구축이 우리의 1차 목표에요. 물론 약사들이 이런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의 필요성을 지금은 제대로 알지 못해요.

6월쯤 내손안의약국 2.0이 나와요. 2가지 기능을 보완하고 있는데 한 가지만 말씀드리면 환자들이 약을 잘 챙겨먹을 수 있도록 약사들이 앱을 이용해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거에요. 1차적으로 항암제나 호르몬제, 먹는 간격이 불규칙한 경우 등 복용시간을 꼭 지켜야하는 약을 스마트폰 앱에서 약사가 간단히 입력하고 고객이 잘 따를 수 있도록 관리해주는 형태에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고객별 맞춤 건강비서 기능도 제공할 거에요."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역할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요. 약국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약사들이 이런 변화에 거부감을 가진다면, 그런 이유 때문 아닐까요?

"인공지능 로봇, 왓슨이 진료현장에 투입됐을 때 의사들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들이 나왔지요? 지금까지의 결론은 그런게 아니에요. 기술적 진단이 왓슨의 몫이었지요. 치료의 최종 방향성은 의사들이 결정합니다. 보완재 역할이에요. 약국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조제하거나 복약지도는 디지털 기술이 대체할 수 있어요. 하지만 환자와 감성으로 연결되고 이를 통해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약사의 몫이에요. 대체할 수 없어요.

먼저 공개한다고 직원들이 핀잔 줄 것 같은데... 우리는 3.0에서 인공지능 챗봇을 도입할 계획이에요. 챗봇이 누적된 데이터로 단골고객을 알아보고 필요한 의약품을 추천하고 상담하는 것을 생각해요. 챗(Chat) 뿐만 아니라 보이스(Voice)로도요. 키오스크 형태가 될 것 같아요. 우리는 이 아이를 파미(Pharmy)라고 부릅니다. 간단한 앱 정도를 생각한게 아니에요. 건강과 관련한 개인별 맞춤형 플랫폼을 완성시키는게 최종적인 목표에요."

박정관 DRxSolution 대표. **photo by 김현철 기자
박정관 DRxSolution 대표. **photo by 김현철 기자

-결국 대표님은 DRxSolution을 통해 미래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 거네요. 하지만 미래는 언제나 막연하잖아요. 디지털 기술, 4차산업혁명이 좁게는 약국, 넓게는 헬스케어산업 영역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날이 언제라고 보세요?

"10년 내 지금과 같은 약국 형태는 반 이상 바뀔거에요. 왜 아마존이 필팩이라는 온라인 약국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가며 사갔을까요? 미래를 본 거에요. 온라인으로 리필(refill) 처방을 받고 원도우즈(one-dose, 1회복용)씩 파란상자에 포장해서 집앞까지 배달해주는게 캡슐이에요. 우리는 제도적으로 막혀있지만, 이런 혁명적 변화들이 이미 진행되고 있어요. 병원 앞, 의원 앞 오프라인 약국, 환자가 꼭 방문해야하는 이런 약국의 형태가 계속될 거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준비해야 하지 않겠어요? 저는 약사니까 약국에 닥쳐올 변화에 대비하는데 도전해보는 거에요. 그 결실을 후배들에게 남겨주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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