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 도입 등 진료·조제 환경 급격히 변화

파란색 상자에 시간대별로 복용해야 하는 약을 조제해 배송한다. PillPack 홈페이지.
파란색 상자에 시간대별로 복용해야 하는 약을 조제해 배송한다. PillPack 홈페이지.

#1. 온라인약국, 처방약 배달하는 서비스

2013년 창업한 미국의 헬스케어 스타트업 필팩(Pillpack)은 고객이 병원이나 약국에 직접 가지 않아도 복용해야 할 약을 시간 순서에 따라 조제한 다음 파란색 종이박스에 담아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일명 “약 배달 서비스 기업”이다.

고객이 필팩의 홈페이지에 회원 가입하고 평소 이용하던 약국과 의사, 보험사 등 정보를 입력하면 필팩 담당자가 약국과 협의해 고객의 처방전과 처방약을 양도받는다. 처방전을 다시 받아야 할 경우에는 병원에도 직접 접촉해 대신 받아준다. 처방약 뿐만 아니라 비타민 등 영양제도 정기적으로 배송해 준다.

필팩의 서비스는 미국에서만 100만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월마트가 10억달러(약 1조원) 규모로 필팩과 인수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외신보도가 나온 바 있다.

뉴욕에는 필팩과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약국 ‘캡슐(Capsule)'도 있다. 필팩은 정기적으로 약을 복용하는 환자를 타겟으로 한 반면 캡슐은 모든 환자군을 대상으로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진행한다는 정도만 차이다.

#2. 진료·조제실을 장악하는 AI로봇

인공지능(AI) 기술이 진료와 조제 행위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은 보편화됐다. IBM이 내놓은 AI의사 왓슨(Watson)이 2016년 인천 길병원에 도입된 이후 부산대병원, 대구가톨릭병원, 조선대병원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조제로봇은 이 보다 더 빨리 도입됐다. 2015년 9월 삼성서울병원이 이탈리아 루치오니 그룹의 조제로봇 ‘아포테카 케모(APOTECA Chemo)'를 암병원에 투입했다. AI와는 거리가 있지만 조제기계인 JVM, 크레템 등은 1만개 이상 약국에 설치돼 있다. 약물-약물, 약물-음식간 상호작용을 포함한 복약지도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자동화시스템으로 사실상 대체된 상태다.

인공지능·로봇의 일자리 대체 가능성에 대한 한국고용정보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사람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직업으로 약사 68.3%, 간호사 66.2%, 의사 54.8%로 나타났다. 빅데이터로 무장한 로봇에게 진료·조제실의 기계적 업무는 점진적이지만 급격하게 넘어가고 있다.

#3. 디지털 기술로 고객-약국 연결 "O2O"

DRxS Solution 박정관 대표.
DRxS Solution 박정관 대표.

의약분업 첫 해인 2000년. 조제전문약국 콘셉트를 발 빠르게 들고 나왔던 위드팜 박정관 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초연결 시대를 살고 있고 미국에서는 이미 필팩, 캡슐 같은 온라인 서비스 약국들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우리 약국도 단순조제나 복약지도 같은 기능적 단계에서 벗어나 환자에 대한 총체적 케어(care)를 제공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강조해 왔다.

그런 그가 DRxS 솔루션이라는 위드팜 계열 자회사를 설립하고 첫 작품으로 약국앱 ‘내 손안의 약국’(Pharm in palm, 이하 PIP)을 내놨다. ‘디지털 기술로 고객과 약국을 연결하고 상호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한다’는 DRxS의 목표가 반영된 사업이다.

환자는 단골약국의 PIP 앱을 다운받아 처방전을 전송하면 약국에서 곧바로 조제약을 받아갈 수 있고, 처방전 보관 기능을 통해 복용하던 약 정보도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 또 의약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의약품 식별’, 약제비 영수증을 모아두는 ‘영수증 관리’, 혈압·혈당 등 건강지표를 기록하는 ‘내 건강기록’과 같은 기능들이 탑재돼 있다. 약국은 이런 기능들을 활용하게 될 단골환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갖게 된다.

PIP는 필팩, 캡슐이 보여준 변화의 연장선이지만, 조제약 택배 등 국내의 법률적·정서적 한계 안에서 시도한 소극적 변화의 첫 출발로 읽힌다.

DRxS는 약국들이 PIP 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테스트 기간 동안 확보하게 될 피드백을 반영해 PIP의 기능적 측면을 보강한 후 본격 론칭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1일 열린 설명회에서 “미국에서는 약국앱에 얼마나 많은 고객이 연결돼 있느냐에 따라 약국의 권리금이 달라지기도 한다”며 “약국과 환자가 온라인에서 연결되는 O2O(Online to Offline) 모델을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DRsX 박정관 대표의 설명회 PT 마지막 장. 우리 모두가 이제 변화를 선택해야 할 시점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DRsX 설명회 PT 마지막 장. 우리 모두가 이제 변화를 선택해야 할 시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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