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진 허가취하… "정부 요청으로 급히 일본서 수입"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NIP) 대상 품목인 BCG(결핵예방) 백신 입찰비리 혐의를 받는 한국백신이 딱 이처지다.

최근 피내용 BCG 백신의 품목허가를 자진 취하한데 대해 업계 일각에선 "무슨 의도냐"며 의구심 가득한 눈초리를 보내고 회사는 "혐의와 허가 자진취하는 별개"라고 선을 긋는다.

히트뉴스 취재 결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본부는 "허가 자진취하는 취하 그 자체"라며 한국백신의 주장이 맞다고 밝혔다. 

 

한국백신 '피내용BCG' 4년 여만에 취하

업계 "그 사건 때문에?" 의심 품게 돼

한국백신 계열사 한국백신상사는 지난 11일 피내용 BCG 백신 '피내용건조비씨지백신(일본균주, 이하 피내용 BCG)'의 품목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한국백신 '피내용BCG'는 엑세스파마의 '피내용건조비씨지백신에스에스아이주(이하 SSI주)'와 국내 유통되던 피내용 BCG 백신이다. 국내엔 두 품목 밖에 없다.

질병관리본부는 '피내용BCG SSI주'의 공급 불안정을 막기 위해 한국백신에 추가 품목 도입을 요청, 2016년 회사는 관수용으로 피내용BCG를 허가받았다. 관수용은 '정부의 수요로 쓰이는 용도'의 의미로 피내용BCG는 보건소에 공급됐다.

반면, 피내용BCG SSI주는 지난 2003년 일반 허가를 받았다. 그래서 민간 의료기관에도 쓸 수 있다.

두 품목 모두 수입산으로 한국백신은 일본 JBL사에서, 엑세스파마는 말레이시아 AJ사(구 SSI사)에서 오고 있다. 국내에서 쓰이는 BCG백신은 피내용(주사형), 경피용(도장형) 두 종류가 있다. 국내에서는 피내용을 국가필수예방접종(NIP) 대상 품목으로 뒀다. 이른바 '불주사'로도 불렸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연간 40만명의 신생아가 BCG 접종을 받는데 ▷NIP를 통해 보건소에서 무료로 피내용을 50% ▷보호자가 선택해 의료기관에서 유료로 경피용 50%를 받는 것으로 집계된다.

피내용 및 경피용 BCG 백신 비교 (사진출처=공정거래위원회)
피내용 및 경피용 BCG 백신 비교 (사진출처=공정거래위원회)

한국백신의 경우 '피내용 BCG'를 허가받기 전 1993년부터 '경피용 BCG'를 보유, 판매해왔다. 국내 유일한 경피용 BCG 품목이다.

접종 시행비용으로 피내용 BCG 백신은 1만8600원, 경피용 BCG 백신은 2만7000원이다. 피내용보다 경피용이 비싸며 저출산 현상에 따라 매출이 줄어드는 추세였다.

이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이 고가의 경피용 BCG 백신 판매를 늘리기 위해 가격이 싼 피내용 BCG 주문을 중단한 바 있고, 부당하게 독점 이득을 챙겼다는 혐의로 보고 있다. 

현 상황을 악용해 고가의 '경피용 BCG'로 임시 NIP 입찰을 유도했다는 것. 검찰은 지난해 12월 한국백신 최 모 대표를 기소했다. 때마침 회사가 '피내용 BCG' 품목을 자진 취하한 것을 의심의 빌미가 됐다.

 

"관수용으로 신속 허가… PMS 자료 낼 여력 없어 · 질본도 발주 안해"
질병관리본부 "한국백신 품목 취하돼도 수급 불안하진 않아"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혐의와 별개로 피내용 BCG 자진취하는 억울하다"고 했다. 오는 22일 재심사(PMS) 기간이 끝나는데 제출 자료가 확보되지 않아 취하할 수 밖에 없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행정처분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피내용 BCG는 관수용이라 질병관리본부가 사줘야 하는데 발주 요청을 받지 못했다"며 "식약처와 논의했지만 해결할 길이 없어 취하한 것"이라고 했다.

이는 한국백신의 피내용 BCG 태생에서 비롯된다.

국내 유통 중인 피내용 및 경피용 BCG 백신 간 비교 (사진출처=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
국내 유통 중인 피내용 및 경피용 BCG 백신 간 비교 (사진출처=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

한국백신의 공정거래 위반 사실을 기재한 공정위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5년 3월 '피내용BCG SSI주'는 덴마크의 국립혈청연구소(SSI)가 백신 부문 민영화를 추진한 후 말레이시아 AJ가 SSI사를 인수하는 2017년까지 약 3년동안 생산이 중단됐다.

수급이 어려워지자 질병관리본부는 2015년 8월부터 JBL사의 피내용 BCG 국내 공급 방안을 한국백신과 협의했다. 2016년 3월 한국백신은 피내용 BCG 백신 허가를 획득해 그해 2만1900세트 가량을 수입했다.

회사 관계자는 "관수용으로 허가받을 당시, 국내 도입이 긴급했던 상황이다. 일본에서 품목허가를 받았던 것도 아니라 임상도 속히 진행했다"며 "엑세스파마 품목의 허가 과정과 차이가 있다"고 했다.

앞서 공정위의 보도자료에도 이같은 과정이 기재됐다. NIP 대상 백신 포함, 모든 의약품은 통상 3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고, 임상시험 등을 거쳐 일반 허가를 받는다.

반면 한국백신의 피내용 BCG는 관수용 허가였는데 임상시험이 생략, 간소화된 심사로 3~4개월 정도만 소요됐다. 

당시 한국백신의 피내용BCG 허가는 '관수용' (사진출처=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
당시 한국백신의 피내용BCG 허가는 '관수용' (사진출처=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

식약처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부여하는 데, 국가 NIP 백신에 부여된 사례는 한국백신 피내용 BCG가 유일하다. 경피용 BCG 백신과 동일 균주를 쓰고, 검증된 시설에서 생산돼 안전성 · 유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사정을 아는 식약처 관계자도 "신속 허가가 이뤄졌다. 수급이 어려워 NIP 사업 자체가 차질을 빚던 때"라며 "회사가 재심사 자료를 만들 겨를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회사가 판매할 수도 없으니 취하 의사를 밝혔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

한국백신 안산공장 외벽에 부착된 사명
한국백신 안산공장
외벽에 부착된 사명

또, 경피용 BCG 판매 유도 혐의와 피내용 BCG 허가 취하는 연관되지 않았다는 의견이다.

공급자가 두 곳이었는데 한 곳이 자진취하하니 수급 불안정을 우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수급에 문제 없다, 원활하다"는 입장을 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남은 공급자인 엑세스파마의 '피내용BCG SSI주'는 연간 5만5000 바이알을 공급한다. 현 재고량은 4만5000 바이알이며 하반기에도 5만5000 바이알이 온다고 전망했다. BCG 피내용 백신은 1 바이알당 최대 20명을 접종할 수 있는 다인용 백신이다. 추산하면 220만 명의 신생아에게 가능한 셈.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현 수급은 원활하다. 한국백신의 피내용 허가는 관수용으로 임시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수급에 큰 영향이 없다"며 "다만, 취하 전에 수급 다변화를 생각해 허가 유지를 희망하는 의견은 피력했었다"고 했다.

그러나 수급 불안정 문제가 해소됐다고 볼 수 없는 상황.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피내용BCG SSI주'의 AJ사가 생산 일부 배치를 폐기해 공급이 지연되기도 했다.

이에 한국백신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가 공급 의사를 물어봤다. 그래서 발주를 내달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우리는 관수용 품목이라 질본의 발주가 없다면 생산도 힘든 것"이라고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담당자를 AJ사에 보내 약 4만7000 바이알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산성 낮은 BCG 백신… 3년 간 '관수용' 품목은 소임 다한 셈
GC녹십자가 빈 자리 채울까… 자급화 위한 개발에 박차

BCG 백신은 결핵이 발병하는 개발도상국에 세계보건기구(WHO)를 통해 무상 또는 저가로 공급한다. 채산성이 낮아 생산하려는 업체도 극히 적다. WHO마저도 최근 BCG 생산량이 주는 등 피내백신 부족으로 폐기량 감소를 최우선 대책으로 권고한 바 있다.

한국백신 품목은 수급 불안정을 겪을 때 즉시 국가 필수적인 공급을 위해 '관수용' 허가를 받고 일정기간 신생아를 위해 쓰여왔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현 혐의의 의심과 연관성을 붙이기엔 특수한 태생이 있었던 것이다.

이같은 경험을 한 정부도 피내용 BCG 백신 개발 지원 사업을 벌여 자급화를 돕고 있다. GC녹십자는 지난해 피내용 BCG 백신 'GC3107'의 임상 3상 시험에 착수했다.

올 6월 완료를 목표로 건강한 영아 750명(국내 10명)에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다. 지난 2008년 결핵백신 국산화 사업 위탁사업자로 선정돼 지난 2009년부터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정부로부터 87억원 가량을 지원받아 2011년 화순공장 인프라로 BCG백신 생산 시설을 완공했고, 2014년에는 질병관리본부와 BCG 백신 개발 협약을 맺었다. 지난해 말에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GC녹십자를 방문하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연내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백신의 국산화를 위해 박차를 가고 있다"고 했으며 질병관리본부 측은 "조금 지연될 수 있으나 내년, 내후년 중 BCG 백신이 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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