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제약사 섞여 혼전 양상...적응증 확대 노력

독감(인플루엔자) 유행 시기가 다가오고, 3가 백신 무료 접종이 시작됐다.

이런 가운데 생후 6개월 이상 모든 연령층에 접종 가능한 4가 백신 제품들이 늘어나 제약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올해는 ‘GSK’와 ‘사노피’, ‘GC녹십자’의 3파전이 펼쳐지지만, 현재 개발 상황을 감안하면 내후년에는 경쟁양상이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 4가 백신, '영유아'에게 반드시 필요

4가 독감백신 시장의 주요 타깃이 영유아인 건 3가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B형 바이러스 때문이다. 이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항생제 · 입원 치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독감백신 수요는 기본적으로 성인보다 영유아에게 더 많기도 하다. 그동안 부모들은 4가 독감백신을 접종하고 싶어도 영유아 적응증이 없어서 3가 백신에만 의존해야 했다.

질병관리본부 발표를 보면, 지난해 생후 6개월~35개월 미만 영유아 105만8939명 중 87.9%에 달하는 93만574명이 독감백신을 접종했다. 성인 접종률이 33.7%에 그친 것과 대조된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수요가 많은 영유아가 백신의 영향권 안에 있길 당연히 바랄 것이다. 다시 말해 제약사와 소비자 모두, 영유아가 4가백신 투여대상에 포함되기를 희망했다.

▲ 3가 백신 넘어, 4가 백신으로

구체적으로 들어가보자. '4가 백신'은 기존 '3가 백신'에 B형 바이러스주 1종이 추가돼 접종 한 번에,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2종(H1N1, H3N2)과 B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2종(야마가타, 빅토리아) 등 네가지 종류의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한다. 3가 백신은 A형 독감 2종, B형 1종만 예방할 수 있다.

WHO(세계보건기구)와 EMA(유럽의약품안전청)는 3가 백신 대신 4가 백신을 사용했다고 가정할 경우 발병건수와 사회적 비용을 더 줄일 수 있다며, 4가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해, 기존 A형 독감보다 B형 독감이 더 유행하며 A형과 B형 모두 예방할 수 있는 4가 백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올해는 특히 처음으로 독감백신(계절인플루엔자백신) 시장에서 4가 백신 출하량이 3가 백신 출하량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식약처는 지난 8월 23일, 국가출하승인을 받은 인플루엔자 백신 정보를 제공했는데, 3가 백신이 1000만명 분으로 작년에 비해 200만명 분 감소한 반면, 4가 백신은 약 1200만명 분으로 30만명 분이 증가했다고 밝혔었다.

영유아 대상 적응증이 승인·확대된 4가 독감 백신
GSK (플루아릭스 테트라, 2017.05) (오른쪽 위),
사노피 (박씨그리프테트라, 2017.06) (왼쪽 아래),
녹십자GC (지씨플루 쿼드리밸런트, 2018.09) (오른쪽 아래)

▲ 앞선 'GSK·사노피', 뒤쫓는 'GC녹십자·SK바이오'

4가 백신 가운데 처음으로 영유아 대상 적응증 승인을 받은 제품은 지난 4월 27일 GSK의 '플루아릭스 테트라'였다. 플루아릭스테트라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5번의 독감 시즌동안 13개국에서 영유아 1만2,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결과에서 독감 감염으로 인한 보건의료 이용 현황에 주요한 감소 효과를 미쳤다.

구체적으로 영유아의 항생제 사용 50% 감소, 병·의원 방문 47% 감소, 부모의 회사 결근 54% 감소, 응급실 방문 79% 감소 등이 관찰됐다. 또 중등도 내지 중증독감에 대해 63.2% 예방효과를 보였고, 전체 독감에 대해 49.8% 예방효과를 입증했다

GSK 플루아릭스테트라는 2016년과 2017년, 2년 연속 4가 백신 국내 판매 1위를 달성했으며, 전 세계 약 1억 7천만도즈 이상을 공급한 실적을 갖고 있다. 뒤를 이어 지난 6월 15일 사노피 파스퇴르 '박씨그리프테트라주'도 영유아 적응증을 추가했다.

4개 대륙 43개 센터에서 영유아 5,400명 대상으로 1년 9개월 간 임상 연구를 진행했는데, 박씨그리프테트라주를 2회 접종할 경우, 백신 유사 바이러스주에 의한 인플루엔자에 대해서 68.4%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

사노피 관계자는 “작년 프랑스에서 독감백신 제조시설을 첨단화했으며, 올해 체계적인 시스템 아래 한국에 박씨그리프테트라주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국적 제약사인 'GSK'와 '사노피' 모두 선두주자로서 영유아에게 선점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였지만, 국내 제약사들도 이를 쫓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GC녹십자의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는 9월 28일 식약처로부터 세번째로 영유아 적응증을 획득했다. 국산 백신으로는 첫 사례다.

이 제품은 지난해 우리나라 바이오의약품 생산실적 상위 10개 품목 리스트에 독감백신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었다. 또 세계 두 번째이자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전적격심사(PQ)를 통과해 국제기구 조달시장 입찰 자격을 얻었다.

GC녹십자는 이번 시즌에 4가 독감백신 400만도즈, 3가 백신 500만도즈 분량을 공급할 예정이다. 영유아를 포함한 모든 연령에게 접종 가능하다. 

SK케미칼 '스카이셀플루4가' 역시 영유아 적응증 획득을 위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SK케미칼은 내후년 독감 시즌 시작 전(9월)까지 임상을 마무리하고,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스카이셀플루4가는 세계 최초로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생산 기술로 만든다"며 "유정란 생산 방식과 달리 제조 과정에서 항생제나 보존제를 사용하지 않고 생산기간 또한 유정란 방식에 비해 절반 가까이 단축시켰다. 대량생산이 가능해 변종 독감 등으로 인한 긴급상황에 보다 빨리 대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외 동아ST의 백시플루, 보령바이오파마의 테트라백신, 일양약품의 테라텍트, 한국백신의 코박스 등 8개 제약사 9개 제품이 4가 백신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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