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감사원 지적에 꼬리 내려...후속조치 진행키로

감사원

알츠하이머 환자의 증상 완화를 목표로 한독이 야심차게 출시했던 '환자용 특수의료용도 식품 수버네이드'에 대해 감사원 지적에 화들짝 놀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행정처분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식약처가 임상적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한독의 '수버네이드'를 특수의료용도 식품으로 허가함으로써 (한독이) '특정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고 표시·광고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고 감사원이 지적한데 따른 후속조치다. 

감사원은 특수의료용도등식품 정의에 부합하는 질환에 한해 임상적 유효성 등 과학적 검증을 거쳐 제조·가공기준을 만들라고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수버네이드는 특수의료용도등식품 정의에 부합하지 않았다. 제품광고 때 의약품으로 오인 혼동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돼 현재 행정처분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수의료용도등식품은 ▶정상적으로 섭취, 소화, 흡수 또는 대사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되거나 손상된 환자 ▶일반인과 생리적으로 특별히 다른 영양요구량을 가진 사람의 식사의 일부 또는 전부를 대신할 목적으로 이들에게 경구 또는 경관급식을 통해 공급할 수 있도록 제조·가공된 식품이다.

감사원은 최근 '식품의 기준 및 규격' 등 특수의료용도등식품 규정 개정이 부적정해 어떠한 검증 절차 없이 신규 질환을 대상으로 한 의료식품의 제조·출시가 이뤄졌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의사단체인 바른의료연구소는 지난 2월 "의료 식품에 불과한 '수버네이드'가 알츠하이머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한 규제나 처분이 없다"고 감사원에 제보했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식약처는 다양한 의료식품이 유통될 수 있게 한다는 명분으로 2016년 12월 29일 특정질환과 관련된 의료식품의 식품규격기준을 개정하면서 '당뇨환자용 식품' 등 6개 유형의 의료식품을 질환 등의 구분 없이 '환자용 식품'으로 통합했다.

또 해당 유형의 제조·가공기준은 존치하되 '상기 규정에도 불구하고 특정환자에게 적합하도록 의사 등과 상의해 환자맞춤형으로 제조·가공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추가했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제조·가공기준에 따라 제조된 제품과 업체 자율로 판단해 기준과 달리 제조된 제품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게 되는 등 기존 제조·가공기준이 형해화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존 의료식품 유형에 없던 신규 질환을 대상으로 한 새 유형의 의료식품의 경우 그 질환이 생리적으로 특별히 다른 영양요구량을 필요로 하는 질환인지 여부가 먼저 확정되어야 함에도 이를 판단할 어떠한 검증 절차도 마련하지 않았다"고 문제 삼았다. 업체 자율에 맡겨 신규 질환을 대상으로 한 의료식품을 제조·출시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식품규격기준 개정과 관련해 2016년 12월 식품표시기준을 개정하면서 업체 자율로 판단해 기존 제조·가공기준과 달리 제조해 임상적 유효성 등을 알 수 없는 제품뿐만 아니라 의료식품 정의에 부합하는 질환인지 여부를 알 수 없는 신규 질환을 대상으로 한 의료식품까지도 '질병명, 장애 등'을 광고할 수 있도록 했다'"고도 지적했다.

이로인해 한독이 새로운 유형의 의료식품으로 수버네이드를 출시해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의 영양공급을 위한 특수의료용도등식품'으로 표시·광고하면서 판매하고 있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한독의 치매환자용 식품 '수버네이드'

감사원은 "의료식품 제조업자가 업체 자율로 의사 등과 상의만으로 임상적 유효성 충족 여부 등에 대한 검증 없이 의료식품을 제조·판매할 수 있게 한 결과, 의료식품의 정의에 부합하는지 알 수 없는 제품이 특정 질환명을 표시한 채 유통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향후 과학적 근거가 확실하지 않거나 부족한 새로운 유형의 의료식품이 특정질환명을 표시한 채 정상적인 섭취능력이 제한된 환자 등에게 사용돼 영양불량으로 인한 질병의 이환율 및 사망률 증가 등의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감사원은 식약처에 "특수의료용도등식품 정의에 부합하는 질환에 한해 임상적 유효성 등 과학적 검증을 거쳐 해당 특수의료용도등식품의 제조·가공기준을 추가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또 "장기적으로 식약처 심사 등을 거치면 새 유형의 제품 출시가 가능하도록 하는 개별평가형 특수의료용도등식품 제도 도입 방안을 마련하고 제조·가공기준을 따르거나 식약처 심사 등을 거쳐 출시된 제품에만 관련 질환명을 표시할 수 있도록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라"고 통보했다.

식약처는 감사원 지적에 이견이 없다며 "일부 제조·가공기준 제시가 가능한 질환에 대해 기준을 추가 마련하겠다"며 "새 유형의 의료식품을 제조하고자 할 경우 전문가 심사 등을 통해 질환별 영양요구에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만 질환명을 표시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수버네이드는 치매환자용 식품으로 치매환자의 경우 일반인과 특별히 다른 영양요구량이 필요하지 않아 특수의료용도등식품 정의에 부합되지 않는다"며 "제품광고 시 의약품으로 오인 · 혼동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돼 행정처분을 진행 중에 있다"고 했다.

한편, 바른의료연구소는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내 "감사원의 실지감사를 통해서 이러한 사실을 수 개월 전부터 알고 있었을 텐데, 지금까지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다면 이는 대형 제약사 감싸기이자 직무유기"라며 "한독에게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내려라. 수버네이드의 판매를 당장 중단시키고 허가를 즉각 취소시켜라"라고 식약처에 요구했다.

연구소는 "감사원 지적에 따라 특수의료용도등식품 관련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다시는 이러한 검증되지 않은 식품들로 인해서 국민 건강이 위협받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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