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 환자용 특수의료용도식품으로 발매
의료계 일각 "임상시험 과대해석" 주장
걸음마 메디컬푸드 제도정비 필요성도

환자용 특수의료용도식품. 참 생소한 개념입니다. 특히 소비자 입장에서 특수의료용도식품과 건강기능식품이 무엇이 다른지 참 헷갈립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환자용 특수의료용도식품을 “환자가 일상적인 음식 섭취가 힘들거나, 영양보충이 필요할 때 식사 전체를 대신하거나, 일부 보충 목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식품”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실 수 있는 특수의료용도식품과 두유를 비교해 보면, 환자용식품 음료가 두유보다 더 높은 영양밀도와 각 질환에서 부족할 수 있는 영양성분을 골고루 함유하고 있다는 것이죠.

경도인지장애 및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용 특수의료용도식품 ‘수버네이드’

더 구체적으로 수버네이드 영양성분을 살펴볼까요? 수버네이에는 EPA, DHA, 인지질, 콜린, UMP, 비타민 E, 비타민 C, 셀레늄, 비타민 B12, 비타민 B6, 엽산 등이 함유돼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건강기능식품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익숙한 성분입니다. 비타민, 엽산은 물론이거니와 오메가-3에 함유돼 있는 EPA, DHA 등 새로울 것이 없는 성분입니다. 이렇게 보니 특수의료용도식품과 건강기능식품이 도대체 뭐가 다른지 더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지난 8월 출시된 경도인지장애 및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용 특수의료용도식품 ‘수버네이드’

한독 측에 특수의료용도식품과 건기식이 무엇이 다른지 직접 물어봤습니다.

한독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특정 성분의 기능성을 입증하는 메타분석을 통한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반면 특수의료용도식품은 특정 질환과의 연관성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임상시험이 특정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아직까지 알츠하이머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기 때문에, 알츠하이머 증상을 완화시켜 줄 수 있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수버네이드에 포함된 DHA, EPA, UMP, 콜린 등이 뇌에서 시냅스의 연결을 활성화 시키는 데 영향을 줘 알츠하이머 증상 개선에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버네이드 공식홈페이지에는 수버네이드 함유된 DHA, EPA, 콜린 등의 성분이 시냅스 활성에 영향을 줘 경도인지장애와 경증알츠하이머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돼 있습니다.[출처=한독 공식홈페이지]

한독 측의 말을 다시 정리해 보면, 특수의료용도식품은 특정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증상완화를 보이는 효과를 임상을 통해 입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임상시험 대상, 건기식-일반인 vs 특수의료용도식품-환자

그런데 작년 10월 한독의 수버네이드 임상시험 결과가 과대해석됐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양현덕 하버드신경과의원 원장은 본인이 발행인으로 있는 디멘시아뉴스를 통해 “만일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해마 위축과 임상치매척도 총점의 변화, 그리고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기억력의 일부 개선과 뇌파 기능의 개선을 가지고 해당 임상 시험이 성공하여 임상 효능이 검증됐다고 주장을 한다면, 이는 마치 ‘새치’ 하나를 보고 그 새치의 주인이 ‘백발’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말 그대로 견강부회(牽强附會)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독 측에 이 의혹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한독의 입장은 비교적 명확했습니다. 수버네이드는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아니라, 알츠하이머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는 식품이라는 것입니다.

한독 관계자는 “양 원장님이 언급한 것처럼 해마 위축, 뇌파 기능 개선 등에 효과가 있었다면 알츠하이머 증상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특수의료용도식품의 역할을 다 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급기야 수버네이드에 대한 논란은 국정감사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지난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대상으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한독의 수버네이드 과장 광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김 의원은 "메디칼 푸드는 특정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영양을 보충하는 식품이지 의약품이 아니다"며 "그런데 수버네이드는 마치 의약품인 것처럼 소비자가 오인하는 광고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식약처는 김 의원에 지적에 대해 후속조치를 내 놓았는데, 환자용식품이 의약품이나 특정 기능을 가진 건강기능식품과 혼동되지 않도록 표시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고시에 담는다고 밝혔습니다.

의료계-임상결과 과대해석, 국정감사-과장광고 의혹 등 논란

이런 일련의 사태 벌어진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아직 특수의료용도식품에 대한 개념과 제도 정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특수의료용도식품이 식품위생법 하위 법령인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됩니다.

식품위생법 13조에 따르면, 식품은 질병의 예방 및 치료에 효능ㆍ효과가 있거나 의약품 또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ㆍ혼동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표시ㆍ광고는 금지돼 있습니다. 반면 특수의료용도 식품은 올해부터 법 개정을 통해 광고에 특정 질환명을 명시할 수 있게 됐습니다.

현재 건강기능식품은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지면서, 단독 법안으로 떨어져 나왔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특수의료용도식품의 시장 규모가 작은 편이라 식품위생법 산하에 있는 실정입니다. 정리하자면, 상위법인 식품위생법은 질병의 예방 효과를 명시하지 못 하도록 하고 있고, 하위 법령은 특수의료용도 식품에 관해서는 질환명을 기입할 수 있게 돼 있는 것이지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는 우리나라 특수의료용도식품. 그렇다면 전 세계적으로 의료용 식품(medical food)의 상황은 어떨까요?

글로벌 리서치 그룹인‘Grand View Research’사는 전 세계 의료용 식품 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약 13조 9000억원(123만 달러)으로 추산하고, 2022년 23조 7000억원(210억 달러)로 전망했습니다. 우리나라 특수의료용도식품 시장규모는 추산된 자료가 없지만 생산액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해 631억 원으로 2013년 대비 47.4% 증가해 연평균(2013~2017년) 10.2%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의료용 식품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미국은 1941년부터 메디컬 푸드에 대한 개념을 정립했습니다. 미국에서 메디컬 푸드는 과학적 원칙을 토대로 설계하고, 의학적 평가를 거쳐 제정된 영양소 요구량에 따라 특정 질병에서 식이 조절하기 위한 목적으로 의사의 감독 아래에서 섭취하거나 장관으로 투여되도록 가공된 식품’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바른의료연구소 측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주에 식약처에 '환자용식품이 될 자격이 없는 수버네이드의 환자용식품 허가를 취소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민원을 신청했다고 밝혔습니다. 페이스북에 포스트 된 내용을 살펴보면 아직 식약처는 민원의 내용을 파악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논란 중에도 한독은 ‘수버네이드(Souvenaid)’ 설 선물 세트를 출시하면서 유통ㆍ마케팅에 더 힘을 쏟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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