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은 어떻게 협력하기 좋은 회사가 됐나
유한양행은 어떻게 협력하기 좋은 회사가 됐나
  • 조광연
  • 승인 2019.07.02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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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유한양행 기술수출과 그 저변의 힘

협력(協力)이란 말은 크고 작은 비즈니스에서 쉴새 없이 언급되지만 공허하게 끝을 맺기 일쑤다. 달콤한 열매를 상상하며 그대와 내가, 경쟁하듯 더 달콤하게 속삭였던 협력이란 말들은 자그마한 불확실성 앞에서 마음 속 한 줄기 의심으로 흔들리고는 한다. 작은 의심은 쑥쑥 자라 마음 속 계산기를 빠르게 작동시켜 '리스크를 가급적 상대에게 떠 넘기려하고, 이도 안되면 트집'을 잡아 판을 깨도록 만든다. 윙윙 소리를 내는 꿀벌들에게 믿음으로, 의심없이 제 몸을 허락하지 않았던들 어찌 들판의 수 많은 꽃들이 열매를 맺을 수 있었으리오. 드물지만 꽃으로 유혹해 먹이삼는식물도 있기는 하다. 하여간 꿀벌과 꽃의 절대적 믿음은 그 자체로 불확실성 덩어리인 혁신신약 개발에서 어떻게 변주될 수 있을까.

유한양행이 1일 발표한 베링거인겔하임과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치료제 개발에 관한 기술 수출 계약은 인보사 파동으로 심란했던 제약바이오산업계에도 미소를 건넸다. "나도 이렇게 좋은데, 유한은 얼마나 좋을까." 산업계는 제 일처럼 반기고 있다. 계약 내용은 ▷계약금 4000만 달러 ▷마일스톤(기술료) 8억3000만달러 ▷제품 출시 후 순매출 대비 로얄티 수령 등으로 규모가 크다. 그런데 이번 기술 수출은 외형적 성과 못지 않게, 불과 몇년 만에 혁신신약 개발 분야에서 선두그룹에 오르도록 유한양행의 잠재력을 폭발시킨 내재적 강점은 무엇인가 하는 호기심도 갖게 한다.

산업계는 유한양행 강점을 '협력하기 좋은 회사'로 보고 있다. 실제 유한에게 조 단위 기술수출의 영광을 안겨준 폐암치료용 레이저티닙이라는 물질이나, 이번 NASH 관련 이중작용 바이오물질은 모두 협력의 성과물이다. 레이저티닙은 바이오텍 오스코텍에게서 선도물질을 기술 이전받아 기술가치를 높인 끝에 기술수출에 성공한 사례며, 이중작용 바이오물질은 유한이 자체개발한 물질에다, 협력 바이오텍 제넥신의 롱 액팅(long acting) 기술을 접목해 만든 융합단백질(fusion protein)이다. 기술 수출 성과도 파트너들과 나누는 협력이니, 유한의 성공은 파트너들에게도 기쁨이 될 수 밖에 없다.

'융합단백질'이 상징하듯 협력을 기반으로 융합하는 R&D 능력을 갖춘 게 오늘 날 유한의 모습인데, 협력 DNA는 기술수출 파트너를 찾는데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유한은 이번 기술수출 파트너인 베링거인겔하임의 고혈압치료제 트윈스타, 당뇨약 트라젠타 등을 코프로모션하면서 매출도 크게 올렸지만, '신뢰 마일리지'도 높이 쌓았다. 다국적제약사 그 이상으로 실천하는 윤리경영이 토대가 돼 결국 두 회사는 연구소간 교류로까지 협력을 확장했다. 유한의 윤리경영 시스템은 코프로모션 계약 과정에서 이를 살펴 본 다국적사관계자들이 숨막혀 할 정도라고 한다. 다국적사들이 유한을 파트너삼고 싶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손 꼽혀 왔지만 신약개발연구(R&D)분야에서 정체기였던 유한양행이 깨어난 때는 흥미롭게도 2015년이다. 자체 연구소를 통해 연구 역량을 키워왔던 한미약품이 연일 조 단위 기술수출로 제약바이오산업계를 뒤 흔들던 이 해, 유한은 한미와 다른 밭에 다른 R&D 씨앗을 심었다. 한미의 약진을 바라보며 취임한 이정희 대표와 야심만만했던 40대 남수연 박사는 바이오텍에 투자하거나, 직접 기술을 도입하며 파이프라인 창고를 차근차근 채워 나갔다. 바이오벤처계는 이 우호적인 큰 손을 환호했고, 전통제약업계에선 "대책없이 지른다"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이 대표도, 남 박사도, 그리고 이사회는 그 일을 계속했다.    

오픈 이노베이션, 국가 3대 중점 사업, 석양이 깃든 제네릭 비즈니스 등이 키워드가 된 2019년, 유한이 보여준 '협력의 힘과 가치'가 전통제약회사들에게 큰 영감으로 다가갔으면 한다. 한 바이오텍 관계자는 말한다. "유한은 오픈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뚜렷하게 보인다. 기술수출 등으로 조금씩 자신감을 더하면서 더 오픈 마인디드(open-minded)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불확실성을 헤쳐나갈수있다는 자신감이 있으면 다양한 가능성을 매우 열린 마음으로 토론하게 된다. 자신감이 없으면, 작은 불확실성에도 부들부들 떨게 된다." 우리 모두 기술수출 금액의 크기에 머문 시선을, 유한양행 기술수출의 저변으로 돌려볼 때 전통제약사들과 바이오텍 간 '또 다른 만남과 부들부들 떨지 않는 협력'도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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