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 집엔 이유가 있다는데...조직문화가 된 오픈 이노베이션

유한양행 폐쇄형과 오픈형 R&D 이노베이션의 산실일 중앙연구소
유한양행 폐쇄형과 오픈형 R&D 이노베이션의 산실 중앙연구소

모든 기업들이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주창하지만, 막상 실행 단계서 최대 걸림돌은 '우리가 개발한 건 아니잖아'라며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NIH 증후군(Not Invented Here Syndrome).

내부 역량을 과신하고 고집한 나머지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개발한 게 아니면 죄다 별것 아니라며 밀어내는 배타적 조직문화'는 오픈 이노베이션 기반 신약 R&D에서 걷어내야 할 장애물이다.

조 단위 연구비를 쓰며 혁신 신약개발에 나섰던 다국적제약회사들이 신약개발 생산성이 현저하게 저하되자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돌아서 파이프라인을 사들이거나, 아예 될성부른 파이프라인을 품은 기업을 통채로 인수합병(M&A)하는 것은 세계 제약바이오업계 트렌드.

국내 제약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신약후보물질 발굴부터 전임상, 임상, 허가, 마케팅까지 다하겠다'며 '폐쇄형 이노베이션'에 몰두하던 기업들이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이들의 파이프라인을 가져와 임상개발 후 다국적사에 기술이전 하거나, 조인트 벤처를 세우는 등 오픈 이노베이션에 한창이다. 

국내 기업들은 '아리따운 신부(파이프라인 혹은 파이프라인을 품은 스타트업 등)'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위궤양 치료제 레바넥스 등 인 하우스(In House) 연구소를 바탕으로 폐쇄형 혁신에 주력하다 근래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유한양행의 오픈 이노베이션 조직과 문화 측면에서 질의 응답 방식으로 살펴본다. 물론 유한은 자체 연구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회사 안에 R&D 의사결정기구가 있나.

"회사 안 R&D의사결정기구로는 R&D 예산집행 및 투자 등의 최종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주요 R&D 파이프라인개발 단계별 의사결정기구인 연구위원회, 연구소내 내부 아이디어 제안/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신규 과제 도출, 과제진행 전략방향 등을 결정하는 SRC(Scientific Review Committee)가 있다."

▷어떻게 구성돼 있으며 운영은 어떻게 이뤄지나.

"이사회는 유한양행 등기임원으로 구성되며 분기에 1회 정기적으로 진행되며 이외 에도 수시로 임시이사회가 소집된다. 연구위원회는 대표이사를 위원장으로, R&D부문과 전략부문을 담당하는 임원과 사내이사들이 위원으로 구성되며 년 2회 이상 이뤄진다. SRC는 중앙연구소장을 위원장으로, R&D 부문 각 팀장들이 위원으로 구성되어 월 2회 이상 열린다."

▷자, 그럼 A라는 벤처기업이 보유한 기술의 가치와 가능성을 알게된 경우를 상정해 보자. Go, No Go 판단을 놓고 의사결정 기구는 어떻게 작동되나.

"가령 A라는 벤처기업의 보유 기술을 평가하는 첫 번째 단계는 R&D전략팀을 통한 기술평가다. 이는 SRC를 통해 기술력 분석과 성공가능성, 더 나아가 개발전략 수립, 연구사업 협업모델에 대한 일차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두 회사 합의가 도출되는 협업모델이 나오면 유한양행 R&D 부문에선 다시 기술력 검증(Due Diligence), R&D BD팀에서 경제성 평가 등과 함께 초기 계약 조건 협의가 진행된다. 경영기획팀과 논의를 통해 투자를 병행할지 여부와 주요 계약 조건이나 협업모델이 확립되고, 일정규모 이상의 건에 대해선 연구위원회 심의를 거친 후 최종 이사회 승인을 통해 계약이 진행된다."
 
▷ R&D 의사 결정에서 CEO의 역할은.

"CEO는 최종 계약 및 R&D 예산집행 의결권자며, 연구위원회에서는 위원장으로 R&D 전략방향 및 사업성을 심의, 결정한다. R&D 의사결정, 특히 오픈이노베이션의 경우 연구소의 의견을 존중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다양하고 과감한 오픈이노베이션을 주문하고 독려하고 있다.

한편 유한 R&D환경 토대 조성을 위해 우수 인력의 영입, 시설장비의 투자를 적극 지원하며, 무엇보다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으로서 R&D의 중요성을 회사 전체에 천명하고, 이의 실천을 위해 매주 1회 연구소로 출근하는 등 현장 중심의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현 유한양행 대표의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태도와 철학, 강조점은 무엇인가.

"취임 4년째인 이정희 대표이사 사장은 취임 전부터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글로벌 R&D역량 강화를 강조했고 오픈 이노베이션이 성공, 정착할 수 있는 토대마련과 내부 역량 강화에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레이져티닙 글로벌 기술 수출 성과는 이러한 이정희 사장의 신약개발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오랜 지원에 대한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유한양행은 R&D 역량강화의 방법을 오픈 이노베이션에서 찾았고, 주도적으로 실행에 옮겼다. 기술수출을 통한 연구수익모델이 다시 내부 R&D 역량강화로 돌아 올 수 있도록 연구생산성 향상에도 관심을 쏟고 있었고 글로벌파마와의 적극적인 협업을 독려해왔다.

글로벌 R&D역량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해외 기술사를 직접 방문해 사업을 물색하기도 했고 2017년에는 해외 제약사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최순규 박사를 연구소장으로 영입하는 등 유한 연구소의 글로벌화를 적극 꾀하고 있다. 또 오픈 이노베이션 범위를 해외로 확대하기 위해 미국 샌디에고에 유한 USA를 설립했으며, 연내 보스턴에도 추가로 지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흔히 조직에선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장엄하다. "당신이 책임질 거야" 한마디면 얼음 땡이다. 유한양행의 의사결정기구 분위기는 어떤가. 관계자들의 발언은 자유로운가.

"과제를 담당하는 실무 연구진 또는 과제제안자 연구원이 자유롭게 안건을 발의한다. 해당 기술에 전문성이 있는 위원들이 충분한 토론을 통해 기술적인 검토의견을 내면 R&D전략 및 Business Development (BD) 전문가들의 시장성, 사업성 등의 의견을 더해 최종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는 구조다. 유한의 모든 의사결정과정은 민주적, 시스템적으로 운영이 되고 있고 그 결과는 투명하게 공개된다."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인 하우스 연구소'의 역할 분담과 협업은 어떻게 되나.

"유한양행 연구소는 도입할 외부 기술의 발굴을 시작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먼저 기술에 대한 가치를 사전에 평가하거나, 듀 딜리전스(Due Diligence) 수행이나 내부 feasibility test를 수행함으로써 기술 도입에 있어 다리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도입된 기술이나 약물의 개발단계에 따라 신약 개발에 필요한 비임상시험, 생산연구, 제제연구 및 임상시험에 이르기까지 실질적인 개발업무를 수행함으로써, 도입한 과제에 대한 가치를 창출해 기술수출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특히 신약개발에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중개연구(translational research)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어서, 파트너사에서 도출한 초기 물질에 대한 가치를 증대시키고 개발을 가속화 시킴으로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자체 파이프라인의 특장점을 발굴하기 위해 전문성이 있는 외부 기관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기술 수출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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