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제도에 부재한 건 '테크닉 보다는 철학'
약가제도에 부재한 건 '테크닉 보다는 철학'
  • 최은택
  • 승인 2019.06.1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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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수용자 집단 고려 부족...시장왜곡만 반복
14일 열린 한국보건행정학회 전기학술대회 제약관련 세션 토론
14일 열린 한국보건행정학회 전기학술대회 제약관련 세션 토론

보건행정학회 춘계학술대회 제약산업 세션
김민권 부장 "종합계획-제약 발전 양립하려면..."

정부는 제1차 건강보험종합계획을 확정하면서 제네릭 약가수준을 정면으로 문제 삼고 있다.

발사르탄 사건에서 문제로 지적된 품목수 난립도 약가수준이 높은 영향이 한 몫했다고 결론지었다.

동일성분약가제도가 가격경쟁이라는 제도 취지를 살리지 못한 점은 '정책실패라고 인정할 수 있다(송영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고 고백한 것도 결국엔 제네릭이 문제라는 걸 설명하기 위한 '수사'로 보인다.

하지만 이재현 성균관대약대 교수와 김민권 제약바이오협회 건강보험종합계획TF위원장(종근당 부장)이 14일 열린 보건행정학회 춘계학술대회 '건강보험종합계획과 제약바이오산업' 세션에서 밝힌 내용을 정리하면, 제약계는 공공정책을 수행하는 보건복지부의 철학 부재가 더 큰 문제라고 지목했다.

수용성 낮은 제도는 왜곡을 낳는다=김민권 부장은 이날 패널토론에서 한국행정원의 '정책수용성 제고와 갈등 예방을 위한 정책설계 연구'를 인용해 제시했다. 요약하면 이렇다.

정부정책은 공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여기서 공공의 문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관련돼 있기 때문에 정형화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따라서 정책설계는 공공의 문제를 단편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여러 문제들을 분석하고 이들에 대한 인과관계를 규명하는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특히 정책수용자 집단이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책성공의 '키(Key)'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전제되지 않으면 정책수용자는 생존을 위해 스스로 자구책을 찾게 된다. 정책목표가 시장에서 왜곡되거나 결과적으로 실패로 이어지기 쉬운 이유다.

이와 관련 보험의약품 관련된 역대 주요정책은 일괄인하, 동일성분동일약가, 실거래가조사 약가인하, 리베이트 약가인하, 공동생동 완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정책마다 목표는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약품비 공동생동 완화를 빼면 약품비 '다이어트(절감)'와 연관돼 있다.

그렇다면 이들 정책에 대한 수용자의 반응과 결과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김민권 부장은 "실거래가 약가인하는 저가 거래를 토대로 상시적인 약가인하 기전을 마련하기 위한 제도였지만 약가인하가 오히려 저가거래 경쟁을 제한하고 있다. 실거래가상환제가 운영되고 있는 제도환경에서 요양기관은 저가구매 동기가 없고, 약가인하 때문에 공급자는 저가 공급을 회피해 상한가 거래가 이뤄지거나 실제 거래가격이 은폐된다"고 지적했다.

동일성분동일약가제와 약가 일괄인하 역시 마찬가지였다. 2013년 7월 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은 '제도시행 1년 효과 평가 결과'를 발표했었는데, 당시 복지부는 약품비는 감소했고 제약계는 약가인하 여파를 극복하기 위해 구조적 변화를 모색하는 등 성장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었다.

하지만 최근 지표를 보면, 결과는 제도시행 1년 시점와 완전히 달라졌다. 우선 약품비 증가율은 일시적으로 주춤했을 뿐 2016년 9.4%, 2017년 5.1%, 2018년 10.7%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오리지널 점유율은 2013년 발표당시 38.4%에서 2015년 43.3%로 높아졌고, 국내사와 다국적사의 코프로모션 비율은 상위 12개사 기준 2012년 33%에서 2017년 3분기 48%로 상승했다. 이런 와중에서 국내 제약사 영업이익률은 2012년 8.6%에서 2017년 6.3%로 낮아졌다.

김 부장은 "정부는 이번 종합계획을 통해 약품비 지출구조를 합리적으로 재설계하겠다고 했는데 '합리적'인게 무엇인지 고민부터 다시할 필요가 있다. 가령 희귀질환은 우선이고 아토피는 후순이라는 게 과연 합리적일까. 합리성은 절차적으로 완성될 수 있다. 이는 정책수용자의 수용성을 높이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면서 "실질적이고 절차적인 논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건강보험종합계획 성공을 위해서는=김민권 부장은 과거 유사정책에 대한 평가와 현 제도에 대한 보완 또는 개선, 새로운 위협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 등이 건강보험종합계획과 연차별 시행계획에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데 약품비의 새로운 위협요소는 신약이다. 국가항암신약개발산업단 시장보고서를 보면, 2018년 기준 성장률 상위 20개 신약의 순증가 약품비는 4140억원에 이른다. 또 미국 FDA 신약 허가 품목 수는 2017년 46개, 2018년 59개 등 사상 최대 규모이고, 이중 우선허가대상은 2017년 61%, 2018년 73%로 확대됐다. 국내에서는 특허가 만료돼도 시장규모가 증가하는 문제가 있는데 이는 다국적사와 국내사 간 코프로모션 확대, 등재품목 증가, CSO 계약건수 증가 등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최근 등재된 신약의 폭발적인 성장세, 등재 대기 중인 많은 신약, 기등재 품목의 시장확대로 인한 재정압박이 종합계획 상의 기등재약 재평가, 해외 약가비교 등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 지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또 기존제도로 사회적 요구도가 높은 신약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지, 신약의 사용량 증가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지도 재검토해봐야 하다. 만약 필요하면 추가 재정투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민권 부장은 특히 "적어도 무한 반복되는 약가인하가 국내 제약산업 구조를 유통업체로 변화시키는 건 막아야 한다. 결국 신약 대체는 아직까지는 국내 제네릭 기업 몫 아닌가. 지난 20년간 수많은 약가제도를 추진하면서 수용성이 결여됐기 때문에 약품비 절감효과는 단기적이었던 데 반해 산업구조는 더 취약해졌다"고 했다.

이어 "이런 문제파악과 수용자의 인과관계를 이해한 상태에서 제도가 마련됐을 때 산업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고 건강보험 재정에 기여할 여력도 생길 수 있다. 그리고 비로소 종합계획과 제약산업 발전은 양립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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