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에 묶인 첨단재생의료·바이오의약품법안

소위 회부 제안 오신환 의원 "연구대상자 개념 모호"

"매년 국내환자 1만명 정도가 줄기세포 시술을 위해 일본 원정에 나선다고 한다. 국익낭비 측면도 있지만 첨단바이오 신약개발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시행착오가 다소 있더라도 계속 나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복지부와 식약처가 힘을 합해 철두철미하게 안전문제를 관리하면 환자에게 치료기회를 좀 더 제공하고, 산업 발전도 모색하는 등 많은 장점이 있을 것이다. 재고해 달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처음 등판한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읍소했다. 하지만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법사위에서 발목이 잡혔다.

여상구 법제사법위원장을 대신해 4일 오후 전체회의를 주재한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법사위 야당 간사)은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의 제2소위원회 회부의견을 받아들였다. 위원 한 명이라도 소위 회부를 요청하면 수용하는 오랜 법사위 관행대로 한 것이다.

오 의원이 제2소위 회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건 표면적으로는 제정법률안 11조에 규정된 첨단재생의료 임상 연구대상자의 정의와 범위 문제였다.

오 의원은 "희귀난치질환자에게 치료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첨단재생의료 발전을 도모하려는 법안의 취지에 공의한다. 하지만 임상연구는 제한적으로 사용돼야 하는데도 (제정법안은) 단순히 연구대상자 동의만 받으면 임상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연구대상자 정의과 범위가 모호하다. 이 부분은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 다음 코오롱생명과학의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이슈를 꺼내들었다. 오 의원은 "마침 법안 논의 과정에서 인보사 문제가 불거졌다. 미국 FDA 보고과정에서 인보사 세포액이 허가와 다르다는 게 드러났다. 사실은 식약처가 알아냈어야 했는데 검증하지 못했다. 이런 게 잘못 오남용되면 오히려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입법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런 걸 방지할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 의원은 이에 앞서 "첨단바이오 분야는 특성상 오랜 연구를 통해 완제품이 나오는데 그 개발과정에서 철저히 (효과와 안전을) 검증하고 인체에 다른 유해한 부분이 없는 지 검증한 뒤에 판매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결국 표면적인 이유는 연구대상자의 정의나 범위에 대한 것이었지만, '인보사'는 결정적으로 오 의원이 이 법안에 제동을 건 빌미를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 처장은 차분히 설득에 나섰다. 이 처장은 "우려하는 부분은 공감한다. 다만 인보사 건은 식약처가 연골세포로 허가낸 게 어떻게 바뀌었는지 현재 조사중이어서 아직은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회사로부터 자료를 받고 제품을 수거해 조사하면서 전문가 자문을 받는 등 철저히 검증하고 있는 단계다. 식약처를 믿고 기다려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정안이 입법화되면 오히려 이번 인보사와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더 방지할 수 있다. 인보사는 유전자치료제인데 인체에서 추출한 세포를 배양해서 의약품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제정법률안에서 가장 핵심내용 중 하나가 바로 인체 세포채취와 관련해 세포처리시설이나 세포처리관리업체 등의 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안전장치를 두는 부분이다. 또 이런 게 우리 몸에 들어왔을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니까 장기적으로 추적 관리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오히려 인보사 사건을 계기로 제정법안이 입법화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도와주시길 바란다. 더욱 철저히 관리 감독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오 의원은 "다시 말하지만 입법취치에는 충분히 동의한다. 다만 임상연구를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다. 이 부분은 동의하지 않느냐. 이런(첨단바이오) 의약품은 시판과 동시에 연구기간을 보상할 수 있는 엄청난 경제적 효과가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이걸 장려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아니겠느냐. 그런데 거꾸로 무방비로 남용될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특히 연구대상자 개념을 정확히 정리하고 갈 필요가 있다. 제2소위에 회부한 뒤 빠른 시일 내 논의해서 통과시키는 게 마땅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처장은 "제정법안이 시행되면 국가차원의 심의위원회를 두고 임상연구에 참여하는 환자가 안전성과 유효성, 윤리적 측면에서까지 타당한지 과학적으로 철저히 검증하는 시스템을 가동할 계획이다. 걱정하시는 것보다 더 잘 관리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있다. 또 만에 하나라도 인체에 유해한 게 더 있을 지 모르니까 이중적으로 식약처에서 더 검증하는 검증매커니즘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제2소위 회부 대신 의결해 줄 것을 재차 요청했다.

하지만 이 처장의 이런 논리적인 설득과 감성적인 읍소에도 '판'은 뒤바뀌지 않았다.

한편 이날 이 법안을 포함해 보건복지위 소관 법률안 2건이 더 제2소위에 묶이게 됐다. 이에 대해 국회 관계자는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심층적으로 심의해서 넘겨준 법률안들이다. 타 상임위 법안은 자구나 다른 법률과 충돌여지 등을 중심으로 심의하는 게 합당한데 법사위는 '상임위 위의 상임위'로 군림하려고 한다. 더구나 단 한명만 소위 회부를 주장해도 법안의 발을 묶는 관행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법안은 김승희, 전혜숙, 정춘숙, 이명수 등 여야 의원 4명이 각각 발의한 법률안을 통합 조정한데다가 지난해 12월 말 상임위 법안소위 차원의 공청회에 이어 3회에 걸쳐 이해당사자 간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 수정안이 마련됐다. 이 때문에 소관 상임위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를 신속하게 통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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