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제약, 불만 제기...정부 "필수급여와 다를 이유없어"

지난 16일 열린 글로벌의약산업협회 회원사 대상 설명회 현장
지난 16일 열린 글로벌의약산업협회 회원사 대상 설명회 현장

[H-Check] '기준비급여', 두 번의 설명회가 남긴 것들

지난 주 두 번에 걸쳐 열린 '의약품 비급여의 급여화 실행계획' 설명회는 정부의 신중론과 산업계의 우려가 교차하는 자리였다. 권위주의 정부 때처럼 일방통행식이 아닌 소통행정 노력을 보인 건 그나마 높이 평가할만하지만, 그렇다고 수용성이 눈에 띠게 개선된 것 같지 않다.

무엇보다 기준비급여를 사실상 전수 평가해 급여를 확대해주겠다는데 제약계가 우려하고 불만섞인 목소리를 왜 내는지 궁금한 점이다. 히트뉴스는 지난 12일과 14일 설명회가 어떤 걸 남겼는지 정리해봤다.

◆새로 확인됐거나 명확해진 것들=선별급여 검토를 마친 약제와 요법은 4개 항목으로 나타났다. 유방암치료제 퍼제타주 병용요법 3건과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치료제 엑스탄디캡슐이다. 이들 요법이 첫번째로 선별급여 적용약제가 될 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남아있는 절차가 아직 많기 때문이다.

곽명섭 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선별급여 약제도 본인부담률을 차등화하는 것 외에는 사전약가인하 등 통상적 절차를 밟는다는 점에서 다른 약제와 다르지 않다"고 했다.

기준비급여(선별급여 포함) 급여화 검토대상도 가르마가 타졌다. 곽 과장은 "원칙적으로 식약처 허가범위 내에서 진행한다. 단, 소아나 희귀질환 등의 적응증은 허가가 어려운 구조적 문제 등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허가초과도 급여화를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선별급여 검토는 예비급여 흐름을 따라서 큰 틀에서 단계적으로 진행되지만, 복수 적응증이 다년에 걸쳐 검토시점이 흩어져 있는 약제의 경우 한꺼번에 집중 검토하기로 했다. 비효율을 해소하겠다는 것인데, 지난 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종료직후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에서 박영미 심사평가원 약제기준부장이 언급한 것보다 곽 과장은 이렇게 더 진척되고 구체적인 방침을 내놨다.

선별급여와 예비급여의 차이도 쉽게 알 수 있도록 조명됐다. 예비급여는 3년 내 필수급여 or 예비급여 or 퇴출 등의 여부를 결정하지만, 선별급여는 기준을 만족하지 않더라도 전액본인부담을 유지한다. 또 약제 선별급여에는 재평가에 대한 기준이 명확치 않다. 이에 대해 곽 과장은 "약제 선별급여도 회사신청이나 직권조정 등 방법은 다양할 수 있는데 정기적으로 재평가하는 트랙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예비급여와 달리 약제 선별급여는 현행대로 암질환심의위원회와 약제소분과위원회 등을 거쳐 복지부장관 고시나 심사평가원장 공고로 진행한다는 점도 재확인됐다. 곽 과장은 이런 평가과정에서 제약사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절차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곽 과장은 연차별 검토대상 약제는 되도록 해당 연도에 검토를 마무리한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혹여 검토가 지연되는 일이 없도록 약제기준부 인력을 보강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요양기관 현장의 혼란을 고려한 정부의 신중한 태도도 확인됐다. 박 부장은 "제도 시행초기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별급여 본인부담률 유형은 되도록 단순하게 설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같은 맥락에서 올해 선별급여 확정 약제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구체적으로 80% 본인부담률이 있기는 해도 일단은 항암제와 희귀약제는 '30% or 전액본인부담', 일반약제는 '50% or 전액본인부담'으로 설정하는 걸 기본 원칙으로 하기로 했다. 박 부장은 "이 것을 벗어나는 건 극히 이례적일 것이다. 최대한 단순하게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제약계의 관심사였던 연차별 검토대상 약제목록(리스트)도 공개하기로 했다. 박 부장은 "의학회 등 전문가 의견수렴 절차가 마무리되면 목록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르면 이달 중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곽 과장은 이른바 '등재비급여'(신규 등재) 개선방안을 마련해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순경 발표하겠다고 못박았다.

기준비급여 개선과 별개로 신규 등재나 급여기준 확대가 예상되는 약제에 대한 수요조사를 제약사들을 상대로 정기적으로 실시한다는 계획도 새로 확인됐다. 일명 '보험약제 연건 검토계획 도입방안'이다. 보험약제 업무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었다. 올해 하반기 수요조사는 6~7월, 내년 예상되는 약제에 대한 건 10~11월 중 실시된다.

기준비급여 급여화는 예상대로 다국적제약사들의 관심이 국내 제약사들보다 더 많았다. 16일 행사에서는 특히 사전약가인하에 대한 질문이 집중적으로 나왔다.
기준비급여 급여화는 예상대로 다국적제약사들의 관심이 국내 제약사들보다 더 많았다. 16일 행사에서는 특히 사전약가인하에 대한 질문이 집중적으로 나왔다.

◆불분명한 것들=먼저 위험분담제도(RSA)와 선별급여제도의 관계다. RSA 적용약제의 일부 적응증이 선별급여 적용을 받게되는 경우 어떻게 처리될까. 박 부장의 설명을 정리하면 이렇다.

RSA약제의 급여 적응증이 확대될 경우 우선 RSA 대상인지 확인하고, 요건에 맞지 않으면 선별급여로 검토한다. RSA 재평가 때는 주 적응증이 재평가 대상이고, 선별급여는 대상이 아니라고 해도 선별급여 적응증에 대한 비용효과성도 평가한다. 이 때 선별급여 적응증의 비용효과성이 입증되면 필수 급여화한다. 이에 대해 곽 과장은 "(재평가 등 이런 부분은) 등재부와 하나하나 검토하고 있다. 마무리되면 공개하겠다"고 했다. 여러 경우의 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추가적인 답변은 유보한 셈이다.

선별급여 적응증이 RSA로 등재하려는 약제의 적응증과 대체관계에 있을 때는 어떻게 판단될까? 정부 측은 내부적으로 아직 검토단계라고 일단 최종 답변이 아닌 점을 먼저 언급했다. 그러면서 RSA의 경우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약제가 있으면 못 들어오지만 선별급여인 경우 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또 RSA 약제의 일부 선별급여 적응증이 주 적응증은 아닐 것이어서 대체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워딩 자체만 놓고보면 명확히 풀이되지 않는 답변이다. 앞으로 정부가 더 고민하고 정리해야 할 쟁점으로 보인다.

◆제약계는 왜 시큰둥할까=정부는 이렇게 현장을 고려하며 신중히, 또 무리수를 두지 않고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하는 데 제약계 반응은 냉.온탕을 왔다갔다 하고 있을까? 기준비급여가 해소되면 좋은 일 아닐까?

핵심은 사전약가인하(또는 약가협상을 통한 약가인하)에 있었다. 지난 16일 열린 글로벌의약산업협회 주최 설명회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질문과 주장이 잇따라 나왔다.

우선 정부는 원칙적 입장을 거듭 밝혔다. 박 부장은 "선별급여를 도입해도 지금과 달라질 게 없다. 급여확대 신청은 누구나 할 수 있고, 환자와 보험자의 본인부담률만 달라지는 것이어서 제약사에 돌아가는 약값은 동일하다. 따라서 선별급여 사전약가인하와 필수급여 사전약가인하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곽 과장도 "제약사 입장에서 부담이 달라지는 게 없다. 선별급여 검토 이후의 절차는 필수급여와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했다.

그러나 제약계는 자신들의 원한 게 아니라 정책적 결정에 따른 사업인데 약가를 인하하는 건 부담을 전가시키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더구나 선별급여 재정소요액 검토 때 비급여 매출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약사가 직권결정을 수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또 환자 본인부담률이 사용량 증가에 민감한 영향을 끼질 수 있는데 재정영향 분석 때 이런 결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재정영향 분석에서 비급여를 포함시키면 실제 회사가 얻는 이득은 거의 없는데도 약가인하를 수용해야 한다. 회사 입장에서 수용을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정부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선별급여의 경우 정부가 추가 재정을 부담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약가인하를 고려한다면 그 부담 자체가 제약사에 이전된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아직 확정된 게 아니면 약가인하는 재검토해달라"고 했다.

또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선별급여 재정영향 검토과정에서 환자 수나 사용량을 추계할 때 본인부담률을 어떤 방식으로든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곽 과장은 "약이나 질환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고려하기는 어렵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관련 사례가 누적되면 분석을 통해 정형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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