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숙 의원 "점검의무화법, 대체조제 활성화와 무관"

2007년 얘기다. 일명 '의약품처방조제지원시스템', 법령에는 '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이라고 돼 있는 DUR이 태동할 때였다. 심사평가원 모니터링 결과 75세 노인 중 한번에 153알의 의약품을 복용하는 환자가 발견됐다. 데이터상으로 그랬다. '의료쇼핑'으로 의약품을 중복 투약받아서 생긴 일이지만, 그런 걸 감안하더라도 복용량이 너무 많았다. 십중팔구 잘못 복용하면 오히려 병을 더 키울 수 있다.

2009년에는 6살 환자가 한번에 100알을 복용하는 사례가 나왔다. 아이들은 증상 개선이 안되면 다른 의료기관에 가서 다시 진료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역시 중복처방 결과로 보였다.

이렇게 약제를 중복 처방받은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와서 이전에 처방받은 약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약사에게 묻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처방전 간'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약제가 포함돼 있는지 알 수 없으니 약사도 답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전정제로 투여하는 로라제팜이라는 약이 있다. 향정신성의약품이다. 일반성인도 1mg을 복용하면 반나절은 잔다. 그런데 최근 요양병원에서 80세 노인에게 1회 3.5mg 씩, 1일 3회 투여한 사례가 알려졌다. 환자는 요양병원 입원 후 식사 자체를 못하는 상황이 됐고, 체중이 39kg으로 급감했다.

한 환자는 요양병원에 입원한 뒤 걸음을 잘 걷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다. 원내 처방에 따라 한번에 15알을 복용하고 있었는데, 처방약 중 노인금지 약물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전혜숙 의원의 지난해 국정감사 질의모습. DUR 점검 의무화와 수가 신설 필요성을 이 때도 강조했다.
전혜숙 의원의 지난해 국정감사 질의모습. DUR 점검 의무화와 수가 신설 필요성을 이 때도 강조했다.

'DUR 전도사' 더불어민주당 전혜숙(서울광진갑) 의원이 전문기자협의회 소속 기자들과 만나 이번에 DUR점검 의무화 법안을 발의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풀어낸 사례들이었다. 다른 질문이 이어지지 않았으면 이야기는 계속 이어질 듯했다. 그만큼 우려스런 의약품 투약 사례가 많다는 의미다. 

전 의원은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의약품 성분 수만 2천개가 넘는다. 병용금기, 연령금기, 임부금기 등 약제마다 가지고 있는 특성을 의약사가 모두 아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점에서 DUR점검은 올바른 의약품 사용과 국민건강을 위해, 의약사에게도 적절한 의약품 선택과 투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료계가 우려하는 대체조제 활성화에 대해 정공법으로 설명했다. 개원의협의회는 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약사출신 의원이 약사들을 위해 DUR점검의무화 법안을 발의했다고 의구심을 제기했었다.

전 의원은 "'산에 가서 슝늉찾는 격'이다. 또 아기가 태어나지 않았는데 세자 책봉부터 얘기하는 것과 같다. 그럴 의도로 발의한 게 아니고, 대체조제 활성화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전 의원은 "지금도 대체조제는 법률적으로 가능하지만 처방의사와 다툼 가능성이나 번거로움 때문에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실제 대체조제율은 0.003% 수준에 불과하다) 의사처방권을 제한하는 것도 아니다. DUR 경고창이 뜨더라도 의사가 판단해서 금기약물 사용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예외사유를 기입하고 처방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의사가 금기약물을 잘못 처방해서 약화사고가 나면 의료소송에 휘말릴 수 밖에 없다. DUR은 이런 걸 막아줄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의사들의 처방권을 보장해주면서 약물을 적절히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국민들도 더 안심할 수 있게 한다"고 했다.

DUR시스템을 활용한 대체조제 사후통보 간소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별개의 문제다. 점검의무화 법안의 취지나 방향과 관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행위료 보상 필요성도 강조했다.

전 의원은 "법률안에는 없지만 DUR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따로 추진되고 있다. 수가에 녹이지 말고 따로 항목을 신설해 보상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와 심사평가원에 제안했다. DUR을 상시 점검하고 적절하게 대응한 요양기관에 인센티브를 건당 보상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실제 전 의원은 그동안 국정감사나 현안질의 등을 통해 DUR 수가 신설 또는 보상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왔다. 성격상 의사의 경우 '처방점검료', 약사는 '처방모니터링료' 쯤이 될 것이다. 전 의원의 지속적인 요구해 과거 수가보상에 부정적이었던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도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꿔 지난해 관련 연구용역을 외부에 발주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수가보상 모델을 마련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하고, 현재 논의 중이다.

전 의원은 "DUR점검의무화와 페널티(100만원 이하 과태료)는 의사(의료기관) 뿐 아니라 약사(약국)에게도 적용된다. 인센티브도 마찬가지다. DUR과 이번 점검의무화 법안이 의약 직능간의 손익계산 또는 직능이슈가 아니라 의약사들이 적절하게 약물을 투여할 수 있도록 돕고, 이것이 국민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측면에서 발전적으로 논의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전 의원은 이어 "DUR은 11년이 지났지만 그 전사(前史)까지 보면 20년간 논의돼온 의제다. 요양기관 인프라도 충분하다. 이제 정착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공은 복지부와 심사평가원, 국회에 넘겨졌다. 복지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는 전 의원이 오는 6월 이후에는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행정안전위원회로 자리를 옮기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법률안을 살피기 어렵기 때문에 언급한 내용이었다. 실제 전 의원은 오는 6월부터 20대 국회가 끝날때까지 1년간 행정안전위원장을 맡기로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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