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R 국회의원'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좋을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예고대로 '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DUR)' 사전점검 의무화법안을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

의료계 등 일각에서 의무이행을 하지 않았을 때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과태료(100만원 이하)를 두고 우려를 표할 수도 있지만 과거와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저항의 무게도 상대적으로 덜할 것으로 보인다.

전 의원은 이미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DUR 점검 사전의무화법안 발의 뜻을 내비쳤고,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지지를 받아내기도 했다. 실제 전 의원은 지난해 10월29일 종합국정감사에서 "DUR이 의료법과 약사법에 들어올 때 번거로움, 새로운 규제 등 여러 반대의견들에 부딪혀서 의약품정보 확인 미준수에 대한 벌칙규정과 DUR 점검 의무화 없이 도입됐다"며, "그러나 이제는 DUR 점검을 의무화할 때가 왔다고 판단한다. 법령개정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능후 장관은 "(사전점검을) 의무화해서 준수하지 않으면 조치하는 입법 등을 검토해보겠다"고 했다가, 전 의원의 재질문에 "관련 근거법령을 만들어 강제화하겠다"고 했다. 이로부터 3개월이 조금 넘은 지난 11일 전 의원은 관련 의료법과 약사법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DUR 점검 의무화 페널티에 대한 분위기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건 DUR 점검 보상 검토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심사평가원은 올해 상반기 약 4억6천만원을 들여 DUR 관련 행위모형 개발과 비용보상 방안마련을 위한 시범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행위유형은 '처방사전검토료'와 '처방모니터링료'쯤이 될 것이다.

심사평가원의 시범사업 계획을 보면, 상급종합병원 1곳, 종합병원 3곳, 의원 15곳, 약국 38곳 등 총 57곳을 시범사업에 참여시키고, 점검건당 보상비용을 일단 3천원으로 정했다. 이 처럼 DUR 점검 의무화는 의약사 입장에서는 '당근'과 '채찍'이 동시에 부여되는 방식으로 추진되게 됐는데, 궁극적으로는 의약품안전사용 등에 따른 국민건강 보호에 기여할 획기적인 조치로 평가할 만하다.

사실 DUR 점검 의무화 여건과 필요성은 페널티나 보상조치와 상관없이 이미 상당히 무르익은 상태다. 지난해 5월 기준 일선 요양기관 7만4849곳이 DUR 프로그램을 설치해 설치율이 99.7%에 달한다. 종별로는 상급종합병원 100%, 종합병원 100%, 병원 99.8%, 의원 99.7%, 치과병의원 99.4%, 보건기관 100%, 약국 99.9% 등이다. 

인프라는 이렇게 충분하지만 '온/오프' 기능을 통해 의사가 임의로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제공된 의약품 안전정보를 처방에 반영하는 경우는 여전히 높지 않을 실정이다. 실제 2017년 발생한 11억9573만건의 점검요청 중 9899만건(8.3%)에 팝업이 제공됐는데, 처방단계에서 처방이 변경된 비율은 병용금기 29.4%(처방전 내), 연령금기 58.2%, 임부금기 38.6%, 분할주의 13.8%, 노인주의 2.6%, 용량주의 25.8%, 기간주의 17.3%, 저함량 12.7%, 동일성분 14.4%, 효능군 중복 11.2% 등에 그쳤다.

DUR 팝업을 통해 안전정보가 제공돼더라도 해당약제를 사용하는 게 더 환자에게 이익이 돼 처방한 경우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부적절 사용 메시지가 처방에 반영되지 않는 건 환자들에게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전 의원이 이번 사전점검 의무화법안 발의를 당초 계획보다 서둘렀던 이유도 부적절한 의약품 사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필요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의원이 지목한 가장 취약한 기관은 바로 요양병원이다. DUR 프로그램 설치율이 거의 100%에 가깝지만 심사평가원 분석결과 요양병원의 DUR 점검실적은 11% 수준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주의 의약품 등이 요양병원에서 무분별하게 투약되고 있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자, 전 의원은 당초 'DUR 수가' 신설 진행 상황을 고려해 입법안을 마련하려고 했던 계획을 수정해 입법을 서두른 것이다.

심사평가원이 지난해 자체 수행했던 '약물부작용 후향적 분석 및 부작용 모니터링 시스템 기반 마련(연구책임자 김동숙 연구위원/변지혜 부연구위원)' 연구에서는 DUR 경고 정보를 무시한 처방 100건 중 6~7건에서 우려되는 이상반응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DUR 사전점검 의무화와 이를 통한 처방변경은 적어도 처방의약품을 국민들이 안전하고 적절하게 사용하는데 있어서 기초적이면서도 결정적인 보루가 될 수 있다. 사실 관점을 달리하면 질병치료를 위해 환자에게 적절한 의약품 투약을 결정해야 하는 의사에게 안전장치 측면에서 DUR은 엄청난 편이를 제공하는 고마운 시스템이기도 하다.

더구나 사전점검을 통해 동일성분이나 효능군 중복을 최소화할 경우 DUR점검과 처방변경은 약제비 절감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역시 심사평가원이 자체 연구한 '낭비되는 의약품 규모, 비용 및 요인 분석 연구: 미사용으로 버려지는 처방전약 중심으로' 보고서(연구책임자 김지애 부연구위원)에 의하면 2016년 한해 중복처방으로 낭비된 의약품 규모가 138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계됐다.

DUR 사전점검을 통해 절감된 약제비 규모는 'DUR 수가' 신설에 따른 추가 재정을 상쇄하고도 남을 수 있기 때문에 정부나 가입자 입장에서도 과거처럼 수가신설에 반대하거나 기권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이렇게 장점이 많고 의약사와 국민 모두에게 '좋은'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게 이번 '전혜숙법안'의 의미이고 가치다.

2008년 4월 처방전내 점검을 시작으로 DUR이 도입된 지 오는 4월이면 만 11년이 된다. 국민의 의약품 안전사용의 보루로 DUR이 제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DUR 수가' 신설과 DUR사전점검 의무화 법안은 차질없이 진행돼야 한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