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선 |
유한양행 정기 주주총회와 회장직 신설이 갖는 의미

3월 15일 열린 유한양행 정기 주주총회 현장 / 사진=유한양행
3월 15일 열린 유한양행 정기 주주총회 현장 / 사진=유한양행

회장직 신설 등을 두고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제기됐던 15일 유한양행의 정기 주주총회는 뜨거운 관심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의 압도적인 찬성표가 나오면서 다소 싱겁게 마무리됐습니다. 유한양행이 이번 정기 주총에서 28년 만에 회장직을 신설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상정하기로 하면서 회사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여러 말들이 오갔는데요. 주총에서 주주들의 95%가 회장직 신설 안건 등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현 경영진의 글로벌 유한양행으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이 다져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국내를 대표하는 제약회사인 유한양행은 고(故) 유일한 박사가 '건강한 국민만이 잃어버린 주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1926년 설립했는데요. 오는 2026년 창립 100주년을 맞게 됩니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4년 국내 제약사 중 최초로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명실상부한 제약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됩니다.

그 이듬해인 2015년 3월 유한양행 대표에 취임한 이정희 당시 사장은 6년의 재임 기간 유한양행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주도하며 회사의 신약 개발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글로벌 혁신신약 반열에 오른 유한양행의 폐암신약 '렉라자(성분 레이저티닙)'은 2015년 7월 국내 바이오 벤처인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GENOSCO)에 10억원의 계약금을 지불하고 기술 도입(라이선스 인)한 파이프라인인데요. 유한양행은 2018년 11월 글로벌 빅파마인 존슨앤드존슨(J&J)의 자회사인 얀센바이오테크에 약 1조4000억원 규모로 렉라자의 기술수출을 성사시켰을 뿐만 아니라, 2021년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렉라자를 국산 31호 신약으로 허가받기도 했습니다.

이정희 사장으로부터 대표 바통으로 이어받은 조욱제 사장은 회사 창립 100주년인 2026년에 '글로벌 50대 제약사'로 나아가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습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이 렉라자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얀센바이오테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자사의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요법에 대한 허가 신청을 마친 상태인데요. 신청 결과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 나올 예정인데, 만약 품목허가가 승인된다면 렉라자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혁신신약 반열에 올라서게 되는 셈입니다.

출처=유한양행 홈페이지 캡처
출처=유한양행 홈페이지 캡처

전날 주총에서 조욱제 대표는 "2년 후 다가올 유한의 100년사 창조를 위해 올해 글로벌 혁신신약으로 당당하게 서게 될 렉라자를 필두로 유한양행의 비전인 '그레이트 유한, 글로벌 유한(Great Yuhan, Global Yuhan)'을 달성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유한양행 100년의 역사 속에서 세계 무대에서 어깨를 견줄 만한 혁신신약을 배출했다는 자신감이 드러나는 대목인데요. 주총에서의 조 대표의 발언을 좀 더 살펴보니 이번 회장직 신설이 과거의 100년이 아닌 앞으로의 100년을 준비하기 위한 초석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약회사가 혁신신약을 개발하지 않고는 글로벌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대표이사인 제가 봤을 때 현재 유한양행은 새로운 체계로 나아가기 위해 연구개발(R&D)에서 걸음마를 시작하고 있는 단계로 판단됩니다. 저희는 R&D를 확대할 의사가 충분히 있고, 유능한 사람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합니다." 회장직 신설은 유한양행의 미래를 위해 내린 결정이라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인데요.

그는 이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R&D 인재 영입을 하기 위해서는 사장이나 부사장 등의 직급이 필요한데, 회장 등의 직제가 없는 현행 구조로는 매번 영입할 때마다 주주총회를 열어야 합니다. 현재 회사에 사장 2명, 부사장이 6명 있는데 임명 당시 법무법인에 컨설팅을 의뢰한 결과 상법은 관련이 없지만 회사 정관에는 위배되니 정관을 수정하는 게 좋겠다고 권유를 받아서 정관을 고치게 됐고(그래서 회장직을 신설한 것입니다). 회장직과 부회장직 신설은 욕심(현 경영진이 주인 없는 유한양행을 사유화한다는 의혹)을 채우기 위해 한 행동이 아닙니다. 회장과 부회장에 어떤 사람이 오게 될지도 아직 정해진 부분은 없습니다."

신설되는 회장직에 누가 오를지를 두고 여러 말들이 오갔지만, 중요한 것은 유한양행의 100주년을 앞두고, 그리고 글로벌 혁신신약의 태동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유한양행의 리더십 구조에 큰 변화가 생겼다는 점일 것입니다. 조 대표가 언급한 것처럼 이러한 리더십 구조의 변화의 배경에는 바로 'R&D 인재 영입'이 깔려 있습니다. 이번 정기 주총에서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된 김열홍 유한양행 R&D 총괄사장도 작년 3월 유한양행 R&D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 외부에서 사장 직급으로 영입한 인물입니다. 보수적인 제약사의 특성상 그리고 유한양행의 전통상 공채 출신 사장이 꾸준히 배출됐던 점을 감안한다면 파격적인 결정이어서 큰 주목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업계에서는 조 대표의 발언처럼 이번 회장직 신설이 유한양행이 글로벌 빅파마로 우뚝서기 위한 글로벌 스탠더드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초석이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전날 주총장에서 한 주주도 "현시점에서 '글로벌 유한'이 되기 위해서는 회장, 부회장 제도 신설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는데요. 주주들로부터 95%의 압도적인 찬성표를 받으면서 회장직은 신설되는데는 별다른 장애가 없었습니다.

'R&D 인재 영입을 위해 회장 및 부회장 직제 신설이 필요했다'는 조 대표의 발언과 2년 앞으로 다가온 유한 100주년, 그리고 작년에 있었던 김열홍 고려대 의대 종양혈액내과 교수 사장 영입 등 일련의 상황을 들여다본다면 '현 경영진이 유한양행을 사유화하기 위해서 회장 및 부회장 직제 신설을 주도했다'는 일각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어 보입니다. 유한양행의 지배구조상 회장이나 부회장이 새로 임명된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회사 지분을 들고 있지 않는 인물이라면, 유한양행은 여전히 고 유일한 박사의 유지를 받들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이상적인 지배구조를 지켜갈 수 있습니다. 유한양행의 최대주주는 15.92%의 지분을 보유한 공익법인인 유한재단입니다.

'더 큰 유한, 세계 무대로 나아갈 유한'을 위해서라면 유한양행이 언젠가 글로벌 빅파마의 헤드급 인재를 영입하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유한양행은 2년 앞으로 다가온 창립 100주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지만, 동시에 앞으로의 100년을 준비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리더십 체계로는 R&D 인재 영입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인식 속에서 회장직이 신설된 만큼 앞으로의 인사 행보에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의 100년을 내다보고 '그레이트 유한, 글로벌 유한'이라는 비전을 실현해 나갈 훌륭한 인재 영입이 뒤따른다면 일말의 의심도 다 불식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국내 제약기업으로는 최초로 글로벌 50위 순위 안에 들어가는 유한양행이 될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이정희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이 최근 <히트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유일한 정신'에 대해 언급한 대목을 전해드립니다. "'좋은 약을 만들어서 국가와 동포에 도움을 준다'는 박사님의 말씀은 당시 환경을 고려해야 합니다. 만약 박사님이 지금 살아계셨다면 혁신신약을 개발해 온 세계인을 질병에서 구하자고 말씀하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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