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등 전공의 사직서 제출… 근무 중단 돌입
정부, 진료유지명령… 의협 비대위원장에 면허정지 사전통지서 발송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도 이어져… 연 2000명 증원 철회하고 재조정해야

서울 수도권 대형병원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환자에 대한 진료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 수도권 대형병원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환자에 대한 진료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예고대로 수도권 대형병원의 전공의들을 중심으로 한 집단 사직서 제출이 현실화됐다.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진료유지명령'을 내리는 동시에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행정명령을 위반한 혐의로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과 박명하 서울특별시의사회장(의협 비대위 조직위원장)에 면허정지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시민단체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담합'으로 보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겠다고 밝히는 등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19일 의료계와 정부에 따르면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무더기 사직서를 제출했다.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진료과목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제출하고 근무를 중단하면서 예정된 수술을 취소하는 등 진료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울아산병원도 20일부터는 전공의들이 단체행동을 예고해 수술 일정 등을 조율하고 있다. 또 길병원, 인하대병원, 인천성모병원, 대전성모병원, 대전을지대병원, 전북대병원, 조선대병원, 제주대병원 등의 전공의들도 사직서를 제출했다.

교수의 수술과 진료를 보조하는 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하면서 수술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등 환자에 대한 진료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보면 "몇 달 전부터 세브란스 진료 예약을 해뒀는데, KTX를 타고 올라가는 길에 전공의 파업으로 '진료 불가' 상태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고, 또 다른 암 환자는 "빠르게 치료를 받고 싶은데 전공의 파업때문에 수술보다 항암을 먼저해야 하고, 그마저 밀릴까봐 노심초사"라고 토로했다.

의정(醫政) 갈등으로 환자들의 피해가 속출하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회(경실련)는 전공의들의 집단 진료 중단 행위를 '담합'이라며 공정위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20일 근무를 중단하거나 정부의 업무복귀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22일께 담합 행위로 고발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강력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복지부는 집단 연가 사용 불허 및 필수의료 유지 명령에 이어 19일 전국 211개 전체 수련병원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했다. 그러면서 현장 점검에도 나섰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

같은 날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브리핑에서 "전공의는 가장 열악한 근무 여건 속에서도 사람을 살리는 의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묵묵히 힘든 시간을 견뎌냈다"라며 "다 알 수는 없지만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다. 전공의가 진정한 교육과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꼭 의료 여건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를 향해서는 비판을 쏟아냈다. 박 차관은 "의협은 28차례 협의 등을 거쳐 마련한 필수의료 패키지를 발표했을 때는 환영과 공감의 뜻을 표하고, 이제 와서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며 "전공의 집단행동도 국민 생명과 건강에 대한 우려와 걱정 없이 부추기고 있다. '집단행동 교사'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보고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16일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과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에 면허정지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의대 정원 증원 발표 직후 복지부가 의협 집행부 등을 상대로 내렸던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위반한 혐의다. 정부가 실제 면허처분 절차에 돌입하면서 의정 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한국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전공의 사직과 학생들의 휴학원 제출 등 현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학생들이 부당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피력했다.

KAMC 성명을 통해 "교육 현장의 대혼란이 초래된 현실에 참담함을 금치 못한다. 2000명이란 수치는 지난 1월 9일 우리가 2025학년도 입학에 반영할 증원 규모로 제안했던 350명과 큰 괴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전국의 40개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의 교육 여건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수용하기에 불가능한 숫자"라고 말했다.

이어 "전국 40개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장들은 과도한 증원 등 불합리한 의료 정책에 대한 의사표현의 방식으로 휴학에 나설 수밖에 없는 학생들 마음을 이해하고, 향후 입학하게 될 신입생들에게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는 데다 재학생들에게까지 부실교육의 여파가 미칠 것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KAMC는 그러면서 "의사 수 연 2000명 증원을 결정한 근거를 제시할 수 없다면 철회하고, 의사 인력 충원 계획을 재조정해야 한다. 의료 인력 수급을 조정할 법제화된 거버넌스 구축도 있어야 한다"며 "의대 증원에 앞서 기존 배출된 필수의료 자원의 효율적 분배와 증원된 인력이 필수의료 분야로 유입될 수 있는 정책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