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홍성광 뉴로이어즈 CTO(한림대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가만히 있으려 애를 쓰는데도 '빙글빙글' 세상이 돌아가는 어지럼증을 겪어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어지럼증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2013년 약 70만명에서 2022년 약 98만명으로 10년 만에 대략 38% 증가했다. 특히 어지럼증은 노인에게 발생률이 높아 고령사회에 진입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흔한 임상적 증상으로 자리 잡았다.

어지럼증 진단과 치료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뉴로이어즈(NeuroEars)'가 어지럼증 검사를 위한 소프트웨어(SW) 개발에 나섰다. <히트뉴스>는 홍성광 뉴로이어즈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만나 개발 중인 어지럼증 검사 소프트웨어와 향후 계획을 들었다. 뉴로이어즈는 한림대기술지주의 자회사다.

어지럼증 검사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뉴로이어즈의 홍성광 CTO / 사진=이우진 기자
어지럼증 검사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뉴로이어즈의 홍성광 CTO / 사진=이우진 기자

 

국내서 '어지럼증'을 타깃으로 삼은 회사는 처음 봅니다. 왜, 하필 어지럼증이죠?

"어지럼증은 일상생활에서 사람이 경험하는 가장 흔한 불편한 증상입니다. 원인도 가장 흔한 귀 문제부터 뇌경색까지 다양해요. 보통은 안구 움직임 관찰을 통해 원인을 감별하는데요. 사실 이런 과정이 복잡하고 안구 움직임을 관찰하려면 기기도 필요합니다. 근데 기존에 안구 운동을 보는 검사 기기는 대부분 수입회사 제품이고, 가격도 비싸죠.

그래서 MRI나 CT 등의 영상 검사에 의지해 진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전공의 수련과 전임의, 대학원 과정을 거치면서 어지럼증 질환에 있어서 환자와 의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안구 운동을 간단하게 검사해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라는 걸 느꼈어요. 게다가 몇 년 전부터 가상현실(VR)이 유행했잖아요? 가상현실 기기에 안구를 볼 수 있는 기능들이 다 들어가 있어요.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또 HMD(Head mounted display)라고 가상현실 기기에 설치해서 판매할 수 있는 사업화가 가능한 계기도 마련돼 확신을 갖고 진행하게 됐어요."

 

어떤 원리를 가진 기기인지 궁금해 집니다. 어지럼증도 증상에 따라 종류가 여러 가지인 걸로 알고 있는데, 세분화 분류도 가능한가요?

홍성광 뉴로이어즈 CTO / 사진=이우진 기자
홍성광 뉴로이어즈 CTO / 사진=이우진 기자

"가상현실(VR)과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해요. 환자가 시선 추적 기술이 적용된 VR 기기를 쓰고 시선을 움직이면, 9만개의 안구 움직임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환자의 비자발적인 안구 운동을 추적해 어지럼증 진단 정보를 제공합니다. 정확도는 85~95% 정도고, 딥러닝을 통해 맞춤형 소프트웨어로 계속 진화시킨다는 특징도 갖고 있어요. 기존 검사 대비 저렴한 검사비와 정확도 높은 진단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세분화의 경우 현재 가능한 어지럼증 검사가 몇 가지가 있는데, 우리 기계로 거의 모두 구현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검사의 의미는 엑스레이(X-ray)로 가정했을 때 '촬영한 것'을 의미해요. 촬영을 했으면 판독을 해야 하는데, 아직 판독하는 시스템은 없고 개발 중입니다. 현재 측정하는 단계로 말할 수 있어요. 측정 다음은 AI가 진단을 보조하는 단계인데, 3~4월 이내에 논문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저희 목표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에 기존 판매하고 있는 소프트웨어에 업데이트를 통해서 진단 보조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AI를 활용한 기기의 경우 데이터셋의 구축에 따라 신뢰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데이터셋을 모으는 과정과 향후 추가 안구 움직임 데이터셋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듣고 싶습니다.

"먼저 저희는 AI 기반으로 안구 운동을 분류해 어지럼증 질환의 가장 흔한 원인인 '이석증'을 진단하는 보조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것은 한림대성심병원의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개발됐습니다. 2019년 SCI급 논문에 발표도 됐고요.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에서도 데이터 공유나 협력 연구에 대한 제안을 받았고, 이를 뉴로이어즈로 기술이전했습니다. 사실 AI 기반의 헬스케어 인증이나 실용화를 위해서는 학습 데이터의 신뢰성, 데이터 수집 방식의 투명성, 환자 정보 보호가 가장 필요한 부분인데요. 이를 위해 재작년에 국내 13개 상급종합병원 이비인후과, 신경과의 안구 운동 데이터 AI 구축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모델링을 개발했습니다. 지금은 데이터셋을 추가적으로 수집하는 것보다는 이미 모여진 데이터셋에 대한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알고리즘을 국제적으로 상호 검증하는 해외 기관과의 협력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말씀해주신 것을 종합해보면 '소프트웨어 형태의 안진검사(Nystagmography)를 이용하면 검사비도 낮아지고, 정확도 높은 진단도 가능하다'고 이렇게 해석되네요. 실제 임상에서 어지럼증 환자를 캐치해 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부족한가요?

"네 맞습니다. 어지럼증은 주로 급성으로 발생합니다. 우리나라 의료 환경상 상급종합병원보다는 개인 의원이나 응급실을 많이 방문하게 돼요. 사실 이비인후과나 신경과 중에 어지럼증 환자에 특화된 전문가가 있다면 안구 운동검사의 시행이나 해석, 그리고 진단이나 치료에 어려움이 없죠. 하지만 환자가 항상 그런 전문가가 상주하는 병ㆍ의원을 방문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결국 진단 절차부터 치료가 지연돼 환자의 예후나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게 되죠. 사실 간단한 기기로 검사를 통해 어지럼증의 원인을 감별할 수 있다면 미충족 의료 수요(Unmet Medical Needs)를 해결하는데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우리나라 어지럼증 유병률은 어느 정도 되나요? 현재 검사 기기 현황이나 치료 관련해서도 알고 싶습니다.

"60대 이상을 기준으로 잡으면 어지럼증 환자 비율은 30~50%입니다. 젊은 층도 20% 정도로 유병률이 높은 편이에요. 또 어지럼증은 주로 이비인후과와 신경과에서 다루는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이비인후과 전체 병원 개원 수가 3000개, 신경과가 500개로 합치면 대략 3500개 정도입니다. 그러나 어지럼증을 검사하는 기기의 보급률은 25%로, 보급률이 낮은 편입니다. 유병률이 증가해도 기기가 보급되지 않는 거죠.

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석증의 경우 그나마 치료가 되는 편에 속하는데, 만성 어지럼증 이런 케이스는 전정 재활 물리치료가 좋거든요. 하지만 환자당 20~30분씩 교육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의사 입장에서 시간상 힘들죠. 그리고 이런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게 소프트웨어죠."

 

현재 40여개 대학병원 및 병·의원 등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간편한 검사가 장점인 만큼 추가로 의료기관의 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향후 확장을 위한 회사 측의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소프트웨어로 어지럼증 검사 진단, 치료가 모두 가능한 플랫폼을 통해 의사가 편하게 환자 진료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현재 출시된 제품은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상용화된 가상현실 기기에서 작동되는데요. 소프트웨어라 다양한 기기에서 작동이 가능해 태블릿과 무선 가상현실 기기 디바이스도 활용하고자 합니다.

다만 소프트웨어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시 동일한 알고리즘이 적용되는데도 불구하고, 기기마다 인증을 따로 받아야 합니다. 이러한 부분도 추후에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희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의사들의 피드백을 계속 반영해 꾸준히 업데이트하며 사용하기 편하게 발전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얼마 전 'CES 2024'에도 다녀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외 진출에도 관심 많으신 것 같은데, 계획이나 진행 중인 사항 있으신가요?

"크게 미국, 일본, 유럽으로 나뉘겠네요. 미국의 경우 FDA 허가 절차를 작년부터 진행 중이고요. 올해 안에 인증을 마무리하는 게 목표입니다. 저희 하드웨어 기기 파트너가 일본에 있습니다. 그래서 하반기쯤 파트너사랑 같이 일본에서 인증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고요. 마지막으로 유럽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사실 미국이나 일본, 유럽은 우리나라보다 어지럼증 시장이 훨씬 더 큰 나라거든요. 세계적으로 어지럼증에 대한 수요가 높아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뉴로이어즈는 진단검사 소프트웨어를 시작으로 '디지털 치료기기' 분야까지 개발 범위를 확대할 예정인 것 같습니다.

홍성광 뉴로이어즈 CTO가 인터뷰에 답하고 있다. / 사진=이우진 기자
홍성광 뉴로이어즈 CTO가 인터뷰에 답하고 있다. / 사진=이우진 기자

"국내 최초로 어지럼증에 대한 디지털 치료제로 승인받아 시장에 출시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지럼증 치료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전정재활'이라는 눈과 머리를 지속적으로 돌리는 운동인데요.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됐지만, 전정재활을 위해 의사가 소모하는 시간부터 환자의 낮은 순응도 등으로 인해 잘 처방하지 않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가상현실을 통해 머리와 눈을 움직이고 움직임이 정확한지 센서가 알려주는 가상현실 기반 전정재활 치료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환자가 스스로 전정재활을 할 수 있는거죠. 식약처 승인 하에 1월 다기관 임상 연구를 시작했고, 어지럼증의 설문지 자동 분석이나 치료를 추천하는 알고리즘 개발까지 성공했습니다.

4~5월쯤 임상을 마치고 확증에 들어가는 게 목표고요. 12월 중 마무리되면 시나리오 기술을 통해 디지털 치료제로 수가를 인정받는 게 저희의 계획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사용 횟수가 많아지면 그만큼 금액을 깎아주는 형태의 수가 인정을 해줬으면 하는 게 저희의 바람입니다. 세계로 나아가는 어지럼증에 특화된 디지털 진단 치료기기 개발기업으로 우뚝 서겠습니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