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원료 수급 불안+낮은 약가 영향"
시민단체 "시장에 못맡긴다...공공센터로 관리해야"
정부는 신중론 "현행 대책 안에서 최선 다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이어지고 있는 의약품 공급 불안을 두고 제약업계와 시민사회단체의 '해답'은 전혀 달랐다. 원료 수급을 비롯해 약가 인하 일변도를 문제삼고 있는 업계와는 달리, 시민사회단체는 가격과 공급을 시장에 맡길 수 없다는 주장을 내놓으며 공공 차원의 '의약품 관리센터'를 만들자는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답을 보는 다른 시각의 사이에서 보건당국은 먼저 현재 마련된 대책 안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서영석·신현영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이하 건약),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의약품 수급 불안정 해소 및 안정공급체계 구축을 위한 제도적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의약품 수급 불안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논의했다.

특히 이날 관심을 끈 것은 제약업계 측과 시민사회단체가 의약품의 수급 불안 문제에서 다른 시각을 보였다는 점이다. 박실비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식의약정책연구센터장과 함께 발표를 맡았던 이동근 건약 사무국장은 기존 의약품 공급정책 과정에서 정부의 대응이 부족했음을 지적하며 의약품 공급정책이 시장 기능에 의존해 왔고 공공관리의약품의 국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정부 나서달라'는 시민사회단체
"시장 자체 기능으로는 한계 있다…공공센터로 가자"

이동근 사무국장은 먼저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유관기관 및 단체와 함께 '의약품 수급 불안정 대응 민관협의체'를 개최하며 제약사의 생산과 의료계의 사용량 조정, 약국 등에서의 유통 왜곡행위 규제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수급 모니터링을 통해 공급 중단 등을 감시하고 있다는 점과 함께 의약품의 가격 인상을 통해 아세트아미노펜ㆍ수산화마그네슘ㆍ슈도에페드린ㆍ부데소니드 등의 약가를 인상하며 생산 유도를 이끌었다는 점 등은 인정했다. 하지만 의약품 접근 문제를 좀 더 공공적인 시각으로 봐야 함을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최근 약가 인상을 논의하고 있는 부데소니드 제제가 포함된 '부신피질호르몬제 포함 흡입제'의 원별 처방량은 단순히 공급이 불안한 것이 아니라, 2018년부터 전반적으로 가을철(9월경)부터 초봄(3월경)까지 급증하는 패턴을 보인다. 단순히 약가 인상이 아니라 필요한 공급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뜻이라는 게 이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이동근 사무국장
이동근 사무국장

이 과정에서 보건당국은 과거 장기 품절약 문제부터 수급 불안정 대응까지 공급 부족, 품절의 정의를 정하지 못하고 있으며 문제 발생 이후 60일 안에 제약사가 이를 보고해야 하는 '의약품 공급 중단 및 부족 보고 제도' 역시 하지 않아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는 건강에 필수적인 의약품의 경우 가격 인상이나 인하와는 상관 없이 사야 하는 필요성과 정보 비대칭성, 환자와 제약사와의 약을 둘러싼 균형의 무너짐을 야기할 수 있어 시장기능만으로 어려운 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이 사무국장은 설명했다.

그는 의약급 수급 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가 건강권을 위한 '의약품의 탈상품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국장은 이를 위해 △국가필수의약품 이상의 공공 관리가 요구되는 의약품 관련 책임을 확대하는 한편 △분절적인 의약품 관리체계로서의 탈피 △생산-유통-사용 전 영역에서의 선제적 개입 필요 △상시적 민관 협의기구 운영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봤다. 이를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의 '공공관리의약품센터(가칭)'를 구축하고, 센터 업무를 ①모니터링 및 정보 관리 ②공공 생산 인프라 구축 ③수급 예측 고도화 등 연구사업 ④관련 부처간 협업 등으로 만들어 모니터링 및 비급여 치료제 등으로까지 확대하면 문제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정부 나서달라' 주장은 같지만 
원인은 '건보재정 절감·약가삭제 일변도'라는 업계

제약업계 역시 정부가 의약품 수급 불안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정부의 역할은 단순히 약가를 내려 채산성을 낮추는 문제가 아닌 제약업계를 향한 약가 보건과 생산 장려책에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정광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보험유통본부장은 "복지부 주관으로 십여 차례의 수급 안정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통해 다양한 의약품의 증대 및 가격 인상 및 균등 배분까지 전방위적인 안정화 노력을 기울리고 있다"며 해외의 사례를 소개했다.

정 본부장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미국 의약품 시장 역시 코로나19 이후 원료 및 해외 제조시설 등의 높은 해외 의존도로 인해 수급 불안정이 발생한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바이든 정부 역시 행정명령을 포함해 자국 기반 제조시설의 확대 등 장기적인 공급망 안정화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또 노바티스 및 로슈 등을 보유한 제약강국으로 알려진 스위스 역시 예외는 아니다. 스위스의 경우 90% 이상이 특허만료의약품이나 제네릭 등으로 추정되는데, 이들 약의 너무 낮은 마진과 높은 생산비용이 문제가 되면서 필수의약품 부족 국가가 돼버린 상황이다. 즉 신약 위주의 일변도적인 정책이 되려 환자에게 필요한 제네릭 시장의 경쟁력을 낮춘 사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국내 의약품 역시 품절 원인은 약가 및 채산성의 문제로 귀결된다. 1999년 실거래가 상환제도 도입에 따른 30.7%의 약가 인하 이후 2012년 약가 일괄 인하를 비롯해 약가 인하 일변도의 정책 기조로 인해 국내 원료를 사용하기 어렵고 의약품 자급률의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여기에 낮아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코프로모션 등의 상품 판매로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정 본부장의 설명이다.

정광희 본부장
정광희 본부장

특히 약가 인하와는 달리 제품 생산을 위한 원가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어 채산성이 맞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 대표적으로 소비자물가지수 및 주요 생필품의 가격은 1999년 대비 2023년 2배 이상 올랐지만 해당 항목 내 주요 의약품의 가격은 절반 수준으로 인하했다. 그나마 아세트아미노펜 등은 2022년 가격 인상으로 79% 수준에 그쳤지만, 아몰시실린 등은 45% 수준에 불과했다. 협회 31개 회원사에서도 최근 3년간 퇴장방지 및 국가필수의약품 중 생산 및 수입을 중단한 곳은 46개였는데, 이 중 38개 품목이 채산성 문제라고 답했다. 말그대로 '만들고 파는 것이 손해'인 상황이라고 정 본부장은 강조했다.

생산에 필요한 원료의약품 원료 자급 역시 꾸준히 문제로 꼽힌다. 지속적인 생산 원가의 상승 및 약가 인하 정책으로 낮아진 수익성을 개선하려고 했던 것이 2022년 원료자급률 11.9%로 두자릿수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다다른 것이다.

정 본부장은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걱정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다양한 약가 인하 기전의 중복이 있어서는 않아야 한다"며 "기업의 투자와 운영, 신약과 필수의약품의 공급 노력이 전면적인 약가 인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국민보건을 저해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시적 약가 인상보다 현행 제도를 수정 보완해 실효성있는 지원책을 마련해달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남후희 과장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는 발표자 및 토론에 남후희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정부 및 각 단체의 의견을 통해 여러 주체의 협력이 필요한 사안임을 인지하고 대응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 운영하고 있다"며 "공급 중단 의약품 목록도 현재 다시 마련 중이고, 현재의 수급 불안의 상황을 반영한 보고 리스트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요 관련 현안에서도 약사회 균등 배분과 과잉 재고량 관리 등을 꾸준히 관리할 예정"이라며 "공공의약품관리센터 등은 법도 올라가 있고, 논의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DUR을 통한 의약품 공급 불안 알림 작업 등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각 주체의 수급 불안을 가중시키는 가수요 문제, 정부의 지원 등을 사전 협의할 수 있도록 각 주체 역시 도움을 주고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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