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원 '안전기술 연구'→개발-사용 전방위적 체계 변모 목표
코러스·기프트 성과 속속…자체 연구역량·연구인재 확보도

취임 100일을 맞은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박윤주 원장이 업계의 수요에 맞춘 규제정책을 통해 산업을 위한 동반자로 자리잡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디지털 치료기기(DTx)를 비롯해 범주를 정하기 어려운 새로운 기술을 위한 틀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박윤주 원장은 29일 취임 100일을 맞아 식약처 전문언론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 진행했던 업무와 발전을 위한 의견을 밝혔다. 박 원장은 "지난 5월말 평가원장 임명 이후 기관의 중요성과 역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노력과 목표를 소개하는 궁금증에 답변드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운을 뗐다.

박 원장은 역점 사업으로 규제과학 혁신 지원과 글로벌 협력 강화로 꼽았다. 지난 8월 개정 공포된 '식품ㆍ의약품 등의 안전 및 제품화 지원에 관한 규제과학혁신법'에 따라 곧 출범할 규제과학혁신정책추진단의 정책 개발 업무를 지원하는 것이 그 첫 단계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종전 안전기술 연구가 아닌 개발부터 사용까지의 정책 기반을 연구해 지원한다. 여기에 제품화 지원 부문에서도 '제품화를 함께하는 동반자'라는 콘셉트로 △다양한 제품에 대한 개발단계별 컨설팅 △규제지원 요청에 따른 심사부서와 직접 연계 등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협력 부문에서는 지난 5월 식약처 주도로 구성한 세계 첫 식품 규제기관장급 협의체인 아프라스(APFRAS) 회의를 계기로 세포배양식품을 처음 승인한 싱가포르와 협력 회의를 개최해 신소재 식품 안전성 평가 제도 공유의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는 내년 1분기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인공지능(AI) 활용 의료제품에 대한 공동 워크숍을 통해 선도적 가이드라인 마련과 개발ㆍ수출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의료기기에서도 한국-싱가포르와 디지털 헬스기기 분야에서 한국-호주 동반진단의료기기 분야에서 공통 가이드라인 제정 업무에 참여하고 있는 동시에 ICH, IMDRF, GHWP 등 규제기관 협의체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우리의 기준을 세계의 규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세부적으로는 미국ㆍ일본ㆍ유럽 중심의 약전토론그룹(PDG)에 가입해 대한민국약전의 국제조화를 추진하고, 미국약전위원회(USPC)와도 표준품 마련 등 공동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이 밖에 대학교, 연구기관 등이 국제 공동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박 원장은 이 과정에서 필요한 조직 내실화 등도 함께 고민한다는 계획이다. 인재와 예산 투입이 필요한 부분과 과감하게 정비를 해야할 부분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한편, 연구 성과의 식의약 정책 활용성을 높이고자 기획 단계부터 정책부서와 긴밀하게 협력해 연구과제를 발굴하는 등 기관 고유의 임무 중심형 연구개발(R&D)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는 신기술 의료제품의 안정적 허가 심사를 위한 유기적 상담-허가 심사 연계 및 임상 심사부서 기능 정비 등이 그 사례다. 더불어 내년에는 △신기술 적용 식품(푸드테크) 안전기술 지원 △마약류 안전관리 기술 개발 △동물대체시험 실용화를 위한 표준화 연구 등을 식약처와 발맞추는 한편, 현장의 혁신 제품 개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안정적인 허가 심사를 위한 전문인력 확보에도 힘쏟는다. 심사분야에서는 전문인력 확보, 임상 심사부서 기능 정비 및 심사 품질 제고를 위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윤주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 / 사진=이우진 기자
박윤주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 / 사진=이우진 기자

 

코러스부터 기프트까지
DTx
세포외소포체 등 신규 기술 지원도

박 원장은 이와 함께 현재 업계가 고민하는 많은 사항에 평가원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왔다고 전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3월에 출범한 의약품 심사소통단 이른바 '코러스(CHORUS)'다. 6개월간 5대 분과를 통해 허가 심사 지원 분과에서 일반의약품 개발 활성화 지원방안 및 위해성 관리계획(RMP) 제도 운영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전주기 관리 심사 분과에서는 작년에 도입된 허가 후 제조방법 변경관리 제도 개선을 위해 지난 4월 제조방법 변경 심사방안을 마련했다.

또 첨단 품질심사 분과에서는 첨단 제조 및 분석기술을 적용한 의약품 연속제조공정과 경계성 복합구조 의약품의 품질 심사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오는 10월에는 연속제조공정 가이드라인도 만들 예정이다. 아울러 임상시험 심사 분과에서는 논의를 통해 만성 C형 간염 치료제 유효성 평가기간 단축 등 임상시험 평가 가이드라인을 올해 6월에 개정했다. 동등성 심사 분과에서는 제네릭의약품 개발시 업계 의견을 수렴해 이화학적동등성시험 가이드라인, 비교용출시험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는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5월 업계에서 요구한 디지털 치료기기의 선진입-후평가의 경우 허가 후에도 식약처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안전성 및 유효성 자료 등을 신의료기술평가시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신의료기술평가 제도의 합리적 개선을 위해 유관부서와 논의에 있다. 특히 DTx 및 AI 분야를 위해 최근 카카오, 네이버, KT, SKT 등 유명 IT기업과 한 자리에 모여 의료기기법 관련 사항 등을 논의하며 애로사항을 듣고 가시적인 성과와 함께 한국이 AI를 비롯한 세계 시장의 기준을 먼저 만들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또 최근 주목받는 세포외소포체에서는 지난 2018년 세계 첫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으며, 학계 및 산업계와 함께 연내 특성분석 방법과 품질관리 항목 등의 개정 내용을 구체적으로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또 당국과 업계가 무료 품목 분류 및 정의 등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등 신개념 의약품의 품목 분류 체계 마련을 위한 잰걸음도 걷고 있다고 박 원장은 이야기한다.

그런 평가원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은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lobal Innovative Products on Fast Track)' 이른바 'GIFT 키움'이다. 실제 GIFT 키움 신청 업체는 올해 7월 기준 14개사 22개 품목에 달한다. 이 중 혁신형 제약기업 개발 신약도 6개사 7개 품목이 있다. △한미약품의 에페글리나타이드를 시작으로 △JW중외제약의 URC102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아이발티노스타트 △한독의 HDB0001A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트렐멜리무맙·카피바설팁 △한국얀센의 탈베이주 등이 밀착 컨설팅과 심사자료 요건 안내 등을 비롯한 평가원의 서비스를 받고 있기도 하다.

 

평가원의 남겨진 과제
자체 연구역량
연구인력 확보

박 원장은 사업 진행과는 별도로 마지막으로 평가원 자체의 연구 및 심사역량을 확충하는 것은 물론,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박 원장은 "현재 심사인력은 584명 정도 된다. '넘사벽'에 해당하는 미국과 유럽에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아직 하는 일에 비해 (인력 등이) 많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식약처의 허가 심사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지만, 세계 수준에 근접한 역량에도 경험과 인재 부족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심사자의 이론 교육 운영과 함께 현장 실습 교육을 통해 이해도를 높이는 동시에 첨단융복합, 디지털 분야 등 최신 과학기술 진보에 맞춰 필요한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와 협의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했다.

박 원장은 "평가원은 국립연구기관으로서 연구인력 대비 적정 수준의 연구 수행을 통해 자체 연구역량을 강화할 것"이라며 "신개념 제품에 대한 심사 전략을 마련하고, 심사자 수준과 심사 업무량 진단 등을 통해 적정 심사품질 유지를 위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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