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평 면제 실효성 잃어…최소한으로 한정 및 사후 전략 마련돼야
업계·학계·환자 경평 면제를 보는 시각차 확연

환자가 신약을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비용ㆍ효과성 평가 대신 8개국(참조국)의 건강보험 등재 상황 및 가격을 검토해 건강보험에 등재하도록 하는 '경제성 평가 자료 제출 생략 제도(이하 경평 면제)' 실효성에 대한 학계의 의문이 제기됐다.

배은영 경상대 약학대학 교수는 22일 '의약품 경제성 평가 자료 제출 생략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경평 면제 개선 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최근 우리나라 신약 등재 현황을 근거로 경평 면제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배은영 경상대 약학대학 교수
배은영 경상대 약학대학 교수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과 환자단체연합회가 주최하고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서 배은영 교수는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하고 있는 경평 면제 약제(24건)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대체 치료 가능 치료법이 없는 약제는 4건에 불과했고 대부분은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치료법이 없다는 평가였다"며 "경평 면제는 신약 접근성 확대라는 취지에서 볼 때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비용ㆍ효과성 평가를 거치지 않은 약제들에 대한 임상적 근거의 불확실성 및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보완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속되고 있는 경평 면제 제도는 초희귀질환 혹은 치료적 대안이 마련돼 있지 않은 최소한 상황으로 한정해야 하며,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자료 수집 및 분석 계획 등을 세우도록 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업계ㆍ학계ㆍ환자 경평 면제를 보는 시각차 확연

(사진 왼쪽부터) 김보라미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본부장,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 문영철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배은영 경상대 약학대학 교수, 장선미 가천대 약학대학 교수, 김진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국장,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오창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
(사진 왼쪽부터) 김보라미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본부장,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 문영철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배은영 경상대 약학대학 교수, 장선미 가천대 약학대학 교수, 김진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국장,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오창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

이날 주제 발표 이후 진행된 패널 토론에서는 업계, 학계, 환자들의 경평 면제에 대한 시각 차이가 확인됐다. 정부는 의약품 접근성과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유지, 의약품 가치 보장 사이에서 최선의 답을 찾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경평 면제, 불안전성 있지만 업계에는 꼭 필요"

김보라미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본부장
김보라미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본부장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김보라미 본부장은 경평 면제 제도가 학문적으로는 불안전한 제도인 측면이 있지만, 업계 차원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제성 평가 부담이 과도하다는 이유에서다.

김보라미 본부장은 "경제성 평가로는 낮은 ICER 임계값의 비교 약제, 과도한 경평 보완 등으로 인해 등재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작년 등재된 모든 신약이 전부 경평 면제 제도를 활용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고 설명했다.

또 배은영 교수가 개선 방향으로 제시한 경평 면제 약제의 최소 한도 운영 및 불확실성 해소 자료 수집ㆍ분석 계획 수립 등은 현실적으로 실행이 어렵거나 실효성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기존 제도를 유지하는 방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경평 면제 제도는 환자 입장에서는 빠르게 의약품에 접근할 수 있으며, 업체에는 예측 가능한 등재 과정을 제공하며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는 만큼, 현재 형태의 제도 운영이 합당하다"고 설명했다.

경평 기준 개선 필요…경평 면제 외엔 현실적 방법 없어

문영철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문영철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문영철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현재의 경제성 평가 요건 중 하나인 대체 약제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고, 환자가 적어 임상적 효과성 입증이 어려운 희귀질환 치료제의 경우 경평 면제 외에는 실질적인 등재 방안이 없다고 밝혔다.

문영철 교수는 "현재 의료 현장에는 대체불가능한 약제 유무 판단이 어려운 약제들도 있으며, 질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쓰는 스테로이드 등이 대체 약제로 판단되기도 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환자수가 적어 질병코드가 없는 질환의 경우 경평 면제 조건인 200명 미만이라는 소수 조건 데이터조차 수집하지 못하는 등 개선점들이 명확한 상황인 만큼, 경평 면제로 등재하는 약제의 경우 재평가 계획 수립을 강화하는 형태로 기존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자단체 "치료 권리를 경제 논리로 해석해선 안 돼"

김진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국장은 경평 면제는 희귀질환 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만큼 경평 면제 적용 대상 범위를 소수질환 성인까지 확대하는 등 전반적인 치료 안전성을 높이는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진아 사무국장은 "신약 접근성을 높여 희귀질환 환자들의 치료 기회가 확보되면 희귀질환 발병 환자는 물론 그로 파행되는 가족 해체, 경제 계층 하락 등 사회적 문제 역시 완화가 가능하다"며 "적절한 치료환경을 제공해 환자는 물론, 환자 가족의 경제활동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재 이 같은 희귀질환 신약 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제도는 경평 면제로 환자 접근성 강화를 취지로 기획된 제도의 확대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업계, 학계, 환자 접점 찾을 것"

오창현 복지부 보험약제과  과장
오창현 복지부 보험약제과 과장

오창현 복지부 보험약제과 과장은 이같은 업계, 학계, 환자의 의견을 반영해 최적의 답을 찾겠다고 밝혔다.

오창현 과장은 "현재 복지부는 혁신 가치가 있는 치료제의 경우 ICER 값을 탄력적으로 지정하는 혁신가치 인정 등 혁신적인 치료제 등재를 위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며 "환자 보장성, 의약품 평가 내실화, 적정 가격 수준 보장, 보험등재 시기 등 여러 가치를 두고 최적의 가치를 찾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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