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자 지원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

평생 치료 필요한데… 현재 치료제는 남성호르몬 뿐
희귀의약품 경평 면제 등 적극적인 제도 개선 필요
정부도 노력한다… "삶의 질 개선 약제도 신속 등재 중"

우리나라 기준 환자 2만명 미만인 희귀질환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염증체계 이상으로 '급성 부종'이 발현되는 희귀질환인 '유전성 혈관부종' 치료 접근성을 시급하게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종성 의원(국민의힘)이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희귀질환자 지원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 약자복지의 시작, 의료사각지대 희귀질환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을 말하다'에서는 우리나라 유전성 혈관부종의 치료 실태 및 의약품 접근성과 희귀질환 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한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평생 치료 필요한데…현재 치료제는 남성호르몬뿐

강혜련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왼쪽)와 이종혁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
강혜련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왼쪽)와 이종혁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강혜련 교수는 '유전성 혈관부종과 현행 치료제의 제한적인 국내 접근성'을 주제로 유전성 혈관부종의 원인 및 국내외 치료 현황을 소개했다.

 유전성 혈관부종 
염증이 너무 과하지 않도록 안전핀 역할을 하는 C1-에스트라제 억제제 결핍으로, 염증이 과하게 발현되는 희귀질환이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환자수는 152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여러 염증 체계 중 하나의 결핍으로, 평상시에는 정상 생활이 가능하지만 갑작스런 증상 발현으로 입술, 눈 주위, 내장기관, 목 등 부위에 부종이 발생한다. 외관상 사회생활을 어렵게 하기도 하지만, 기도 주변에 부종이 발생할 경우 호흡 곤란으로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호흡기 주변 부종 발생으로 인한 사망 위험 등에 대해 강혜련 교수는 "후두에 부종이 발생할 경우(후두부종) 의식 불명ㆍ저산소성 뇌 손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며 "유전성 혈관부종 환자 10%는 삽관이나 기도절제술이 필요한 기도 폐쇄를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더욱 큰 문제는 치료제다. 현재 우리나라가 허가하고 있는 치료제는 남성호르몬 제제로, 여성 환자의 경우 월경 이상, 남성화, 지질 이상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남성의 경우에도 간암 위험성이 높아진다.

2021년 혈관부종을 예방할 수 있는 다케다의 '탁자이로'가 우리나라 품목 허가를 획득했지만, 급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출시가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강 교수는 신속한 급여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도 폐쇄를 경험한 환자 및 환우들은 오늘 내가(가족이) 죽을 수 있다는 공포 속에서 산다"며 "신약 환자 접근성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희귀의약품 경평 면제 등 적극적인 제도 개선 필요

중앙대 약학대학 이종혁 교수는 현재 위험 분담 제도, 경제성 평가 면제 제도가 적용되고 있는 희귀질환 치료제와 같이 희귀의약품에도 환자 접근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가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종혁 교수는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지만 희귀질환 치료제로 인정받지 못하는 치료제들은 근거 생산이 곤란해 경제성 평가를 통한 비용효과성 입증이 어려움에도 특례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이 같은 치료제들은 접근성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희귀의약품 역시 경평 면제가 필요하며 최근 경평 면제 대상으로 확대된 소아 대상 희귀의약품의 범위를 성인까지 확대해 사회활동이 가능한 수준의 삶의 질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노력 알아달라…"삶의 질 개선 약제도 신속 등재 중"

(사진 왼쪽부터)이하림 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 김국희 심평원 신약등재부장, 이지원 질병쳥 희귀질환괸리과장
(사진 왼쪽부터)이하림 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 김국희 심평원 신약등재부장, 이지원 질병쳥 희귀질환괸리과장

이날 패널토의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관리청 관계자들은 최근 생존을 위협하는 질환 약제가 아닌 삶의 질에 유의미한 개선을 보인 약제들도 급여 등재를 진행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개선을 이어가겠다고 답했다.

이하림 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지난 4월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소아청소년 산정특례 및 7월 중증·만성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급여 등재 등 임상 연구를 통해 유의미한 삶의 질 개선을 보인 약제도 신속 등재하고 있다"며 "희귀질환 환자나 가족, 급여가 이뤄지지 않아 경제적인 이유로 사용이 어려운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사무관은 현질적으로 재정적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며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희귀질환 약제는 환자가 소수이고, 가격은 고가여서 재정적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국회를 비롯한 환자단체 등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국희 심평원 신약등재부장은 환자 입장에서 급여 등재 속도를 더디게 느끼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분명한 약효를 발휘하는지, 가격은 합당한지 등 따져야 할 것은 분명히 따져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표적치료제 등 개발로 약제가 타깃하는 환자수는 줄어들지만, 가격은 고가인 약제들이 늘어나면서 재정의 효율적 운영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국희 부장은 "빠른 급여화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급여화한 약제를 지속적으로 환자에게 공급할 수 있는 연속성"이라며 "치료 효과를 예측할 수 없는 신약의 경우 접근성 강화도 필요하지만, 뚜렷한 효과와 정확한 환자군을 구분하는 등 지속적인 개선방안 고민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원 질병관리청 희귀질환관리과장은 현재 △희귀질환 진단 지원 △희귀질환 거점센터 △산정특례 본인부담금 지원 등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사업에 나서고 있으며, 민관 협력 사업 등으로 치료 접근성 고도화를 함께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원 과장은 "현재 질병관리청은 희귀질환 진단 지원 사업ㆍ거점센터 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지역별 희귀질환 전문기관 지정으로 거주지 중심의 진료체계 강화에 나설 것"이라며 "희귀질환은 오랜 기간 치료가 필요하고 질환마다 환자수가 적어 환자는 물론 보호자의 지지가 있어야 하는 만큼 여러 관계자가 참여해 접근성 강화를 함께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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