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감축 외에 방법 없다" 경영상 해고까지 언급

국내 상위 제약사의 계열사 A가 자사 직원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동제약에 이어 국내사에서 쉬이 보기 힘든 구조조정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는 셈인데, 국내사의 인원 감축 등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A사는 임직원 안내문을 통해 직원 구조조정안을 진행하겠다고 알렸다. 회사는 안내문에서 경영 환경이 어렵고 심각한 상황에서 회사가 2021년 이후 영업 손실을 기록 중이며, 2분기도 전사업 부문에서 영업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A사 측은 또 임금 인상 자제와 신규 채용 중단만으로는 더 이상 (비용적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며 희망 퇴직과 함께 경영상 해고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밝혔다. 특히 회사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인위적 구조조정이 아닌 자발적 희망퇴직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말을 전하면서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회사가 판단하는 적정 인원이 감축되지 않을 경우 불가피하게 경영상 해고를 단행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알아달라'며 사실상 구조조정 방안에서 남길 인원의 수를 정한 상황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업계에서는 최근 정황상 A사 입장에서 구조조정은 어느 정도 필요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근 A사와 A사가 속한 그룹사에 대한 이야기가 인터넷 직장인 커뮤니티 등을 시작으로 나온 바 있다. '타사의 분위기를 보면 우리도 구조조정 가능성이 있다' 등의 이야기도 있었다.

A사가 속한 그룹 전체로 봤을 때 지난해 매출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수익성 감소를 비롯해 그룹내 각 회사간 생산성의 차이가 벌어지는 이상 수익성이 낮은 계열사의 손해폭을 줄여야 하지 않냐는 것이었다.

비록 임직원에게 알리기 위한 문서라지만 이번 구조조정 사안이 알려지면서 A사는 일동제약에 이어 올해 두 번째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회사가 됐다.

일동제약의 경우 지난 5월 23일 연구개발(R&D) 비용 효율화, 파이프라인 조기 라이선스 아웃(L/O) 추진, 품목 구조조정, 임직원 희망퇴직(ERP) 등을 포함한 쇄신안을 내부 구성원에게 공표한 바 있다.

특히 여기에서 업계의 관심을 끌었던 것이 인원 구조조정이었다. 일동홀딩스와 일동제약의 임원 20% 이상을 감원하고 남아있는 임원의 급여 20%를 반납하기로 합의한 한편, 차장 이상 간부급 직원들을 대상으로도 ERP를 가동해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바 있다. 회사 측은 경영 효율화를 위한 '조정 과정'이라고는 했지만, 구조조정 발표 이후 내부적으로는 진통을 겪는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CSO 전환 등 긴축재정 소문 이어지는데…
국내사 허리조이기 바람 세지나

문제는 이같은 흐름이 최근 불고 있는 국내 제약업계의 긴축재정 문제를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데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모 상위사의 영업대행조직(CSO) 활용 관련 건이다. 국내 제약사 중에서도 상위권에 있는 회사의 경우 그동안 CSO를 쓰는 문화 그리고 정서에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상위사의 경우 영업사원들이 회사 내 차지하는 지위가 높은 곳이 많다. 게다가 자사 제품 혹은 상품을 파는 데에는 자사 직원을 써야 한다는 일종의 심리적 기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그 수도 적었거니와 자회사 등에만 CSO를 도입하는 사례가 있었다. 국내 최상위권 제약사 중에는 제일약품 정도가 CSO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 모 상위사가 경영 문제로 CSO를 도입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해당 제약사 역시 경영 환경이 생각보다 좋지 않아 '본사 차원'에서 고정비용 감소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이를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CSO의 여파는 중견사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해만 해도 경동제약이 전문약 부문의 상당수 영업부를 CSO로 전환했으며 최근에는 이미 CSO를 활용하는 모 회사가 특정 부서를 제외한 나머지 영업사원을 전부 CSO로 바꿀 것이라는 이야기가 힘을 얻고 있기까지 하다.

이런 가운데 상위사들의 움직임은 자연스레 매출 규모가 더욱 작은 회사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이야기는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금 업계 내에서 추가 영업사원 채용 중지, CSO 전환 등 (회사의 고정비를) 줄이겠다는 곳만 수개 사가 언급되고 있다"며 "이런 소식들이 들릴 때마다 업계 내에서도 그 움직임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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