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환자 등 다처방에도 제네릭 약가 20원 차이

최근 약업계에서 균등공급 사례가 이어지며 의약품의 수급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이뇨제 '스피로노닥톤'을 공급 품목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오리지널 제품의 수급 불안 사례가 여러번 제기된 상황에서 국내 제네릭마저 단가를 이유로 생산을 꺼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일 의약품 유통업계 및 약국가에 따르면 현재 정부와 유관단체 등이 진행 중인 균등공급 사업에서 이뇨제인 스피로노닥톤 성분 제제가 새로이 선정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최근 나오고 있다. 스피로노닥톤은 대표적인 이뇨제 성분으로 고혈압이나 간부종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주로 처방된다.

국내에서는 1970년대부터 쓰였던 오래된 약이기에 안전성을 입증받아 고혈압 환자의 이뇨 작용에 다수 처방된다. 여기에 개원가 처방은 물론 상급종합병원까지 소비되는 약이 많아 약국에서는 항상 필요한 약 중 하나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스피로노닥톤의 2022년 전체 시장 규모는 47억원으로 많지 않게 느껴지지만, 정당 약가가 25㎎ 기준 50원대 혹은 그 이하가 되지 않음을 감안하면 적은 규모는 아니다.

업계에서 해당 의약품의 균등공급을 원하는 것은 그 필요성 대비 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의약품 주문 통합관리사이트인 바로팜 등에서 스피로노닥톤 제제의 경우 최근 '알닥톤'과 '스피로닥톤' 등 처방량이 많은 제제의 '품절입고 알림 요청'이 상위권에 자리해 있다. 비록 절대적인 수치는 아니지만 약이 필요하지만 주문이 되지 않아 약국이 재고 확인을 요청하는 것이기에 약국의 실제 공급량 부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참고지표 중 하나로 쓰인다.

문제는 스피로노닥톤이 제제를 만드는 쪽 입장에서는 기피 품목 중 하나라는 것이다. 채산성이 낮아 물량을 충분히 공급하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스피로노닥톤 제제의 경우 평균 50~100㎎ 제품이 처방된다. 50㎎을 만드는 곳은 대원제약뿐이며, 25㎎ 제제에서도 사실상 유통사는 알닥톤을 보유한 한국화이자제약과 스피로닥톤을 가진 구주제약 정도가 전부다. 하지만 약가는 25㎎ 기준 알닥톤이 정당 56원, 구주제약의 스피로닥톤이 38원에 불과하다.

또 하나의 문제는 알닥톤이 코로나 이전부터 한 해 한 번 꼴로 단기 품절 문제를 겪었던 제품이라는 점이다. 실제 최근 몇 년간 유통업계에서는 알닥톤의 공급 문제로 많게는 수 개월간 속을 썩여왔다. 실제로 최근만 해도 6월 말까지 알닥톤의 수급 불안 이슈가 있다. 국내 전체 시장에서 60% 상당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약이기에 알닥톤의 수급 불안 문제는 항상 업계에서 뜨거운 감자다.

해외 제품은 공급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제품은 이보다 20원 가까이 낮은 약가로 생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원료를 비롯해 부형제 등 약을 만들기 위한 재료의 부족이 이어지고 있는 이 때 공급을 위한 의지마저 사라지는 것은 큰 문제를 부를 수 있다는 게 스피로노닥톤의 균등공급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들의 말이다.

여기에 향후 약가 인상 등과 같은 제약사가 생산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유도 요인까지 갖춰진다면 또 하나의 필요한 약 수급의 실마리가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국내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 스스로가 제품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균등공급을 유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에르도스테인이 대표적인 사례 아닌가"라며 "시장에서 부족한 제제를 기업이 공급할 수 있도록 정부가 조치를 취하고 제약사의 생산 역량을 북돋아야 하나하나씩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령 공급 부족 이슈가 나오는 많은 제품은 특정사만 제품을 생산한다는 점, 대체할 타 약제가 많거나 이 약제의 약가가 높아 제조에 따른 제약사의 손해가 더한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스피로노닥톤 등의 경우는 제약사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유도 요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감기약 슈도에페드린 성분 제제인 삼일제약의 '슈다페드' 및 코오롱제약의 '코슈'가 균등공급을 진행하기 전 유통업계와 약사사회 등에 그 필요성을 크게 강조했던 만큼 이번 사례 역시 업계가 원하는 약제의 필요성을 더욱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코로나19 엔데믹에도 쉬이 그치지 않는 의약품 제조원가 인상과 수급 불안 속에서 스피로노닥톤도 균등공급 대상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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