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닥톤정' 가진 화이자 "대체제 품절에 우리 제품 없다"
단골 품절 책임 떠넘기기 vs 실제 수량 급증 의견 분분 

균등 공급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이뇨제 '스피로노닥톤' 제제와 관련한 한국화이자제약의 공문을 두고 이런 저런 해석이 나온다. 품절 품목의 책임을 외부로 돌린다는 지적이 있는가하면, 그게 화이자제약  책임이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화이자제약은 약국가와 유통업계에 공문을 보내 "자사 이뇨제 알닥톤정(성분명 스피로노닥톤)이 현재 공급 부족"이라고 밝혔다. 공문에 따르면 공급 재개는 8월 21일쯤, 안정적 공급은 12월 쯤이다.

'일반적 품절 공문'이 업계 입길에 오른 것은 화이자제약이 밝힌 공급 부족 사유 때문이다. '대체의약품의 품절로 인한 증가로 인한 추가 공급이 어렵다'는 것이다. 수입 품목이라는 특성을 감안해도 '일시적 수요 증가' 등으로 표기해 왔던 업계 관행상 타사를 직접 언급하는 것은 예외적이라는 것이다.

최근 들어 다른 회사의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 위수탁 부족이나 화재 등 양측이 어느 정도 사정을 알고 있거나 이를 두고 내용을 합의한 경우 진행되는 것과는 다른 패턴이다. 특히 국내사가 아닌 다국적사에서 이런 공문 내용이 전달되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업계가 이번 공문에 민감한 이유는 해당 품목이 기본적으로 대표적인 수량 부족 품목임에도 자사의 품절이 타사의 책임인 것처럼 만들고 있다는 지적에서 출발한다.

스피로노닥톤 제제는 1970년대부터 쓰였던 대표적인 이뇨제다. 특히 고혈압이나 간부종 등의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높은 안전성으로 인해 그 필요성이 높은 약이기도 하다. 처방처가 워낙 다양하지만 채산성이 맞지 않아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곳은 구주제약 등에 불과하다. 약가가 30원대에 불과해 생산단가를 맞출 수 없다보니 제품 포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럼에도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 기준 해당 2022년 스피로노닥톤 제제의 전체 시장 규모는 47억원에 달한다. 이 중 60% 정도가 알닥톤정의 몫이다. 하지만 약업계에서는 알닥톤을 대표적인 수급 불안정 품목으로 꼽는다. 단기 품절, 이른바 '쇼트'가 1년에 한 번 이상은 일어나는 품목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장 2위인 구주스피로닥톤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0년과 2021년 매출이 어느 정도 떨어져 20억원 이하를 기록했지만, 2022년에는 20억원을 넘어섰다. 물량 생산이 어느 정도는 진행되고 있었던 상황이다. 물론 올해의 경우 실제 회사 측이 단기 품절로 인해 일정 기간 생산이 되지 않았던 사실은 있지만, 시장에서 과반수의 지위를 가진 품목이 처음부터 품절 자체에 대비하지 않고 지정된 수량만을 한국에 보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진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매년 동일한 시점에서 품절이 일어나는 데다가 해당 공문 발송 전 며칠 전에는 시점도 공지되지 않은 공문으로 공급이 어렵다는 말을 통보했었다"며 "이제 와서 공급이 된다고는 하지만 기존 공급 시점은 10월쯤이었다. 12월 안정 공급을 이야기하는 것은 연말 주문 마감 등을 감안했을 때 내년이나 돼야 한다는 것을 업계 관계자라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내부적으로 이들의 주장이 오히려 특정 업체에 책임을 과하게 무는 것이라는 반론이 나온다. 실제 1분기 기준 아이큐비아 데이터에서 알닥톤의 매출은 전년 대비 매우 높은 10억원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수입 품목이라 선적 시점이 한정돼 있고 화이자 역시 위수탁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급에는 문제가 없었기에 일방적으로 잘못을 추궁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약업계 관계자는 "물론 '남탓하는 공문'을 좋게 보긴 어렵지만 매출이 급증한 사정을 보면 마냥 특정 회사를 잘못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는 않느냐"며 "차라리 국내 제품이 생산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던가 해야지, 한 회사의 공문을 가지고, 매년 그랬다(공급 지연이 있었다)는 이유로 무조건적인 낙인을 찍는 것도 옳지는 않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