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불안·업무 차질 없애려면 체계적 모니터링 필요
업계 일방적 책임보다 공공의 '투트랙' 해결전략 필요성도

제약바이오업계 등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약업계에 이어 학계까지 의약품 수급을 위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불충분한 정보가 사재기와 품절을 부르고 있어 정확한 정보를 아는 것이 약업계의 오랜 숙제인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5일 동국대학교에서 열린 한국보건사회약료경영학회 전기학술대회에서는 최근 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의약품 안정 공급 이슈와 향후 정책 방향을 두고 전문가들의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학계에서는 의약품의 공급 문제는 여타 상품과는 다소 그 양상이 다르다는 점과 함께 이를 이해관계자가 직접 확인하기 위한 '체계적인 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예방조차 어려운 수급 불안정
학계·약계선 '정보가 알고 싶다'

차의과대 박혜경 교수는 지난 2020년 5~7월 조사한 의약품 수급 불균형 관련 조사를 통해 품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급 관리를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이 매우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교수가 공개한 자료 내에서는 주당 3건, 월평균 13건 수준인 총 40건의 공급 중단 및 부족 상황이 발생했다. 이 중 중단 사례는 23건, 공급부족은 12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완제의약품 수급 불안정 △원료 불안정 △일시적 수요 급증 △제약사 자체 원인 등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러한 원인을 쉬이 예방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해결이 어렵다 보니 처방 및 조제 업무의 차질과 수급 불안 가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문제를 '완화'시키려면 결국 품절 및 품절정보를 제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희귀·의약품센터와 의약품 관련 7개 단체와가 현재 수급모니터링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행범위의 제한, 정보공유 시스템 미흡, 의료기관 및 약국 대처 취약, 국내 의약품의 공공영역 내 제한적 역할 등이 과제로 남는다.

더 큰 문제는 각 주체의 입장이다. 산업계에서는 정보 제공시 벌어질 처방중단으로 인한 실적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반면 의약품유통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및 한국병원약사회, 정부는 필요성을 제기한다. 자연히 역시 사용자 측(약국, 병원), 생산자 측(제약사, 수입업체) 역시 사유구체화, 품절 원인 등에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국 이같은 문제는 사용자 측의 대체조제 활성화, 생산자의 규제 완화 및 투명한 유통 공개 등의 사안까지 번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환자 등의 투여를 기준으로 하는 등 품절의 정의를 통일하는 한편, 사용 기관의 전파체계를 병렬형·양방향으로 구축해 수급 모니터링 내 소통시간을 단축하는 동시에 수급 상황을 일부 단체로 한정 공개하는 등 정보공개 범위를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박 교수는 밝혔다.

왼쪽부터 박혜경 교수, 김진석 센터장, 한혜원 부회장
왼쪽부터 박혜경 교수, 김진석 센터장, 한혜원 부회장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김진석 센터장은 이어지는 발표에서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위탁제조 및 안정공급 관리 수급 모니터링 네트워크 운영, 지원 처리 과정을 전하며 수급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원료 및 완제의약품의 생산기술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실제 센터는 카나마이신황산염주사를 비롯해 필수의약품 총 5품목 14건의 위탁생산을 완료했으며 올해는 이소프로테레놀염산주사의 위탁제조를 추가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식약처의 필수의약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정하고 원가를 보전하는 651개의 퇴장방지의약품, 자사 직접생산 원료를 사용한 약제의 경우 등재시 약가를 우대해 68%로 가산을 적용하는 복지부의 원료의약품 약가 우대 조치 등이 맞물리며 의약품 안정 공급 과정에 노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제품의 원료 의약품 주요 수입국가인 중국, 인도, 일본 이외의 수입 다변화가 필요한 동시에 필수의약품 생산시 생산 기술 확보와 기술 개발 지원, 국산 원료 사용 제품의 건강보험 인센티브 제공 방안 등을 통해 지속 가능성 있는 생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김 센터장의 말이다.

한국병원약사회 한혜원 부회장의 경우 대형 의료기관이 수급 불안정에 대응하기 위한 진료차질 대응체계와 함께 재고량 관리 그리고 이 과정에서 △허가외 사용 △약가 상승 △관계부처 처리기간 지연 △환자 및 원외약국 민원 △업무부담 가중 등이 일어났던 사실을 소개하며 다빈도 품절약품의 중장기적 대안 마련과 수급 불안정 품목을 저수하고 공유할 수 있는 채널과 대체처방 유도 등이 가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약사·유통만 질 수 없는 책임
공공적 차원 '투트랙' 전략 필요성도

이어진 토론에서 제약업계와 유통업계는 대응의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업계 내부에서도 고충이 있음을 전했다. 그럼에도 학계 등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모니터링을 비롯한 단기적·장기적 '투트랙' 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조민정 정책총괄팀장은 의약품 공급자 입장에서도 수급 불안을 원치 않는다면서 최근의 경우 공급망 불안정에 따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단순히 특정 제약사나 특정 유통사 등으로 인해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한국의약품유통협회 남상규 수석부회장도 한 쪽의 노력만 가지고 수급불안을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운을 뗐다. 특히 제약사에서 '영업상 이유' 등으로 공급 이슈를 이야기하지 않을 경우는 유통업계의 피해까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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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업계의 업계의 주장에 공공적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따끔한 지적도 나왔다. 연세대 한은아 교수는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 내 제약사가 올리는 데이터가 있지만 이를 통해 현황을 파악하는 데는 도움이 안되는 듯 하다. 각 부처 내 여러 정보를 통합해 파악해야 문제를 예측할 수 있다. (이 작업을) 정부가 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다만 대응방안에서 산업계와 유통업계 등의 책임만을 지울 수 없는 만큼 공급과 더불어 희귀의약품센터에서 공공제약사를 관리하거나 저가의약품의 공공 위탁을 하는 등의 방안을 확대하면서 반복적 품절을 막는 예방적 작용까지 가능하다는 한 교수의 말이 이어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실비아 박사는 이미 외국에서 코로나19 이후 필수의약품 등을 비롯한 공급을 지속해왔다는 점을 언급하며 "국내에서도 이같은 내용의 토의가 많아졌지만 아직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은 미흡하다"고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단기적으로 특정 제품의 공급을 원활히 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급 체계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전략 접근도 중요하다고 그는 봤다. 사재기는 정보가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만큼 공급을 관리하는 목록을 만드는 한편 '국내에서 만들어야 하는 약' 등을 추리는 등 지속적 구조가 필요하다고 박 박사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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