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장 주장

새로운 생물학(New Biology) 개념 등장… 바이오 혁신에 기여
해외 연구실, 개방 구조 탈바꿈…"코어 퍼실리티, 개방형 혁신 지원"
"바이오를 사회경제의 총체적 전환 맥락에서 살펴보는 것이 중요"

김흥열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장이 '바이오 혁신을 위한 R&D(연구개발) 규제 합리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사진=남대열 기자
김흥열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장이 '바이오 혁신을 위한 R&D(연구개발) 규제 합리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사진=남대열 기자

"바이오 육성을 위해 규제과학 육성이 우리 생태계에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규제과학을 적용한 혁신 연구가 필요합니다. 규제과학은 데이터 기반의 바이오 혁신 추세 속에서 사회를 위한 규제 제도가 정립돼야 하는 당위성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R&D(연구개발) 규제 합리화에 나서야 합니다."

김흥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장은 18일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에서 주최한 2023년도 제1회 제약·바이오 사업개발 전략포럼에서 '바이오 대전환을 위한 혁신 이슈와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흥열 센터장은 "바이오가 갖고 있는 가장 본질적인 특징으로 사이언스 비즈니스가 있다.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바이오 이코노미 2030'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며 "유전체를 비롯한 생명과학 혁신의 결과들이 헬스, 농식품, 화이트바이오 등과 맞물려 산업적 응용이 가속화되고 있다. 산업 간 시너지나 융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운을 뗐다.

김 센터장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은 신약을 대상으로 약물의 표적과 분자 개체(Entity) 도입 과정을 논문을 통해 분석했는데, 기술이 확립되는 과정만 25년이 소요됐다"며 "이후 임상에 착수하고 FDA에서 승인받는 데 있어 중앙값이 36년이 걸렸다. 이처럼 바이오는 높은 장벽이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산업"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에 따르면 사이언스 영역에서 '혁신'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사이언스 비즈(Science Biz)의 도전 과제로 △극도의 다양성 △높은 불확실성 △급속한 누적적 변화 등이 있다. 최근 바이오는 과거와 완전히 다른 '새로운 생물학(New Biology)'의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새로운 생물학은 여러 물리적인 혁신 기술이 포함돼 바이오 혁신에 기여할 수 있고, 이 같은 혁신이 사회 난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 가능하다.

김 센터장은 "새로운 생물학의 3대 영역으로 △시스템생물학 △합성생물학 △진화생물학 등이 있다. 우리는 디지털 융합의 시대에 살고 있다"며 "이 시대를 기술적 맥락에서 살펴봤을 때 생명현상을 관찰 및 해석하고 제어하는 부분에서 복잡한 생물 다양성이나 네트워크 문제를 해석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 또 해석된 내용을 통합해 활용하는 다양한 신기술이 보급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데이터 드리븐(Data driven)이 R&D로 넘어갈 때 사물인터넷(IoT) 장비나 로보틱스(Robotics)에 의해 실험이 정밀하게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가 만들어진다"며 "데이터는 데이터베이스(DB)에 축적되고, 소프트웨어 분석 툴에 의해 통합된다. 이러한 인포매틱스(Infomatics)의 예측 결과를 통해 연구 현장에 혁신 가설이 등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해외의 연구실들은 개방형 구조로 바뀌고 있다. 코어 퍼실리티(Core facility)인 핵심 기기 및 장비, 인포매틱스 역량, 데이터 플랫폼 등이 통합돼 하나의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며 "이런 시설들이 10명 내외의 소규모 연구실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개방형 혁신을 지원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코어 퍼실리티 간 얼라이언스를 통해 데이터의 가용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의 연구실들은 개방형 구조로 바뀌고 있다. 코어 퍼실리티(Core facility)인 핵심 기기 및 장비, 인포매틱스 역량, 데이터 플랫폼 등이 통합돼 하나의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 사진=남대열 기자
해외의 연구실들은 개방형 구조로 바뀌고 있다. 코어 퍼실리티(Core facility)인 핵심 기기 및 장비, 인포매틱스 역량, 데이터 플랫폼 등이 통합돼 하나의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 사진=남대열 기자

김 센터장은 "바이올로지가 테크놀로지로 거듭나고 있다. 바이오파운드리를 통해 단기간에 미생물을 재설계해 투입 요소로 활용하는 산업이 활성화되고 있다"며 "모더나(Moderna)의 경우 처음부터 디지털 플랫폼 구축에 집중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미국 머크(MSD) 등 다국적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mRNA(메신저 리보핵산) 플랫폼을 활용해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바이오 혁신이 1차적으로 보건 의료에 기여하고 있지만, 미래에 농식품, 소비재 등 타 분야서 필적할 만한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바이오가 대전환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다. 글로벌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다양한 목표에서 바이오가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를 하나의 산업을 육성하는 관점에서 볼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의 총체적인 전환의 맥락에서 바라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 사진=남대열 기자
바이오를 하나의 산업을 육성하는 관점에서 볼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의 총체적인 전환의 맥락에서 바라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 사진=남대열 기자

최근 안보 문제에 있어 바이오가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는 게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는 "바이오를 하나의 산업을 육성하는 관점에서 볼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의 총체적인 전환의 맥락에서 바라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지난해 9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전 세계에 합성생물학 시대의 본격화를 알리는 메시지였다. 이는 미국이 바이오 경제에서 패권 의지를 천명한 역사적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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