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현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책임연구원

바이오파운드리 사업 예타 탈락...정부 정책은 거꾸로
합성생물학의 혁신 생태계 활성화하려면 혁신 시스템 갖춰야

 CDMO 과녁에 화살을 쏘아대는 K기업들 

현재 K바이오는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을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대기업부터 벤처까지 너도나도 CDMO 사업 진출에 나섰다. <끝까지 HIT>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CDMO 사업 현황 △CDMO 산업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DMO 성공 스토리를 살펴본다.

① 바이오 광산에서 CDMO 금맥 쫓는 기업들
② 글로벌 CDMO 기업들과의 협력, 그리고 경쟁
③ CDMO를 위한 에코시스템-바이오파운드리
④ 성공스토리 | 송도 허허벌판을 희망으로 채우다

박봉현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책임연구원
박봉현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책임연구원

바이오파운드리는 직관적인 의미로 생물학적 주조공장을 뜻하며 특정 요구사항을 충족하거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생물학을 조립하고 제조하는 장소를 의미한다. 연구자들은 세포를 생물학적 이해, 데이터 과학, 분자생물학 기술과 DNA를 합성하는 능력과 결합하여 유용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미니공장으로 변화시켰다. 그 결과 공학-합성생물학이 결합된 응용 프로그램을 위한 생물학적 설계를 가속화하는 다양한 유형의 실험실이 탄생했다. 즉, 바이오파운드리는 대규모로 유전구조를 설계, 구축 및 테스트할 수 있는 통합시설로 DNA조립, 효소합성 등 세포의 기능을 나타내는 모든 일련의 과정들을 무인화해 빠른 순환 공정으로 진행할 수 있는 인프라를 뜻한다.

 

왜, 대한민국에 필요한가

지난 몇 년 동안 전 세계의 연구기관은 바이오파운드리를 설립해 바이오 분야 개발 역량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이런 바이오파운드리 존재는 아직 바이오 분야 또는 더 광범위한 생명과학 연구 및 산업계 내에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다. 최근 바이든 정부의 '국가 바이오 기술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으로 자국의 바이오제조 역량 강화가 이슈가 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바이오파운드리가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첨단 과학기술의 주권 확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국가적 임무가 되었다.

바이오파운드리의 핵심은 DNA, 단백질/효소, 대사경로를 설계하고 설계된 유전자 구성 요소의 물리적 조립, 표현형으로 나타나는 성능을 테스트하는 활동과 재설계하는 학습 주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공정 스케일업, 컴퓨터 지원 설계 소프트웨어, 기타 새로운 워크플로를 포함한 자동화 및 고처리량 장비의 사용을 촉진하고 지원함으로써 공학-합성생물학에서의 학술적 연구 및 중개연구를 가속화하고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바이오파운드리의 DBTL 사이클
바이오파운드리의 DBTL 사이클

바이오산업은 생물학적 시스템의 복잡성과 소규모와 산업적 규모의 엄청난 조건 차이로 종종 대규모 생산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바이오 분야에서 불확실성과 낮은 생산성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으며 상업화로 가기 위한 병목현상은 종종 생산 규모 확장에 기인한다. 합성생물학이 산업계 뿐만 아니라 환경, 안보 등의 차원에서도 중요해짐에 따라 합성생물학의 전 과정을 자동화한 바이오파운드리는 현재의 한계들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다.

바이오파운드리는 연구 및 학계와 산업계를 연결시키는 접점에 있는 특성을 가진 만큼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함으로써 바이오제조 혁명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협업체계 구축

2018년 6월, 4개 대륙의 15개 비영리 바이오파운드리가 모여 경험과 자원을 공유하고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함께 협력할 수 있는 글로벌 바이오파운드리 연합(GBA)에 대해 논의하였다. 그 결과 2019년 5월 고베에서 공식적으로 출범하였고, 국가 간 바이오파운드리를 개방형 기술 동맹으로 통합하여 협업체계를 형성하고 있다. 올해 11월 기준 32개의 회원으로 구성돼 있고 한국에서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카이스트 컨소시엄으로 K-바이오파운드리를 설립하고 GBA에 참여하는 등 구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처리량 측면에서 바이오파운드리는 기술의 용도변경을 통해 글로벌 문제해결에 사용된다. London Biofoundry의 워크플로와 개방형 플랫폼은 영국 및 기타국가에서 25만개 이상의 코로나19 테스트를 제공하는 자동 진단 테스트를 위한 NHS 병리학 연구소에서 사용되었다. 또 다른 예로는 DAMP 연구소에서 처리량이 높은 임상 코로나19 테스트 서비스 번들을 신속하게 구축하여 보스턴 대학의 커뮤니티에 테스트 역량을 증가시키기도 하였다.

지난 10년간 글로벌 합성생물학 산업 민간 투자는 약 21조3000억 원에 이르며 미국 최초 합성생물학 기업 징코 바이오웍스(Ginkgo Bioworks)는 세계 최대 수준의 민간 바이오파운드리를 보유하고 있다. 바이엘, 로슈, 모더나 등과 공동연구로 기존보다 약 5~20배 빠르게 연구를 할 수 있었으며 코로나19 백신 공급에 큰 역할을 담당하였다. 또 아미리스(Amyris)는 합성생물학을 통해 신제품을 더욱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으며 최첨단 기계 학습, 로봇 및 인공 지능을 포함한 독점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는 파일럿 규모의 연구용 바이오파운드리를 운영 중에 있으며 CJ제일제당은 균주개발 및 생산공정 자동화를 위한 바이오파운드리를 민간영역에서 가지고 있다. 부처별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나 범부처적인 협업 및 핵심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미흡한 편이다.

 

바이오산업에 미칠 효과

합성생물학 기술은 바이오 연구의 고속화·대량화·저비용화 실현으로 제약계 뿐만 아니라 에너지, 화학, 농업 등 바이오 관련 전 산업에 활용이 가능하다. 환경친화적 바이오 소재 및 공정개발에 기여하여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을 촉진하고 지속가능한 바이오경제 성장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다.

이에, 향후 30년 뒤 전체 화학산업의 50%가 바이오화학으로 대체될 것이라 전망되기도 한다. 막대한 파급력을 창출할 수 있는 기술로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 선제적 대응을 하기 위해 기술역량 확보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실제로 팬데믹 시기 바이오파운드리가 바이오의 취약성을 보완해 백신개발에 크게 기여한 것을 경험했다. 백신 개발을 위한 디자인은 상당한 시행착오로 여전히 어려운 문제였으며 연구자들은 새로운 변이체와 새로 출현하는 전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백신후보의 프로토타입을 훨씬 더 빠르게 만들어야만 했다. 모더나는 mRNA 제작을 위한 DNA 및 효소 최적화로 10배 이상의 생산성을 향상시켰고 전 세계에 신속하게 공급 가속을 촉진할 수 있었다. 현재 이용가능한 RNA백신과 같은 신기술은 특히 이 플랫폼에 적합하지만 단백질 기반 백신을 포함한 보다 고전적인 방식의 백신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또 대형 라이브러리를 사용해 단백질·펩티드 항원 변이체의 고처리량 스크리닝을 통해 진단도구의 개발도 가속화됐다.

이처럼 합성생물학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파운드리 플랫폼은 바이오산업에 전방위적으로 활용이 가능해 빠르고 확장된 해결책을 제공한다. 다양한 혁신사례를 통해 의약·소재·산업화혁신 등을 증명하였고 앞으로도 현대적 혁명을 주도하는 통합시설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

미국은 일찌감치 바이오산업 혁신을 위해 '바이오경제 연구개발' 조항에 기반해 국가 경쟁력을 확장하기 위해 연방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을 선언하고 있다. 특히 이번 행정명령을 통해 레드·그린·화이트바이오 등 바이오경제 전반에서의 공급망을 자국 내에 강력히 구축해 바이오제조 발전을 촉진시키고 있다. 혁신산업 생태계 전체를 조율하기 위해 대통령실 중심의 혁신정책 거버넌스 체계를 보유하고 있고 각 부처의 연구개발 정책과 산업을 조정 및 연계하고 있다.

바이오파운드리는 국내 기업수요는 많지만 높은 구축 비용, 지속적인 운영비 및 인력 등의 문제로 민간 독자적 구축은 한계가 있다. 정책적으로 합성생물학 사업단 운영 및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나 70% 정도는 기초, 원천연구에 집중돼 있고 플랫폼 구축사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합성생물학 연구 및 산업적 활용을 위한 사회적 합의, 규제, 기술활용 방안 등 법·제도적 준비가 부족해 글로벌 추세에 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과기정통부와 산업부가 공동 추진한 7400억 원 규모의 '바이오파운드리 구축 및 활용기술 개발사업'은 수요분석이 미흡하고 자체 기술역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난 8월 말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했다. 미국 정부가 자국 내 바이오제조를 강화하는 바이오산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과 정반대의 행보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과기부와 산업부는 바이오파운드리 인프라 구축으로 사업을 한정하고 3000억 원 규모로 줄여 예타에 재도전할 계획이다. 또 지난 10월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첨단바이오가 포함된 12대 국가전략기술을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방안과 '국가전략기술특별법'을 제정해 공고한 기반을 갖추겠다고 발표했다.

비상경제민생회의
비상경제민생회의

우리 정부는 바이오파운드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국가가 독립적인 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신성장동력 분야인 합성생물학의 복잡한 혁신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목적 지향적 정책과 다른 관점에서의 혁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기존 정책과의 연계 및 조정을 통해 단편적이고 분절적 정책 추진이 아닌 통합적인 정책을 범부처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산업계 역량으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바이오파운드리가 비단 CDMO 분야에 국한되어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CDMO 산업 생태계에서 근간이 되고 공급망 확보를 위한 핵심 인프라 시설로는 바이오파운드리가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 중장기적 CDMO 산업 발전을 위해 합성생물학 관련 산업이 성장할수 있는 기반 마련은 필수적이며 바이오파운드리에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국가들과의 협력 및 연계 방안에 대한 모색이 필요할 것이다.

 참고문헌 
1. Are biofoundries the solution to synbiodemocratization?, The plos, 2019.05.16.
2. Future trends in synthetic biology in Asia, Advanced genetics, 2021.03.05.
3. Building a global alliance of biofoundries, Nature Communications, 2019.05.09.
4. https://biofoundries.org/
5. Biofoundries are a nucleating hub for industrial translation, Synthetic Biology,
2021.06.23.
6. BIG3 산업별 중점 추진과제, 관계부처 합동, 2021.10.08.
7. Pandemic preparedness: synthetic biology and publicly funded biofoundries can rapidly accelerate response time, Nature Communications, 202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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