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일반약 전체 매출, 하루만에 채웠다"
제약사 "원료 충분, 공급 문제없어",
식약처 "수급 행정을 지원 하겠다"

전 세계적으로 중국의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최근 국내에서 감기약과 진통제를 대량 구매하는 '따이공의 감기약 싹쓸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업계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원료를 확보해 놓은 상황이라 대량 구매로 인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피해는 없을 것이라 보고 있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같은 구매 행태를 직접적으로 제한할 순 없지만 제약사의 원료 수급을 위한 행정지원은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이어서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히트뉴스가 최근 서울 내 명동·남대문시장 등 관광지와 및 중국인 밀집지역 내 약국가를 취재한 결과 이른바 '따이공'의 감기약 매수가 눈에 보일 정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이공(代工)이란?

 

다이궁이라고도 불림. 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한 뒤 이를 중국 본토로 가져가 판매하는 보따리상을 일컬음. 본래 면세점이나 명품브랜드 매장 등에서 쓰던 용어였으나 최근에는 물건을 대량구매하는 이를 부르는 의미로 확대 사용되고 있음.

캐리어 열고 쓸어담는 감기약

일부 약국선 평소 대비 십수 배 주문도

서울 명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평소 판매 물량대비 3배 이상 판매되고 있다"며 "주로 사는 물건은 종합감기약 쪽으로 짜먹는 콜대원과 10정 들이 아세트아미노펜, 첩부제 용각산 등"이라고 말했다.

인근 남대문시장 쪽 약국의 한 약사는 "중국인들의 대량 구매가 크게 늘었다. 감기약과 진통제의 판매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며 "일부 약국에서는 타이레놀콜드와 테라플루 등이 이미 품절 상태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약국가가 전하는 의약품 주 구매층은 중국인들. 이른바 따이공이라고 하는 보따리상이다. 이들은 커다란 캐리어 등에 똑같은 제품을 각 약국마다 많게는 수십만 원 어치씩 사고 있다고 말한다.

이를 추정할 수 있는 움직임은 유통업계에서 좀 더 확인해 볼 수 있다. 실제 국내 주요 유통업체의 최근 일반약 출고 내역 일부를 들여다보니 감기약 및 진통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약국이 왕왕 등장했다.

예를 들면 지역 한 약국의 경우, 최근 짜먹는 어린이용 감기약 500개와 10정 들이 타세놀을 1000개 넘게 요청하는 등 수백만 원 상당의 의약품을 주문했다. 이 약국이 통상 겨울철 주문하던 양의 수 배에 달하는 수치라는 설명이다.

또다른 서울 모 약국의 경우 관광지 근처에 있는데 감기약을 비롯해 진통제 등을 전년 대비 13배 이상이나 주문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세와 인플루엔자를 감안해도 쉽게 나올 수 없는 현상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미 중국인이 자주 다녀가는 지역에서 출고량은 코로나 재유행 때보다도 몇십 배 가까이 늘어난 상황"이라며 "약국가나 약국 담당 영업사원 들 사이에서도 중국인 따이공이 약을 싹쓸이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약업계 관계자는 "한달 내내 팔아야 하는 일반약 매출을, 한 품목으로 하루 만에 채우는 약국도 있다. 중국인 대량구매가 아니면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일부 유통업체는 보유물량의 출하 통제까지 돌입한 상황이다.

감기약 따이공의 등장은 최근 중국 내 불고 있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예상 외의 수준인데서 기인한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12월 현재 중국 정부는 자국 내 코로나19 방역정책인 '제로 코로나'를 완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해외 연구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감염 확산과 사망자는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지난 14일 홍콩대학교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밝힌 내용을 보면 중국 정부의 방역 완화로 인해 감염이 확산될 경우 향후 몇 주에 걸쳐 최대 100만 명 이상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사망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중국 인구의 85% 이상이 중국산 백신이 아닌 다른 방식의 백신으로 4차 접종을 진행할 경우 감염 및 중증 환자, 사망자 감소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이들은 밝혔다.

일본에 거주중인 한 중국인이 감기약을 사재기한 장면. 해당 사용자는 '감기약이 필요할 경우 연락을 달라'라는 메시지를 함께 남겨 놓았다(출처=웨이보)
일본에 거주중인 한 중국인이 감기약을 사재기한 장면. 해당 사용자는 '감기약이 필요할 경우 연락을 달라'라는 메시지를 함께 남겨 놓았다(출처=웨이보)

다만 중국 정부가 60세 이상과 취약 계층에게 타 백신으로 4차 접종을 의무화했지만 대상 인구 2억 6000만명 중 60세 이상은 70%, 80세 이상은 40%만이 3차를 마친 상황이다. 4차 접종까지 아직 먼 셈이다.

이 때문에 이미 중국과 가까운 일부 국가에서는 중국인의 감기약 사재기가 본격화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 다이쇼제약의 '파브론'이다.

국내에서는 한외마약으로 취급되는 기침·가래완화성분 디히드로코데인 성분이 미량 함유됐는데 중국인 사이에서 효과가 있는 약으로 소문나면서 중국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웨이보 등의 SNS에서는 구매 후기, 직구 등의 게시글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다수 언론도 이같은 내용을 보도의 소재로 삼을 만큼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따이공이 자연히 국내 약국가로 눈을 돌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제약사 "보유 원료 충분, 공급 문제없어"

식약처는 원료 수급 행정지원 나서

주요 감기약 제조사들은 중국인 대량 구매를 인지하고 있으나 공급 문제를 체감하지는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감기약 제조사 관계자는 "현재 감기약 생산량은 충분한 상태로, 공급 부족이 실제로 체감되지 않는다"며 "코로나19 대유행 시점만큼은 아니지만, 최대한 생산량 확보에 인력을 쏟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중국발 감기약 원료 수입이 제한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충분한 원료를 확보해 둬 당장 감기약 생산·공급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식약처는 직접적으로 의약품 유통에 관여하기보단, 제약사들이 겪는 원료 수급 문제를 행정 지원할 방침이다. 

문은희 식약처 의약품정책과장은 20일 히트뉴스와 통화에서 "의약품 유통 관련 주관 부처는 보건복지부로, 식약처가 이번 건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사안은 없다"면서 "다만, 감기약 제조사가 원료 수급 문제없이 원활하게 완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복수원료 규격 인정 또는 원료원 추가 등 변경허가 신청 시 이를 신속 승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