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 아닌 지역 약국가서 중국인 거주민들 감기약 대량 구매
어린이 복용 용이한 타이레놀 과립 특히 인기 많아 
약국·유통가 "중국으로 나가는 물량 상당해...국내 공급 부족 원인"

중국인 관광객에 더해 한국에 거주하는 일부 중국인들도 감기약을 싹쓸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관광객들이 명동을 비롯한 서울의 주요 관광지 약국에서 '존재감'을 보인다면, 중국 거주민들은 지역의 동네 약국에서 해열제와 진통제, 감기약을 수십만 원 어치씩 구매하고 있다. 

이들은 이렇게 구매한 약 대부분을 중국의 가족과 지인들에게 발송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국내 제약사들이 최대 생산량으로 해열제와 감기약을 생산하고 있음에도 물량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는 원인으로 파악된다. 

최근 지역 약국가에 따르면 감기약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중국인들이 적지 않다. 중국의 코로나 재유행에 따른 영향으로,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감기약과 해열제를 모아 중국으로 보내고 있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지역의 한 약국은 최근 손님 한 명에게 '코로나 상비약 세트'를 비롯해 감기약과 진통제, 은교산을 32만6000원 어치 판매했다. 약사에 따르면 자신을 중국인 유학생이라고 밝힌 이 손님은 구매 이유에 대해 중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낼 것이라고 답했다. 

이 약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많이 사봐야 3~5개인데, 이들이 구매하는 기본 수량은 10개 단위"라며 "특히 감기약과 진통제는 있는대로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히트뉴스가 보도했듯, 중국에서 온 관광객, 일명 '따이공'들은 여행가방 가득 코로나 의약품 쇼핑을 하고 있다. 명동의 한 약국이 따이공에게 한달 치 일반약 매출을 하루에 판매하기도 했다는 걸로 봐서, 따이공 한 명이 한국에 입국해 의약품에 지출하는 비용은 수백만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인들이 쓸어가는 물량이 따이공을 앞지를 것이란 분석이다. 거주민들이 구매하는 물량이 따이공에 비해 객단가가 적을 지 몰라도, 20만~30만원 정도의 코로나 관련 의약품을 여러차례, 여러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코로나 여파로 한국에 들어오는 중국인 관광객수가 예전같지 않은 반면, 이미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인 수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외국인 수는 195만6781 명으로, 이중 중국인과 한국계 중국인 수가 84만193명으로 42.9%로 1위를 차지했다. 

이들이 중국에 있는 가족과 지인을 위해 우리나라에서 구매해 해외로 발송하는 물량을 생각하면 따이공에 비해 훨씬 많은 양이 이들을 통해 중국 등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감기약 중에서도 특히 최근 출시된 타이레놀 과립에 대한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서울의 한 약사는 "타이레놀 과립은 기존 제품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이라 우리나라 환자들에게는 생각보다 반응이 크지 않다"며 "그럼에도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운 건 과립을 집중적으로 구매하는 중국인이 많기 때문이라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타이레놀을 유통하는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타이레놀은 특히 중국인들이 사가는 물량이 저지 않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특히 타이레놀 과립은 최근 약국 공급 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정도"라고 말한다. 

서울의 한 약사는 "정부가 감기약과 진통제 수급 안정을 위해 이례적으로 보험가까지 인상해줬고, 제약사들도 감기약 생산을 최대치로 유지하고 있음에도 품귀가 해소되지 않는 건 중국인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일반약에 한해서라도 1인 당 판매량을 제한하는 등의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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