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약국 인슐린 품귀... 원내처방·상급종병 문전약국 전전
"인슐린 없어요"... 환자단체, 인슐린 수급 위기 7월에 감지
환자·약국·유통 "생물학적 제제 기준 완화 필요" 한 목소리

'생물학적 제제 등의 제조·판매관리 규칙'이 개정돼 시행되면서 동네약국의 인슐린 수급 불안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6개월 유예기간을 부여했으나 '새 규정을 준수하는 경우 손실이 크다'며 배송업체들이 생물학적 제제 배송에서 손을 떼면서 인슐린은 경제성 높은 대형의료기관 인근 대형약국 중심으로 공급되고 있다.  

환자단체와 약국가는 이미 예견됐던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만큼, 제제별 기준 세분화 등 관계부처의 조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인슐린처럼 상시적으로 사용되는 의약품의 경우 새 규칙 적용에서 예외로 해달라는 주문이다. 

지난 7월 시행된 '생물학적 제제 등의 제조·판매관리 규칙' 주요 내용은 생물학적 제제들의 보관·운송 상 온도 유지다. 이 규칙은 올해 1월 시행 예정이었으나 업계 의견을 반영, 6개월 유예기간을 거쳤다. 

여기서는 보관용기와 용기 외부에서 내부 온도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장비 기준 및 관리 방안 등을 규정하고 있다.

식약처 생물학적 제제 등 보관 및 수송 관리 가이드라인에 따른 생물학적 제제 보관·운송 경로, 생물학적 제제 등 판매자 및 운송 책임자는 과정에 필요한 시설 설비 등을 갖춰야 하고 이 과정이 모두 서류화 돼야 한다는 부분에서 업무 과중 및 현실화에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식약처 생물학적 제제 등 보관 및 수송 관리 가이드라인에 따른 생물학적 제제 보관·운송 경로, 생물학적 제제 등 판매자 및 운송 책임자는 과정에 필요한 시설 설비 등을 갖춰야 하고 이 과정이 모두 서류화 돼야 한다는 부분에서 업무 과중 및 현실화에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환자단체 "안전 지키려다 생명권 위협"

환자들은 생물학적 제제 공급 과정에서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국민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제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생물학적 제제 '인슐린'을 상시 사용하는 당뇨병 환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호소다.

한국제1형당뇨병환우회는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자동온도기록장치 설치 의무화로 촉발된 인슐린 수급 문제를 즉시 해결하라'는 성명을 발표하며 "최근 제1형 당뇨병 환우들이 인슐린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는 (생물학적 제제) 유통 기준 강화로 인한 인슐린 유통물량 급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미영 대표에 따르면 현재 제1형 당뇨병 환자들이 인슐린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은 △원내 처방 △주요 상급종합병원 인근 약국(문전약국) 수소문 뿐이다.
김미영 대표에 따르면 현재 제1형 당뇨병 환자들이 인슐린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은 △원내 처방 △주요 상급종합병원 인근 약국(문전약국) 수소문 뿐이다.

환우회 김미영 대표는 히트뉴스와 통화에서 "2021년 7월 생물학적 제제 관련 규칙 개정안이 발표될 때부터 인슐린 수급 불안 우려가 생겼다"며 "2021년 12월과, 지난 8월2일 두 차례 식약처에 인슐린 수급 안정화를 요청했으나, 최근 (인슐린 수급에)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슐린 수급 불안이 현실화 된 것은 7월 말이었다. 환우 커뮤니티 채널에 인슐린 수급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현재 동네 약국에서는 인슐린을 찾아볼 수 없고,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의료기관 원내처방 혹은 문전약국을 전전하며 인슐린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원인은 현실 반영하지 않은 규제?

환자단체는 유통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규제 신설을 문제 삼고 있다. 생물학적 제제 관리규정 신설이 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위해 도입해야 하는 제도라는 관점에서 맞지만, 모든 생물학적 제제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생물학적 제제가 상시적으로 필요한 일부 환자들에게 수급 불안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유통업체 및 유통 단체들은 보관·운송 기준 강화로 같은 양의 생물학적 제제를 운송하는 데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간 및 비용 소요가 일어나고 있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영업정지 등 리스크 역시 커지고 있다는 입장"이라며 "약국 역시 유통업체의 납품 포기나 지연으로 인슐린을 제 때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생물학적 제제 관련 규정 강화는 ▷보관·운송 절차를 증가시켰고 ▷인력·시설이 한정된 유통업체는 같은 시간동안 이전과 같은 물량 운송을 할 수 없게 됐으며 ▷축소된 운송 환경에서 필요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의료기관이나 약국에 쏠리는 메카니즘을 불렀다는 분석이다.

약국 관계자 입장을 들어보면, 인슐린을 대량으로 취급하지 않는 동네 약국일수록 수급불안은 심각한 상황이다.

대한약사회 정현철 부회장. 그는 지난달 29일 대한약사회 브리핑에서 "생물학적 제제 관리기준 강화로 인한 인슐린 부족은 이미 예견됐고, 일부 약국이 예상 가능한 물량을 확보했지만 이마저도 소진이 임박한 상황"이라며 "본격적인 인슐린 수급 불안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대한약사회 정현철 부회장. 그는 지난달 29일 대한약사회 브리핑에서 "생물학적 제제 관리기준 강화로 인한 인슐린 부족은 이미 예견됐고, 일부 약국이 예상 가능한 물량을 확보했지만 이마저도 소진이 임박한 상황"이라며 "본격적인 인슐린 수급 불안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대한약사회 정현철 부회장은 "동네 환자 관리 차원에서 소량의 인슐린을 구매했던 약국들은 유통업체의 배송 지연이나, 계약을 맺은 업체의 인슐린 배송 포기로 들여놓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생물학적제제 규제 강화가 논의되던 시점부터 거론된 우려사항"이라고 설명했다.

 

"6개월 시간 벌어준 것으론 부족... 제도개선 시급해"

그렇지만 관계부처인 식약처 역시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관련 업계가 생물학적 제제 보관·운송 기준 강화에 어려움을 느끼자 올해 1월 시행이 예정됐던 생물학적 제제 관련 규칙 시행을 올 7월16일까지 유예하며 업계의 대비 시간을 줬다.

제1형 당뇨병 환우회에 따르면 생물학적제제 등 운송 관련 수수료 협상에 나서 최근 수수료 인상도 진행했다. 그러나 환자 단체와 약국 관계자들은 수수료 인상 폭이 적극적으로 생물학적 제제 운송에 나설 수 있을만큼 크지 않으며, 규제 완화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미영 대표는 "생물학적 제제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보관·운송 기준이 강화돼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지금까지 인슐린 사용에 있어 기존 유통과정으로 안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고, 미사용 제품들 폐기 등 금전적인 손실도 크지 않았다"며 "환자들이 사용하던 만큼의 물량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현철 부회장은 △규제 완화 △보상 확대 등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정책 방향성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고강도 생물학적 제제 관련 규제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이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 및 관리 비용을 정부가 보상해야 하거나, 제제별 기준을 달리해 유연한 제도 시행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정 부회장은 "의약품은 환자가 필요할 때 적절하고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 공공재적 성격을 갖고 있다"며 "이에 대한 관리 기준을 강화한다면 비용 보상에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미영 대표는 수급 불안은 감염병이 도래해 백신 공급이 필요한 시기에 주기적으로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김 대표는 "감염병 백신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공급을 결정하는 영역으로 시기에 따라 생물학적 제제 유통량은 달라질 것"이라며 "생물학적 제제 인프라가 한정된 상황에서 상시적으로 사용되는 생물학적 제제들은 국가 감염병 백신 공급 등 정책적인 일정에 따라 수급 불안이 반복될 수 있어 시급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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