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hit| 인슐린 수급 불안 지속...좁힐 수 없는 입장 차이

유통은 생산자가 상품 등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과정이다. 안전한 유통으로 좋은 품질의 상품이 소비자에게 전해지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지만 그 대상이 의약품이라면 쉬운 일은 아니다.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급 불안이 단지 필요한 물건을 늦게 받는다는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달 7월 '생물학적 제재 등의 제조·판매관리 규칙'이 일부 개정·시행됐다. 생물학적제재 보관·운송 중 온도 기록 의무가 주 내용으로, 올 1월 시행 예정이었으나 유통사 준비 미비 등을 이유로 6개월 계도기간을 거친 바 있다.

 

환자 "7월 말, 인슐린 수급 어려움 감지"

환자들이 인슐린을 처방받는 수단은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의료기관 진료 및 원내처방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의료기관 진료 및 원외처방(문전약국) △동네 내과 진료 후 동네 약국 처방 등이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동네 내과 진료 후 동네 약국 처방인데, 주기적인 진료 필요성과 인슐린 제제 보관 기간(사용중 인슐린 15~25℃ 실온 혹은 2~8℃ 냉장보관으로 28일)이 정해진 만큼 주기적인 처방이 필요하므로 예약·대기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대형의료기관보다 동네 의원 방문이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동네약국 특성상 인슐린을 상시 주문해 보관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환자 단체 관계자는 "인슐린이 필요해질 경우 진료를 받고 처방전을 약국에 전달하면 그 시점에 주문이 이뤄져 약국 수령 후 약을 조제받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올해 7월 말부터 동네약국에 인슐린이 부족해졌다. 최근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물량이 있는 대형의료기관 원내처방을 받거나 문전약국에서 인슐린을 수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 "업무·비용 부담...소규모 유통사 포기 시작"

이번 개정사항은 생물학적 제재 운송 시에는 자동 온도기록장치가 설치된 보냉박스를 이용하라는 것이다. 코로나19 백신 유통을 시작하며 필요성이 제기됐다. 운송 과정에서 온도 미준수로 폐기됐거나, 사용 과정에서 불순물 발견 원인에 배송 과정에서 보관온도 이탈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냉장보관이 요구되는 생물학적제제 전반에 온도기록 의무를 부여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유통업체들은 업체별 인슐린 유통 구조상 이를 준수하기는 버겁다는 입장이다. 유통업체 입장에서 보면 관리 책임과 유통 과정 행정력 소모가 늘었으며, 미준수 시 영업정지 등 패널티 요소가 생겼는데, 이러한 요건들은 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유통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소규모 유통사들은 인슐린 운송을 위해 인프라를 갖추고 행정력을 소모하는 것 보다 인슐린 배송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 큰 규모 유통사들은 인슐린 보관·운송 기반을 마련했지만 기존 물량을 유통하는 수준이므로 소규모 유통사가 포기한 물량을 추가로 감당하기는 버겁다.

관계자는 "기존 동네약국을 담당하는 소규모 유통사들은 다른 의약품을 운송하면서 약국이나 의료기관 요청에 따라 추가적으로 인슐린을 배송하는 형태였다"며 "부수적인 수입을 위해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규모가 큰 업체라 하더라도 상황이 만만한 것은 아니다. 제도 설계기간과 협의체 논의 기간 중 관련 설비를 마련했지만 실무가 많아지면서 전체 배송일자가 지연되고 있으며, 소규모 유통사들이 포기한 물량을 추가로 배송하기에는 설비·비용 등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현재 인슐린 수요가 많은 영업장 조차 인슐린 배송이 원활하지 않다. 단적으로 기존 하루에 2~3회 운송했었다면 최근에는 일주일에 2~3회 운송이 고작이다.

유통사들이 원하는 것은 개정법에서 인슐린 제재를 제외하는 것이다. 생물학적제제 운송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인력·비용·설비 등 총체적인 인프라 부족을 해결할 만큼 제약사 마진율이나 정부지원 등이 원활이 이뤄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생물학적 제재 안전관리 기준을 설계하면서 이를 생물학적 제대 전체로 적용시켰는데 이는 현장 상황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며 "계도기간은 있었지만 배송관련 인프라를 확대할 방안도 연구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할 부분 다 했다. 이젠 업계 몫"

식약처는 식품과 의약품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이다. 이 관점에서 식약처는 식·의약품 안전을 확보함으로써 환자 안전을 추구해야한다. 제도설계 취지가 안전한 의약품 사용이고 제도 운영 방식이 온도 유지가 필요한 제재의 보관 상태를 모니터링 하겠다는 것은 이해관계자 모두가 받아들이고 있는 조치이기도 하다.

또한 식약처는 생물학적 제재 운송 과정에서 보냉박스에 여러 약국에 보낼 의약품을 한번에 담고, 약국 도착 시 보냉박스를 열어 의약품을 배송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보냉박스는 시간별로 온도를 기록하고 있고, 유통사는 생물학적 제재를 전달할 때 보관온도 관련 확인과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이 시간대를 대조해 보관온도가 이탈했으나 배송 중 불가피하게 보냉박스를 열었다고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이면 행정조치 면제 대상으로 두겠다는 것이다.

이는 유통사 측이 바란 현실적인 운송 요건이었으며, 식약처도 받아들일 수 있는 보완조치였다. 특히 유통사가 내부적으로 실시한 시뮬레이션 테스트에서 보관온도가 규정 외로 튀는 상황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식약처 관점에서 이번 제도 개정은 새로운 유통기준 설계가 아닌 기존 운영하던 보관상태를 기록하는 것이다. 생물학적 제재는 개봉 전까지 2~8℃ 냉장보관이 필요한데 이것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확인한다는 정도라는 의미다.

즉, 식약처는 생물학적 제재 운송기준에서 인슐린을 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식약처는 이번 인슐린 수급 불안 문제 해소를 위해 현재 생물학적 제제 운송·환자 처방 및 사용 양태를 모니터링하며 구조적인 개선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한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제도를 설계하면서 일각에서는 '그러면 지금까지 운송 과정에서는 이정도(온도 기록)도 지켜오지 않은 것이냐'는 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며 "식·의약품이 의도된 환경에서 환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지켜져야할 안전을 훼손할 수 있는 가치는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통 끝에는 소비자...인슐린이 필요한 환자들 있어

식약처는 국민 건강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이며, 식약처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식품과 의약품 안전성 확보다. 제약사와 만나 마진율을 올려달라 권고하는 것도, 유통사와 만나 인슐린 유통 행정명령을 내리는 것도 식약처가 할 수 있는 범위는 아니다.

의약품 유통업체와 제약사는 환자를 위한 의약품을 개발·생상·유통함으로써 국민 건강에 기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어야 하지만 결국 민간사업체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정한 의약품 가격에 억지로 마진율을 더 붙여달라 생떼를 쓸 수 없고, 손해를 감수하며 1만원 인슐린을 공급하기위해 수십만원 비용을 들이는 것은 어렵다. 인슐린 공급을 규모의 경제로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하루 2~3개 낱개 배송되는 인슐린을 위해 보관·운송 인프라를 갖추라는 것은 불합리할 수 있다.

환자 단체 관계자는 "이런 식이라면 인슐린을 환자들 사이에서 거래하거나, 빌려야 하는 상황도 올 수 있다"며 "기존에 유통된 만큼이나마 유통되도록 빠른 조치를 해 달라"고 밝혔다.

유통의 끝단이 환자라는 점에서 유통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피해는 결국 환자에게 향한다. 식약처, 제약·유통업계 외에 논의 대상자를 넓히거나, 과학적 접근 등 수단을 고려한 빠른 대책 수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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