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배진건 박사(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
 
코로나 때 마스크를 썼다면, 원숭이 두창에는...

배진건 박사
배진건 박사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원숭이두창(Monkeypox) 바이러스 확진자가 6월 22일 공식적으로 확인되었다. 21일 독일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A씨는 유전자증폭(PCR) 검사와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결과 확진자로 판정되었다. 빨간 불이 켜졌다. 가장 큰 걱정은 지역 사회 전파 가능성에 대한 우려이다.

우리 걱정이 얼마나 현실적일까? 원숭이두창은 5월 7일 영국에서 첫 발병 보고가 있고 난 뒤 전 세계에 확산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이달 15일까지 WHO에 보고된 원숭이두창 확진 사례는 총 42개국 2103건이다. 이제 대한민국이 더해져 43개국이 되었다.

풍토병이 돼 버려 조용하던 원숭이두창이 왜 갑자기 이슈가 되었나? WHO 비상위원장을 지낸 데이비드 헤이만 박사는 5월 23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원숭이두창 확산이 유럽에서 열린 두 차례 대규모 파티에서 벌어진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남성간의 성관계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유력한 가설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원숭이두창 확산 초기 주요 원인으로 말하고 싶지 않은 특정 감염 경로가 부각되었다.
   
특정 감염 경로를 재확인하듯이 영국 보건안전청(UKHSA)은 이달 21일 원숭이두창 감염 위험이 높은 일부 동성애·양성애 남성들에게 백신을 맞으라는 권고를 내놓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이달 20일까지 원숭이두창 사례가 793건 보고됐는데 이중 여성은 5명 뿐이다. 남녀의 차이가 현저하다.

이런 원숭이두창 뉴스를 보면서 필자에게 40년전 카포시육종(Kaposis’ carcinoma)의 기억이 떠올랐다. 1982년 8월 위스콘신대학교(University of Wisconsin) 약학대학에서 Ph. D.를 받고 같은 매디슨 캠퍼스(Madison campus)의 맥아들암연구소(McArdle Laboratory for Cancer Research)로 옮겼을 당시로 기억이 거스른다.

맥아들 암연구소는 '1950년 맥아들 7명의 창립 교수' 중 짐 & 엘리자베스 밀러(Jim & Elizabeth Miller) 교수 부부, 바우트웰(Boutwell) 교수와 필자의 포스트닥(Post Doc) 지도교수인 뮬러(Mueller) 박사가 내가 포닥을 시작한 1982년 가을 9월에도 재직하셨다. 소장인 간암 전문가 헨리 피토(Henry C. Pitot) 박사와 특별하게도 바이러스의 대가들인 노벨상 수상자인 테민(Howard Temin) 교수와 '제한 효소(Restriction Enzyme)의 어머니'로 불리는 자넷 메르츠(Janet E Mertz)가 재직했다. 왜냐하면 창립교수들은 바이러스에 의한 암을 연구하는 'Tumor Virology'가 암형성인 'Carcinogenesis'’의 중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필자가 처음으로 참석한 9월 첫 주 '맥아들 세미나'에 시카고 어느 병원에서 근무하는 여자 교수가 다급하게 카포시육종(Kaposi’s sarcoma)이 동성애자들에게 퍼지고 있는 현상을 보고하였다. 피부에 생긴 육종의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임상적인 관찰을 발표한 기억이다. 카포시육종과 원숭이두창의 사진을 다시 찾아볼 때 잊었던 그 세미나의 기억을 소환하였다. 

1982년 세미나 당시의 미국은 후천면역결핍증후군(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AIDS)라는 병명이 나오기 전이다. 1981년 AIDS 환자에서 발병한 카포시육종이 처음 보고되었기에 강사는 다급한 임상 현안을 ‘Tumor Virology’를 다루는 연구자들에 알리고 싶었다.

'Kaposi’s sarcoma'는 1872년 헝가리 피부과 의사에 의해 처음으로 보고되었다. 카포시육종은 림프 및 혈관생성 악성 종양으로 임상적 양상에 따라 고전형, 적도지역의 아프리카 지방 유행형, 면역억제제 관련형, AIDS 연관형, 4가지 형태로 분류한다.

AIDS 관련 카포시육종은 피부가 가장 흔한 침범부위이지만 다른 부위에도 침범 가능한 질환이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으나 같은 정도의 면역억제에서 비동성애 AIDS 환자에 비해 동성애 남성 환자에서 20배 더 높게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12년 후인 1994년이 되어서야 Chang 등이 AIDS 환자의 피부 병변에서 헤르페스바이러스의 DNA 분절을 분석하여 카포시육종과 관련된 헤르페스 바이러스(Kaposi sarcoma associated herpes virus, KSHV or HHV-8)가 카포시 육종의 중요한 병인임을 발견하였다. AIDS 환자에게서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가 도입되면서 카포시육종 빈도는 이 전과 비교하여 현저하게 감소하였기에 병인을 다시 증거하고 있다.

CDC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정액이나 질액을 통해 감염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며 다른 가능한 전파 방식에 대해서는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나 증상이 없는 사람과 접촉했을 경우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하지만 CDC의 바이러스 전문가 앤드리아 매콜럼은 뉴욕타임즈(NYT)와 인터뷰에서 "(원숭이두창에 감염되기까지) '매우 지속적이고 긴밀한 접촉'이 필요하다"며 "몇m에 걸쳐 전염되는 바이러스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키스나 성관계와 같은 행위도 감염 경로에 포함되지만, 반드시 동성애자 또는 양성애자의 성관계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동성애자만 걸린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DNA 기반 바이러스인 원숭이두창은 유전물질을 복제하는 과정에서 자체 오류를 수정할 수 있어 변이가 느리다고 평가된다. 코로나19를 비롯한 RNA 바이러스는 1년에 20~30개의 변이가 발생할 수 있지만, DNA 기반 바이러스의 경우 통상 1~2개의 변이만 나타난다. 하지만 23일 NYT 기사에 따르면 최근 공개된 바이러스 초기분석(preliminary analyses) 결과 현재 유행 중인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를 지난 2018년에 수집한 바이러스와 비교했을 때 50개 가까운 변이가 쌓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원숭이두창의 바이러스가 사람들 사이에서 더 퍼질 수 있도록 진화한 것으로 가정할 수 있다.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진화한 원숭이두창 확산을 막을 것인가? 매우 지속적이고 긴밀한 접촉을 피해야 한다. 사람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갇힘에서 해방되어 자유를 원한다. 무조건 해외여행을 가야지. 예전처럼 자유롭게 하던 것 다시 해야지 생각하고 행동한다. 과연 이런 생각과 행동이 무엇을 낳았는가? 원숭이두창 확산이 유럽에서 열린 두 차례 대규모 파티에서 벌어진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남성간의 성관계에서 비롯됐다는 유력한 가설을 낳았다.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떠한 가? 무공해 청정 지역인가? 1985년부터 질병관리청이 'HIV/AIDS 신고 현황 연보'가 해마다 발간된다. 2019년에 신고된 HIV/AIDS는 1223명 중 남자가 1112명이고 내국인이 1006명이다. 2020년 한해는 1016명이 신규로 신고되었고 내국인이 818명이고 외국인이 198명이다. 성별로는 남자 935명이고 여자 81명이다. 내국인은 남자가 98%이었고 외국인은 남자가 73.2%를 차지한다.

연령 구성은 20대가 33.8%(343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30대 29.8%(303명), 40대 15.0%(152명) 순으로 20~40대가 전체의 78.5%를 차지한다. 코로나19의 사망자가 대부분이 60대 이상인 것과는 완연하게 다르다. 'MZ 세대'의 젊은 남자들이 코로나19를 대수롭지 않게 대하던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RNA 바이러스'라는 명칭이 같더라도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확연히 다르다.

1981년 시작한 HIV/AIDS가 어떻게 시작하였고 퍼졌는가? 역사를 소환하면 전 세계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 헤매던 남성 승무원들이 주인공 역할을 한 것 같다. 40년전 카포시육종의 기억에서 다시 원숭이두창의 현실로 돌아온다. 

카포시육종과 원숭이두창의 40년이란 시간의 차가 '동시적사건'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1872년 발견된 카포시육종이 110년을 지나 1982년에 '동시적 사건'으로 현실에 시작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영국 보건안전청은 지난 21일 원숭이두창 감염 위험이 높은 일부 동성애·양성애 남성들에게 백신을 맞으라는 권고를 내놓았다. 백신이 감염에서 안전할까? 행동이 지속된다면 결코 아닌 것을 코로나19를 통해 경험적으로 안다. 마스크를 쓰는 행동이 우리를 지켰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