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약제 사후평가 연구, 약가인상 가능성도 제시
고가약제 사후평가 연구, 약가인상 가능성도 제시
  • 최은택
  • 승인 2018.11.0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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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훈 교수, 제도운영원리 발표...공단에 자문기구 설치

[의약품 등재후 평가·관리방안 공청회]

고가 급여 의약품이 진료현장에서 실제 사용된 자료를 근거로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을 분석해 급여여부 또는 약가 등을 재평가하는 이른바 '의약품 등재후 평가' 방안 연구결과가 드디어 공개됐다.

제약사와 건보공단이 등재협상에서 재평가와 사후관리와 관련한 사항을 계약에 반영하고, 이후 건보공단 사업주관부서가 연구사업 총괄 PI를 맡아 외부연구진에 평가용역을 발주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재평가 협상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대상약제 선정과 평가용역 결과에 대한 자문 등을 위해 건보공단 산하에 자문기구인 약제사후관리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흥미로운 건 연구진의 발표에 사후평가를 통해 상한금액을 인하는 것 뿐 아니라 인상하는 방안이 함께 언급된 점이다.

안정훈 이화여대 교수는 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건보공단과 대한항암요법연구회 공동주최로 열린 '의약품 등재후 평가 및 관리방안 공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고가 의약품 사후관리방안 및 제도운영원리'를 발표했다.

안 교수의 발표는 '리얼월드데이터(RWD)' 활용 필요성, 제도 운영 원리, '리얼월드에비던스(RWE)' 연구방법, 관련 법령 및 규정검토 등으로 구성됐다.

RWE 활용 왜 필요한가=먼저 개념을 정리하면 이렇다. RWD는 여러 출처(전자 건강기록, 보험지급 요구 및 청구활동 등)들로부터 일상적으로 모아지는 환자의 건강상태와 건강을 케어할 수 있는 경로에 관한 자료다.

또 RWE는 '리얼월드데이터' 분석을 통해 얻은 의약품의 사용결과나 잠재돼 있는 이점, 리스크에 관한 임상적 근거를 말한다.

RWE 활용이 중요한 건 임상시험(RCT)이 갖고 있는 한계점 때문이다. 우선 RCT는 효능(Efficacy)를 도출하는 과정이다. 중간에 개입될 수 있는 많은 변수들을 사전에 차단하고, 제한된 조건으로 설계되며, 결과도 제한된 조건에서 개별환자의 반응을 얻어낸다.

반면 RWE는 효과(Effectiveness)를 본다. 일상에서 얻어지는 자료를 활용하기 때문에 다양한 환경조건을 포함하며, 실생활에서 약물의 유용성과 의약품을 투여받은 대중에 대한 전반적인 유용성을 확인할 수 있다.

안 교수는 "RCT는 실제 현장에서 환자에게 나타나는 결과를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RWE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안 교수는 효능과 효과 차이를 고려한 외국의 의사결정 사례로 조건부 급여된 12개 약제 중 4개 약제에 대해 실제 진료현장 결과값 제출을 요구한 스웨덴을 소개했다. 그는 "급여 검토 때 추후 사후관리를 고려해 효능 자료와 자국의 실제 진료현장 효과 간의 차이 검토를 당연하게 보는 의사결정"이라고 설명했다.

RWE 연구방법은=안 교수는 후향적 관점 모형과 전향적 관점 모형 두 가지를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먼저 후향적 관점모형은 추가 임상연구 필요성이 낮은 약제들에 적용 가능하다. 국내 진입 시점과 최초 허가임상 결과 발표 시점의 시차를 고려해 체계적인 문헌고찰이나 후향적 임상연구를 통해 RWE를 수집하는 방식인데, 안 교수는 2020년 이후 등재 약제를 언급했다. RSA 재계약의 경우 전향적 연구와 후향적 연구가 순차적 또는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고 했다.

전향적 관점 모형은 계약시점부터 전향적 임상연구를 시작해 RWE를 수집하는 방식이다. 역시 2020년 이후 신규 등재 약제를 대상으로 한다고 안 교수는 언급했다.

안 교수는 이 연구를 개입시키기 위해서는 현 신약 등재시스템에서 상한금액 고시 이후 RWE를 통한 재평가 단계가 추가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때 급여 적정성 평가 과정에서 설명미비나 불확실성 등과 관련한 정보를 건보공단이 약가협상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심사평가원이 제공하고, 협상단계에서도 제약사 의견이나 전문학회 의견을 듣는 절차를 밟도록 했다.

사후평가 제도 운영 원리는=현 신약 등재시스템에 없는 '뒷단'에 대한 이야기다. 먼저 건보공단과 제약사는 신약 등재 협상을 통해 등재 후 재평가와 사후관리 사항을 계약에 반영한다.

이어 건보공단은 재평가를 위한 사업주관 부서를 두고 외부연구진에 평가용역을 발주한다. 여기서 건보공단 사업주관 부서는 연구사업을 총괄하는 PI 역할을 수행하는데, 재평가 대상 질환과 약제 선정, 기관별 Sub PI 선정, 평가용역 결과 자문 등을 담당하는 건보공단 산하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는 역할 등도 맡는다.

평가용역은 실제 임상근거를 바탕으로 한 치료효과와 비용효과성(경제성평가)을 확인하기 위한 과제다. 보건의료연구원은 자료를 검수하고 'Public CRO'로 개입한다.

외부연구진에 의해 마련된 연구결과는 자문위원회에 보고된다. 임상적 유용성은 유럽종양학회(ESMO)의 임상적 가치 평가 '툴'을 활용하는 방안을 안 교수는 제안했다.

외부연구진으로부터 연구결과를 보고받은 자문위원회는 연구방법의 적정성, 평가결과에 대한 자문과 고찰, 사후관리방안 등을 논의한다. 건보공단은 이를 토대로 상한금액, 예상청구액 및 급여범위 조정 등 재평가 협상을 진행한다.

안 교수는 가격 조정방식을 두 가지로 제안했다. 우선 심사평가원 약평위 ICER과 RWE로 산출된 ICER 차이가 클 경우 격차를 줄인다. 가령 약평위 ICER는 '퀄리(QALY)' 당 2500만원, RWE ICER은 3000만원이거나 약평위 2500만원, RWE 2000만원인 경우 각각 ICER이 2500만원이 되도록 약가를 조정한다. 가격을 낮추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인상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다른 방식은 국내 비용효과성 기준(CE Threshold)이 되도록 약가를 조정하는 것이다.

안 교수는 "1GDP/QALY로 2500만원을 사용하는 건 WHO가 급여결정에 사용하는 것을 권고하지 않는다는 입장에 위배되므로 다른 기준값도 사용 가능하다"고 했다.

법령에는 어떻게 반영되나=안 교수는 이 같은 사후관리제도 운영을 위해 손질해야 할 법령개정안도 제시했다.

먼저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복지부장관이 급여대상여부나 상한금액을 직권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해야 하는데, '제약사가 건보공단 이사장과 협상한 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로 돼 있는 관련 조항(13조 직권결정 및 조정 4항) 14호에 '협상한 조건에서 정한 조정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문구를 추가하는 안이다.

안 교수는 "이를 통해 건보공단과 제약사 간 추가 이행 조건에 대한 부속합의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별도 조항을 신설할 경우 법적 근거를 강화할 수 있다"고도 했다. 아예 15호를 '복지부장관이 정해 고시한 바에 따른 약제의 급여 적용이후 임상적 유용성 및 비용효과성 등의 확인결과 급여대상여부 및 상한금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라는 문구로 신설하자는 제안이다.

안 교수는 또 심사평가원장의 자문기구인 약평위 사례를 인용해 건보공단 약제 사후관리 자문기구 신설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중 '직권결정 및 조정(13조)' 조문에 6항을 신설하는 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약제에 대한 요양급여가 적용된 이후 임상적 유용성 및 비용효과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공단에 약제사후관리위원회를 둔다. 이 경우 위원회 구성, 운영, 사후관리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공단 이사장이 정한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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