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스탠다임 창업 멤버 윤소정 상무

"우리가 개발한 플랫폼으로 신약 후보물질과 함께 새로운 타깃(Target)을 제시한 신약 패키지를 제약회사에게 제공할 것입니다."

삼성종합기술원(삼성종기원)에서 '노화 연구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했던 세 연구원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신약개발 주기를 앞당기는 사업 아이템으로 창업 생태계에 뛰어들었다. 주인공은 스탠다임 창업 멤버 윤소정 상무, 김진한 대표, 송상옥 상무다.

알파고 등장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뜨겁지만, 여전히 보수적인 신약개발 연구 환경에서 AI 유용성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있다.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스탠다임 창업 멤버 윤소정 상무를 만나 인공지능 신약개발에 대한 이야기와 스탠다임의 전략을 들어봤다. 이야기는 현 인공지능 신약개발 단계를 어떻게 봐야하는지부터 시작했다.

윤소정 스탠다임 상무를 만나 AI 신약개발부터 스탠다임 전략까지 들어봤다. 

 

 #1. 윤소정 상무가 말하는 AI 신약개발 이야기 

2~3년 전만 해도 인공지능 신약개발 담론은 뜨거웠지만, 최근 다소 열기가 식은 느낌입니다. 인공지능 신약개발, 지금은 어디까지 왔나요?

우리가 2015년 AI를 활용해 신약개발을 한다고 했을 때, 말도 안 된다고 하시는 분도 많았어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캐드(CAD)를 활용해 인실리코(in silico) 방식으로 분자구조를 설계해 약물 후보물질을 도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어요. AI 신약개발과 목적 자체는 동일했어요. 당시 기대치가 컸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죠. 이런 경험이 AI 신약개발에 대해 회의적 시선이 생겼던 것같아요.

2016년 알파고 등장이후 전 산업 분야에서 AI 저변이 확대됐고, 신약개발 생태계까지 AI가 도입돼 관련 기업이 많이 생겼어요. 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결과물이 나온 것은 아니에요. 특히 AI 신약개발이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데 집중돼 있기 때문에, 결과물을 논하기에 이른 측면도 있습니다. 

결국 AI로 도출한 물질이 기존 신약개발 방식과 동일하게 비임상과 임상시험을 거치는 검증 과정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기엔 좀 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난해부터 AI로 도출된 물질이 임상시험에 진입하는 유의미한 결과들이 나왔어요. 대표적으로 엑센시아(Exscientia)가 있어요. 향후 1~2년 안에 비임상 이후 결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국내 AI 신약개발 회사에게 가장 궁금한 점은 데이터 축적이에요. AI를 학습시킬만 한 충분한 신약개발 데이터 확보가 가능한가요?

늘 고민하는 지점입니다. 극단적으로 AI에게 무의미한 데이터를 넣으면, 무의미한 결과물이 나옵니다.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가장 기본인데, 생물학 데이터는 정교화 된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헬스케어 산업은 다른 산업 대비 AI 적용이 쉬운 환경은 아닙니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AI 신약개발 회사가 물질발굴(discovery) 단계에 집중합니다. 디스커버리 관련 양질의 데이터는 비교적 많이 축적돼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회사가 보유한 AI 플랫폼 역시 디스커버리 데이터를 학습한 △ASK 플랫폼(신규 타깃 발굴) △BEST 플랫폼(신규 물질 생성)이 있습니다.

 

신규 물질 생성을 위한 플랫폼 기술체계[출처=스탠다임 프레스킷]
신규 물질 생성을 위한 플랫폼 기술체계[출처=스탠다임 프레스킷]

 

물질을 설계하기 위해선 화학적 구조(chemical structure)와 활성화 라벨(activity label)을 AI에 학습시킵니다. 이를 위한 데이터는 펍켐(PubChem), 켐블(ChEMBL) 등 오픈소스로 활용될 수 있는 화합물 라이브러리에 잘 정리돼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인도 등에 연구원들이 잘 정리해 놓은 사적(private) 데이터를 판매하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플랫폼을 만들 때 오픈소스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PubChem, ChEMBL)로 일종의 네비게이션을 만듭니다. 이후 우리가 보유한 자체 데이터와 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학습시켜 최적화(optimization) 과정을 거칩니다.

오픈소스 데이터를 통해 (신약 후보물질 도출을 위한) 인공지능 플랫폼의 형태를 갖추기에는 큰 문제는 없습니다. 사실 이런 오픈소스 데이터는 아무리 빅파마라고 해도, 자체적으로 갖추기 어렵습니다. 이런 틀을 갖춘 상태에서 개별 과제를 수행하면서 얻은 데이터와 소량의 큐레이션 데이터를 학습시켜 보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만의 자체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자체 데이터는 다양한 제약회사와 협업을 통해 축적하고 있습니다. 현재 제약회사 공동연구 포함 약 프로젝트 45개를 진행 중입니다. 향후 이런 프로젝트를 더욱 늘릴 계획입니다.

 

신규 타깃 발굴을 위한 플랫폼 기술체계[출처=스탠다임 프레스킷]
신규 타깃 발굴을 위한 플랫폼 기술체계[출처=스탠다임 프레스킷]

 

 #2. 스탠다임과 제약사 간 오픈이노베이션 

2016년 아스트라제네카챌린지(AstraZeneca-Sanger drug Combination Prediction Dream Challenge)에서 3위를 하셨던데, 어떤 대회였나요?

창업 초기에 출전한 대회였고, 외부에 우리 기술의 신뢰성을 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챌린지 주제는 암세포를 가장 잘 사멸시킬 수 있는 항암제 조합을 도출하는 것이었어요. 중간결과 당시 1위를 하기도 했는데, 최종 3위로 마감했습니다. 제약회사 데이터를 우리 AI 플랫폼에 학습시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다양한 글로벌 제약회사와 공동연구를 수행했는데요.

2016년 5명의 연구원으로 시작하면서, 우리가 수행할 수 있는 물리적 한계가 있었습니다.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선 가시적 성과를 외부에 제시해야 했습니다. 신약 후보물질보다 신약재창출(DR) 전략이 비교적 검증 과정 주기가 짧았습니다. 때문에 AI 예측 모델을 개발해 해당 약물을 비임상까지 검증하는 내부 작업을 거쳤습니다.

경험을 쌓아 바이오USA 등에서 글로벌 제약회사에게 우리 플랫폼의 가능성을 설명했고, 글로벌 제약회사와 공동연구 혹은 서비스 계약을 맺게 됐습니다. 첫 번째 DR 전략으로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후보물질을 도출했고, 이 결과물을 토대로 다수 글로벌 제약회사와 신약재창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물론 우리의 최종 목표는 DR이 아니라, 신약 후보물질 도출입니다.

 

신약개발에 있어 스탠다임의 역할은 AI로 물질을 도출해주는 것으로 끝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자체 물질의 특허(IP)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어떤 상대이든 공동연구 혹은 협업에 있어 물질의 IP 공유를 최우선으로 합니다. 이 부분에 있어 제약사와 의견조율 과정을 많이 거치지만, 현재 협업하고 있는 제약회사는 이런 부분을 동의해 준 분들입니다. 우리가 일부 비임상 검증 과정을 거친 물질을 제약회사에게 넘기면, 그들이 후단의 신약개발을 진행해 나가는 것입니다.

 

IP를 공유하려면, 스탠다임만의 차별성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우리는 단순 물질 디자인 뿐만 아니라, 신규 타깃까지 제공할 예정입니다. 현재 인공지능 신약개발 영역에서 물질 디자인은 레드오션입니다. 그러나 빅파마는 단순 물질 제공이 아니라, 이 물질의 가치를 상승시켜 줄 타깃 혹은 기술까지 함께 제시해 주길 원합니다. 이런 빅파마의 수요에 맞춰 타깃 발굴 플랫폼 고도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SK케미컬과 공동연구를 많이하고, SK홀딩스로부터 전략적투자(SI)도 유치하셨어요.

우연하게 SK와 협업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SK케미컬은 디스커버리 분야를 아웃소싱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새로운 도구(tool)로 우리 플랫폼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여 줬습니다. DR로 시작해 신규 물질 디자인까지 많은 협업을 하고 있고, 지난해 신규 타깃 발굴 플랫폼 검증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시리즈 B를 끝낼 무렵 SK홀딩스로부터 투자 제안을 받았습니다. SK는 AI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SK케미칼, SK바이오팜 등 헬스케어 이해도도 높은 좋은 파트너입니다. 현재 높은 시너지를 내며 함께 업무를 수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스탠다임 국내 협업 파트너[출처=스탠다임 프레스킷]
스탠다임 국내 협업 파트너[출처=스탠다임 프레스킷]

 

 #3. 상장 이후 스탠다임이 그리는 미래 

AI 신약개발 회사 중 두각을 나타내는 회사는 많지 않은 듯 합니다. 스탠다임은 세계 AI 신약개발 분야에서 어떤 위치에 있다고 평가하시나요?

내부적으로 톱 5 안에 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웃음) 2015년 창업 당시 AI 신약개발 회사로 언급되는 곳이 인실리코메디슨, 아톰와이즈 정도였습니다. AI 특성상 공개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각 회사의 성과를 세세하게 알순 없지만 가시적으로 임상에 진입한 곳은 엑센시아 정도입니다.

그 외 기업은 비임상 후보물질 도출 정도의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우리도 제약회사와 협업해 올해 말에서 내년에 비임상 후보물질을 도출할 계획입니다.

 

글로벌 기업은 투자유치 및 거래 규모가 큰데, 위기의식은 없나요?

가장 두려운 지점입니다. 2015년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회사들이 미국에 위치한 다양한 빅파마와 큰 거래를 성사시키고 있습니다. 그들의 거래를 살펴보면, 단순한 물질을 사가는 개념이 아니라 플랫폼 장기사용 권리 등이 함께 묶여 패키지로 거래(deal)를 합니다. 

우리 역시 그들과 기술 격차를 줄이면서, 플랫폼 고도화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대로 신규 타깃 발굴을 차별점으로 삼아 플랫폼을 고도화 해 나가고 있습니다. 

스탠다임이 제약회사에 제공할 수 있는 패키지 
스탠다임이 제약회사에 제공할 수 있는 패키지 

 

상장을 준비하고 있으신데, 상장 후 조달된 자금으로 하시려는 게 무엇일까요?

해외 진출이 단기 목표입니다. 영국은 이미 인력을 파견한 상태인데요, 캠브릿지 대학 내 밀러 연구소와 공동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미국도 보스턴을 기반으로 활동하면서 빅파마와 네트워킹을 공고히 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빅파마와 접촉하는 이유는 우리가 도출한 신약후보 물질 패키지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좋은 물질과 이에 상응하는 타깃을 발굴한 패키지를 빅파마에 제시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단순히 물질과 타깃을 in silico에서 도출하는 것에 더 나아가 합성과 일부 생물학적 분석(bio assay) 과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것입니다. 빅파마는 우리의 패키지를 제공 받거나, 우리가 보유한 플랫폼 사용하는 데 비용을 지불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신약 패키지를 만들기 위해 현재 17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상장으로 유치된 자본은 이런 프로젝트에 투자될 계획입니다. 신약 패키지를 기반으로 다수의 빅파마와 공격적으로 거래에 나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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