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제네릭의약품 제도개선 협의체 논의사항에
도매업계 반발, 적정마진 산출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이미지 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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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납도매를 통한 제3자 리베이트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도매마진 상한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정부에서도 제네릭 의약품 제도개선 방향 중 하나로 도매마진의 상한을 설정하고 이를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매 마진율에 대한 문제제기는 지난 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매출할인을 리베이트 자금원으로 지목하면서 본격화됐다. 권익위는 제약회사가 사후적으로 매출실적의 일정액(약 4% 내외)을 판매 장려금, 단가할인 등 명목으로 도매상에 지급함으로써 리베이트 자금원으로 활용하는 구조라고 지적하고 이 같은 사후매출할인 문제의 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실제 히트뉴스가 입수한 간납도매 거래금액 및 마진율에 대한 복수의 국내제약회사 자료에 따르면 사전-사후를 합한 평균 할인율은 54%에 달했다. 사전에 제공되는 8~9%를 정상 유통비용이라고 가정할 경우 적어도 45% 이상의 약값이 사후 매출할인 명목으로 도매상으로 건너간다. 히트뉴스와 접촉한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병원이나 의원이 20% 이상, 문전약국이 5~7%를 리베이트로 가져가는 구조라고 증언했다.

간납도매 마진율 구성 모형. (히트뉴스 취재내용 재구성)
간납도매 마진율 구성 모형. (히트뉴스 취재내용 재구성)

권익위 등을 통해 매출할인 문제가 불거지자 상위권 A·B, 중상위권 C 등 업체들은 사후할인을 출하량이라는 근거기준이 있는 사전할인에 통합하고 총 할인율은 점차 줄여가는 방향으로 체질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과는 별개로 도매 마진율의 상한선을 제도화함으로써 논란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도매마진에 대한 정부규제는 보험약가 제도의 연장선에서 실제 운영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1977년 정부고시가 상환제에서 보험약가는 공장도 가격에 12.0%의 도매마진을 더해 산정됐다. 1982년 도입된 신고제 하에서는 고가의약품은 8.0%, 저가의약품은 12.3%, 마약 및 향정신성의약품은 27.6%의 유통마진이 허용됐다. 2000년 7월부터는 A7 국가의 조정평균가를 보험약가에 적용했는데, 이 당시 허용된 도매마진은 5.26%였고 여기에 고가의약품은 3.43%, 저가의약품은 5.15%를 인정했으나 2007년 A7 조정평균가 방식이 폐지되면서 공식적인 도매마진도 없어졌다. 이 때부터는 제약회사와 도매업체 사이의 협상을 통해 마진이 결정됐다.

박성민 변호사가 도매마진 규제의 필요성을 제기한 제1회 헬스케어 정책포럼.

도매마진 규제의 필요성은 지난 9월 히트뉴스가 공동 개최한 ‘제1회 헬스케어 정책포럼’에서도 제기됐다. 박성민 변호사(HnL법률사무소)는 'CSO와 매출할인' 발제에서 “제약회사와 도매상의 일반적인 거래에 모두 리베이트가 개입됐다고 매도할 순 없지만 시장에서 결정된 유통마진이 모두 적정마진이라고 인정하기도 어렵다”며 “적정 유통마진에 대한 면밀한 실증연구를 통해 법적으로 안정성 있는 거래조건의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토론자로 참석한 윤병철 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프랑스의 도매마진 규제를 예로 들어 설명한 박 변호사의 제안에 대해 “취급하는 품목수가 많고 도매상 숫자도 1500개나 되는 우리의 상황과 외국의 사례가 잘 안맞을 수도 있다”며 “좋은 제도이긴 하지만 한 번에 갖다 쓰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정부가 발사르탄 사건으로 촉발된 제네릭 의약품 제도개선 문제를 다루는 협의체의 주요 논의사항으로 ‘유통마진 최저상한제 시행’을 포함한 것으로 히트뉴스 취재결과 확인되면서 최종 도입여부를 떠나 검토단계에 이미 들어서 있음을 알 수 있다.

제약회사 도매업무 담당자인 P씨는 “간납도매 할인율은 처방권을 쥔 의료기관을 낀 도매상과의 파워게임에 의해 결정되는데, 50% 안팎의 마진이 모두 정상의 범주에 든다고 할 수는 없다”며 “제3자 관리에 대한 법적책임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도매마진에 대한 적정 기준은 회사의 법적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매상 마진규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도매업계의 집단반발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으며, 적정 도매마진을 산출하기 위한 근본적인 실증연구도 필요하다. 또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제기될 수 있다.

제약 관련 전문변호사 M씨는 “제도의 목표를 도매마진 속에 숨어 있는 리베이트 자금원을 차단하는 것으로 단순화하면 구속력의 강도를 너무 높이지 않고 계도성으로 마진상한을 도입해보는 것도 검토해볼만 하다”며 “리베이트가 과도하게 발생한다는 것을 시장의 실패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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