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 신경식 이사, 29일 맞춤형 암치료 활성화 간담회서 'CGDB' 강조
"맞춤형 암 치료의 핵심은 데이터 수집·공유"

신경식 한국로슈 맞춤의료본부 이사
신경식 한국로슈 맞춤의료본부 이사

가명정보를 골자로 하는 데이터3법 개정안이 이달 초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제약바이오기업은 오히려 질 좋은 데이터에 목마른 상태다.

맞춤형 항암제 개발의 핵심은 가명정보와 같은 뭉개진 데이터가 아닌 양질의 데이터 수집이다. 산업계는 암 유전체 정보와 임상 현장의 RWD(Real World Data, 실제 임상 데이터)를 접목한 CGDB(Clinical Genomic Database, 통합 임상 유전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는 정밀의료 특별법(가칭)을 제정해 맞춤형 항암제 개발을 더욱 앞당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경식 한국로슈 맞춤의료본부 이사는 29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맞춤형 암치료 활성화 관련 전문가 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히며 "신약 허가·적응증 확대 시 RWD의 적극 활용과 CGDB 기반의 사후 검증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이사는 전세계 암 치료 패러다임이 표적 치료제에서 RWD 기반의 개인 맞춤형 치료제로 변화하고 있으나, 국내 RWD 활용도는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고 했다. 신약 개발 시 필요한 데이터는 각 병원에 분산돼 있고, 바이오마커 기반의 다학제적 치료 결정도 순조롭지 못하다. 항암제를 허가사항(On Label)·급여 범위 내에서만 사용 가능한 문제도 있다. 

이 가운데 최근 로슈는 양질의 RWD 축적을 위해 플랫아이언(Flatiron), 파운데이션 메디슨(Foundation Medicine) 등 빅데이터 전문기업들을 인수했다. 진단·치료 등 진료 단계별 의사결정을 효율적으로 돕기 위한 RWD 기반 CDSS(Clinical Decision Support Software, 임상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특히, 로슈는 자체 개발하는 신약의 안전성·비용 효과성을 입증하는 데 RWD를 적극 활용했다. 인플루엔자 치료제 '조플루자'(발록사비르마르복실)의 경우 허가를 진행하던 중 미국 FDA로부터 반복 투여해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지 피드백을 받았다. 

로슈는 조플루자를 투여한 30만명의 환자 데이터 세트를 찾아 반복 투약 시 안전성 문제가 없다는 걸 입증했고, 이 자료를 제출해 독성시험을 면제받았다. 이 과정에서 개발기간을 4년 단축했으며 85억의 비용도 절감했다. 결과적으로 2018년 10월 미국 FDA 허가를 획득하고, 지난해 11월 국내 식약처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았다.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알레센자(알렉티닙)도 RWD를 활용한 사례다. 이들 약물은 환자 모집이 어려운 희귀·난치성 항암제인데, RWD를 통한 대조군 데이터 생성으로 빠른 시판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영국 NICE(국립보건임상연구소)와 진행한 항 PD-L1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 약가협상에서도 RWD가 활용됐다. 신 이사는 "각국 보건당국과 급여 협상 시 RWD를 통해 대조군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으며, 과학적 근거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적응증 확대를 위한 RWD 활용도 가능하다. 화이자의 경구용 전이성유방암 치료제 입랜스(팔보시클립)의 경우 아이큐비아 청구자료·PMS 등 RWD를 활용한 결과, 남성 적응증 추가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 외 적중률 높은 임상시험 설계, 개발 단계에서 NGS 유전자 돌연변이 데이터를 활용한 전략적 의사결정, 환자 성과 중심의 급여모델 구축 등에 RWD를 적용할 수 있다. 

신 이사는 "자동차 산업의 경우 차를 개발하기 전, 기업간 협력으로 해안도로를 우선 구축한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도 암 환자를 위한 길을 만들고자 일본·대만·스위스 등 다양한 국가 및 기관·기업과 정밀의료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RWD 수집·공유 허들은 분명 존재한다. 법·제도나 규제 문제는 기업의 권한을 벗어나므로, 국가에서 바라봐야 한다. 이런 문제가 해결돼야만 맞춤형 치료가 궁극적으로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정밀의료 특별법은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실에서 법안을 구상·발의할 예정이다. 다음은 현장 질의응답.

데이터3법이 통과됐는데 특별법이 따로 제정돼야 하는 이유는?

"데이터3법은 비식별화된 정보를 개인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열어놨는데, 비식별 조치 시 개인정보를 더 뭉개거나 정보를 바꾸거나 여러 변수를 합치므로 데이터 질이 번번이 떨어지고 있다. 우리는 질 높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데이터 처리를 최소화하면서 양질의 데이터를 분석해야만 최선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한 특별법이 제정된다면 규제를 최소화하면서 양질의 데이터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환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고려하는지?

"돈을 내고 데이터를 사는 과정에서 윤리적인 문제가 수반될 수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은 결국 환자를 위한 것이다. 인센티브와 같은 단기적 보답도 답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약을 조속히 개발해 환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최고의 복답이다."

특별법에 담았으면 하는 내용은?

"특별법을 통해 여러 데이터가 공유·활용되는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해 필요한 치료제들이 적시에 허가되고 보험급여가 적용되는 시스템을 마련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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