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내과학회와 MOU 체결…암 치료 중심으로 전개해 나갈 것

[Hit-check] 글로벌 제약사의 디지털 헬스케어, 그리고 국내 협업 ③- 이희정 한국로슈 맞춤의료본부 총괄

이희정 한국로슈 맞춤의료본부 총괄 디렉터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펼치겠다는 ‘정밀의료’는 어느덧 익숙한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실제 진료 현장에선 얼마나 실현되고 있을까?

이경원 경상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지난해 11월 열린 한 기자간담회에서 면역항암제 바이오마커를 검사할 수 있는 방식관 관련해 “현재 국내에선 TMB를 제대로 검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했다. 그의 지적대로 몇몇 진단 기법은 아직 표준화된 프로토콜조차 정립되지 않았다. 또 병원 간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도 제 각각이기 때문에 병원 데이터 공유는 엄두도 못 낸다.

개념은 명확하지만, 여러 현실적 제약으로 자칫 구호로 끝날 것만 같은 ‘정밀의료’. 이런 가운데 한국로슈는 지난해 ‘맞춤의료’ 본부를 신설한데 이어, 올해 11월 국내 주요 학회에 손잡고 ‘한국형 정밀의료 생태계를 구축했다.

히트뉴스는 이희정 한국로슈 맞춤의료본부 총괄 디렉터를 만나 로슈가 그리는 ‘한국형 정밀의료 생태계가 어떤 모습인지 들어봤다.

-학회와 제약사가 ‘정밀의료 생태계 구축’을 위해 상호업무협약(MOU)를 맺은 건 이례적입니다. 어떤 정밀의료 생태계를 그리고 있나요?

“환자의 유전학적 진단 정보를 기반으로 실제 임상 현장에서 진료가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선 보건의료 산업 안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 광범위한 협력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저희와 학회 측 모두 공감했습니다.

혁신적 치료제가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의 치료 선택지가 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목표입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국내 헬스케어 산업과 의료계 관계자와 협력 모델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나 갈 계획입니다.”

-구체적인 개념으로 와 닿지 않네요. 정밀의료 역시 환자 데이터가 매우 중요하다고 들었어요. 이번 MOU의 주요 목표인 것 같고요. 유전학적 진단 정보와 임상 정보 통합에 있어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실 건가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을 통한 환자의 유전학적 진단 데이터, 진료 현장에서 축적된 다양한 임상 데이터(EMR 등)가 통합된 리얼월드데이터(RWD)는 정밀의료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번 MOU 목표중 하나는 이런 데이터를 통합한 플랫폼 구축하기 위해 협력하는 것입니다.

통합데이터플랫폼의 가치는 무궁무진합니다. 의료진은 환자들에게 맞춤형 치료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치료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해 주죠. 제약 산업계 역시 이런 통합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약개발 등 연구개발(R&D)에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통합데이터플랫폼, 정밀의료의 가치가 무궁무진하다는 건 알겠어요. 현재 한국 정밀의료는 어디까지 와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한국은 정밀의료 측면에서 장점이 높은 국가입니다. NGS 검사가 급여가 적용되는 몇 안 되는 국가이고, EMR 도입률, 우수한 의료진과 의료기관 인프라, 단일 건강보험체계는 정밀의료 구현에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봐요. 정부 역시 정밀의료 실현을 위한 기술적 인프라(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 등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고요.”

-한계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NGS 검사를 통해 확인된 일부 유전자 변이는 맞춤 치료제 접근에 제한이 있어요. 보건의료 데이터를 통합한 뒤 분석하는 과정 역시 어려운 점이죠. 이러한 어려움은 결국 얼마나 빠르게 정부, 보건산업 안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협력하고,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봐요. 로슈는 ‘한국형 정밀의료 생태계 구축’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거죠.”

-‘한국형’ 정밀의료 생태계 구축을 강조하시네요. ‘한국형’에 방점을 두신 이유가 있나요?

“학회에서 한국의 보건의료 환경과 정책에 부합해야지만, 한국 암 환자가 정밀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걸 강조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정밀의료 생태계 구축은 다양한 이해관계자 협조가 필요하거든요.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한국형’이라는 문구는 결국 국내 보건의료산업 이해관계자들 간 경계를 뛰어 넘어 범국가적 협업까지 나아가지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로슈는 제약과 진단회사를 산하 두고 있잖아요. 정밀의료 구현에 있어 시너지가 있을 것 같아요.

“본사 차원에서 더 이상 제약사업부와 진단사업부으로 단순히 분류하고 있지만은 않아요. 최근 파운데이션 메디슨(Foundation Medicine)과 플랫아이언헬스(Flatiron Health)도 인수하며 데이터 기반 플랫폼 구축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고요.

이미 로슈는 2006년부터 ‘정밀의료’를 주요 전략으로 설정했어요. 이 일환으로 2011년엔 제약과 진단 부문에서 공동연구 200여건을 진행하고 있고요. 또 제약 파이프라인의 60% 이상은 동반진단 개념을 접목해 임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른 제약사를 보면 단순히 데이터 회사를 인수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IT 전문가를 내부 인력으로 고용하는 곳도 있잖아요. 로슈는 어떤가요?

“앞으로 (제약 업계도) 임상데이터와 유전체 데이터 등을 분석할 수 있는 바이오인포메틱스 전문가와 데이터 과학자들이 점점 많아져, 그들의 역할이 커질 것입니다. 저희 맞춤의료 본부 내에도 데이터 과학자가 각국의 보건의료 환경과 정책에 부합하는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다양한 기회를 모색하고 있고요. 한국로슈 역시 올해 데이터 과학자를 내부 인력으로 고용했습니다.”

-데이터 과학자까지 내부 인력으로 고용하셨군요. 맞춤의료본부의 역할이 점점 커지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출범했으니 이제 1주년을 맞이했네요. 다른 사업부서와 달리 맞춤의료본부는 이윤추구가 목표가 아닙니다. 국내 보건의료 산업 안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파트너십을 발굴하고,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해 정밀의료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목표죠.

이런 성격 탓에 저희 본부는 대외협력, 메디컬, 데이터사이언스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직원들이 속해 있어요. 한국을 비롯해 다양한 국가에서 맞춤의료본부를 설립해, 국가 간 교류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국내 바이오벤처 협업 계획도 있나요?

“물론입니다. 한국로슈 뿐만 아니라 로슈 본사에서도 한국의 바이오벤처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암 환자에게 유전체 정보 기반 맞춤 진단과 치료 제공, 리얼월드데이터 축적과 활용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기업과 협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요?

“치료제 제공을 넘어서 보건의료 산업 전반의 이해관계자와 협업은 저희도 처음입니다. 그동안 내부 역량을 바탕으로 혁신적 치료제 개발에 집중했다면, 이젠 다양한 외부 파트너와 협업을 통해 외부로부터 혁신을 함께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한국로슈, 대한종양내과학회 – 대한항암요법연구회와 MOU 체결

대한종양내과학회와 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헬스케어 산업 내 다양한 기관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정밀의료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첫 일환으로 지난달 20일 항암 분야에서 정밀의료를 선도하고 있는 헬스케어 기업 한국로슈와 ‘한국형 정밀의료 생태계 구축을 위한 상호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향후 3개 기관은 ▲종합 유전체 프로파일링(CGP)과 유전자 종양 보드(MTB)에 기반한 선진화된 정밀의료에 대한 국내 의료진의 경험 및 전문성 강화 ▲더 이상 표준 치료 옵션이 없는 암 환자들이 CGP 결과에 따른 유전체 기반 맞춤 치료(MGTO)를 적시에 신속하게 제공 받을 수 있는 방안 도출 ▲국내 관련법령 준수 범위 내 CGP 데이터 및 환자 임상 데이터의 수집, 분석을 통해 정밀의료의 혜택에 대한 과학적 근거 수립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정밀의료 기반 국내 헬스케어 산업 및 의료계의 중장기적 성장 및 발전에 기여 ▲정부, 학계, 제약사 등 정밀의료 생태계 구축을 위한 파트너십 확대를 위해 적극 협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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