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지식공유 교류협력 '연결고리·플랫폼' 필요
박혜경 소장, FIP서 북측 약사 만난 사례 전해

[종합]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창립 22주년 기념 심포지엄

민간 차원에서 남북 교류협력을 논의하는데 제약·약학 등 특정 분야의 지식 공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세계적으로 '국가를 운영하는데 어떻게 지식을 쌓아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중요해진 가운데, 북한도 경제성장을 위한 역량발전의 요구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20여 년 전부터 남북 보건의료 교류협력을 시작한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가 제약·약학 등 남북 보건의료 지식공유 사업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창립 22주년 기념 '지식공유에 기반한, 남북 병원 및 제약 관련 교류협력을 위한 심포지엄' 참석자 기념사진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흥사단에서 열린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창립 22주년 기념 '지식공유에 기반한, 남북 병원 및 제약 관련 교류협력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박혜경 의약품정책연구소장은 'FIP 공동참여 사례를 통한 지식공유 기반 학술교류협력 방안'을 소개했다.

박 소장은 지난 9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세계약사연맹(The International Pharmaceutical Federation, FIP) 학술대회 '2019 FIP 총회'에서 5박 6일간 북측 대표단을 만난 이야기를 털어놨다. 북측 제약 부문 전문가들은 외국 제약회사나 제약협회와 만남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제약협회연맹 총회 참석과 함께 BMS, GSK, 화이자, 노바티스, 사노피-아벤티스 등 다국적제약사와의 접촉을 희망했다는 게 박 소장의 전언이다. 

박혜경 의약품정책연구소장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이사)

또 유경숙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회원 · 약사는 '의약품의 정보화 교류협력 방안', 백진희 서울대병원 약제부 주사조제파트장은 '서울대병원 약제부를 통해 본 조선적십자종합병원 약제실 현대화' 등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히트뉴스는 발표내용을 요약 정리했다.

박혜경 의약품정책연구소장(성균관대 약학대학 연구교수)=보건의료 부문에 있어 지식공유를 통해 남북한 모두 복리·건강 증진을 꾀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지난 7월 대한약사회와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가 협약식을 맺었다. 남북 제약산업과 약학지식 공동발전을 위해 교류협력사업을 펼치기 위해서였다. 이에 대한 첫 단추로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리는 아부다비 FIP 대회 공동참석을 추진했다. FIP에 북한 초청을 요청했고 향후 학술행사를 기획해볼 계획이었다. 

FIP는 세계약사연맹으로 세계보건기구(WHO)와 공식 관계를 맺고 있는 비정부단체다. 약국, 제약, 약학교육을 대표하는 기관으로 전 세계 400만 명 이상의 약사들과 공유할 수 있는 장이다. FIP에 북한 초청을 요청했지만, 어떤 인사가 올지는 모르고 있었다. 대한약사회는 FIP 회원이어서 매년 참여했는데, 북한은 비회원국이고 참여 경험이 없었다.

(다행히 이번에) 북한 측은 FIP에 참여했다. 우리는 FIP 회장단과 미팅 시간을 북한 앞·뒤로 잡아 자연스럽게 만날 생각이었다. 다행히 북측 인사들과 편안히 만날 수 있었고, FIP 회장단과 남·북 방문단이 한 번에 만날 '깜짝 회동'을 가졌다. 북한 방문단은 6인이었는데 제약 부문 2인, 병원 부문 2인, 당 행정자 1인과 통역사 1인이 왔다. (리성일 보건성 제약공업관리국 기사장(우리나라 보건복지부 국장급), 보건성 당국자와 김영남 조선적십자종합병원 약국장 등이었다.)

이들은 소규모 미팅 외에도 예방접종과 나노메디슨 학술 세션 등 다양하게 참여했다. 사전등록이 필요한 행사였지만 본인들이 사정을 밝히고 참석 허가를 받기도 했다. 적극적인 모습이라 놀랐는데 학술적 교류를 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북측 제약 부문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북한은 원료 공장이 여러 개 있지만, 기본은 합성 제약이라며 60여 종의 의약품을 합성하고 있지만 모든 원료가 충분한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또한 자체 생산과 수입은 비용 효과성을 따진다고 했다. 합성하는 게 수입하는 것보다 비쌀 경우 수입하며, 합성공정에서 추가로 설비가 필요하거나 비용이 커질 경우에도 고민한다고 했다. 북한에는 상용 약품, OTC 약품(일반의약품), 100~150여종의 처방 약품이 있다고 했다.
 
이들은 FIP에서 물자지원이 가능한지를 물었고 고단위 페니실린 균주를 요청했지만 확보된 상태라고 했다. 특히 제약회사나 제약협회를 만날 수 있는지 물어 '세계제약협회연맹 총회'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BMS, GSK, 화이자, 노바티스, 사노피-아벤티스 등 다국적제약사와 접촉을 희망했다. 물자와 기술에 대한 지원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존슨앤존슨에 관심이 커 보였고 제약회사와의 세미나 등을 원했다. 이들은 참여 목적을 '제약 공업 자력갱생과 주체화를 위한 정보와 물자에 대한 지원 방안 모색'이라고 설명했다.

북측 병원 약국 전문가들은 조선적십자종합병원이 처방전을 컴퓨터로 작성해 제약과에 전송한다고 했다. X-ray나 CT도 전산화됐다고 했다. 다만, 의약분업이 시행되지 않아 남한의 '지역 약국'의 이해가 낮았다. 임상약사의 경우 '임상치료학, 새 약물치료학'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만나보니 실제 기술 발전에 대해 나름의 의제를 갖고 추진하려는 모습을 느꼈다. 학술적 영역에도 관심을 보였는데 공식적으로 기사화되자 불편해하는 기색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학회 기간 내내 남북 방문단은 한자리에 앉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향후 FIP가 새로운 만남의 장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왼쪽부터) ▲ 첫번째 장석구 FAPA 부회장 ▲다섯번째 김영남 조선적십자종합병원 약국장, ▲여섯번째 캐롤라 벤더호프 FIP COO ▲일곱번째 캐더린 두간 FIP CEO ▲여덟번째 리성일 보건성 제약공업관리국 기사장 ▲열번째 도미니크 조르단 FIP 회장 ▲열세번째 주상훈 대한약사회 국제위원회 부위원장 ▲열네번째 김재송 대한약사회 국제위원회 부위원장 ▲열여섯번째 박혜경 의약품정책연구소 소장)

그러면서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이하 본부)의 역할도 보게 됐다. 전문영역에 대해서는 남북 방문단이 서로 알지만 어떻게 생활하는지는 몰랐다. 본부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서로 당혹스럽고, 무례했을 수 있다. 양측이 지식을 공유하고 협력하는데 본부가 그릇과 플랫폼의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경숙 약사

유경숙 약사(전 약학정보원 팀장)=지원하는 의약품이 북한 사전에 수록됐는지를 일일이 검색해야 했다. 이때 북한에서 사용하는 약물에 대해 DB(데이터베이스)화 돼 있다면 편리하겠다는 생각에 '의약품 정보사업 교류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북한도 긴급 지원은 더 받지 않으려 하는데 전 세계적인 '4차 산업혁명'에선 의약품 정보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걸 파악했다. 의약품 정보화란 최소한 사용되는 의약품이 허가-생산-유통-사용과정 등의 사항이 데이터베이스화돼 상호검색하는 상황을 뜻한다. 임상에 있어 부작용 보고와 약물 상호작용까지 확장돼 병원과 약국 등 치료기관에서 활용될 수 있게 하자는 생각이었다.

북한도 의과학기술을 발전시키려면 외국의 발전된 의과학기술을 받아들여 귀중한 자료를 얻자는 기조를 강조했다. 따라서 북한의 의약품 정보화 현황과 그 사례를 살펴봤다. 우선 서로 무슨 약을 사용하는지 정도를 알고, 북한의 약을 상호검색할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하기를 원한다. 그래야 의약품 지원과 교류, 개발협력 방안을 파악할 수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약전을 DB화해 상호호환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북한 의약품 DB 표준화나 기술 교류협력을 이룰 수 있다. 여기에 임상 응용될 수 있도록 병원 전산화와 현대화를 지원할 때 CDSS(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 등 구축 협력을 모색할 수 있다. 정부는 의약품 안전사용체계 구축 협력을 시도할 수 있다.

백진희 약사

백진희 약사(서울대학교병원 약제부)=사실 우리 병원 약제부 사례를 발표하는 게 맞을지 고민했다. 그러나 '지식 공유'가 강조된 행사인 만큼, 이에 주목했다. 북한은 의약품에 대한 업무표준과 GMP 기준이 미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의약품에 대한 안정적 공급, 표시기재도 부족하다. 무엇보다 약사가 아니어도 약을 판매할 수 있다.

북한에는 체계적인 의약품 공급 체계를 통해 질적 확보와 처방 중재, 복약 지도, 약제 마스터가 절실해 보인다. 이게 되려면 의료서비스도 표준화돼야 한다. 기본적으로 EMR 등 전산 작업이 필수적이고 소모품 · 정도 관리도 요구된다.

북한은 이제 의료·약제 서비스의 질 관리와 병원 현대화를 준비한다면 '의약품에 대한 인식'을 잘 갖췄으면 좋겠다. 주민 스스로 셀프케어나 약물 오남용이 아닌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한다. 의약품 과오나 유해반응의 심각성을 교육하고 홍보할 체계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는 김동수 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지식공유의 개념과 전통의학 협력방안'을, 박세현 인천사랑병원 산부인과 과장이 '대규모 검진사업을 통한 남북 보건의료 협력방안'을 주제로 의료 협력방안을 제시했다.

심포지엄에는 김대업 대한약사회장을 비롯해 추무진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 이사장, 강영식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장, 최문석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 박승현 대한약사회 부회장, 박명숙 대한약사회 국제이사 등이 자리했다.

김미정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이사장

김미정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이하 본부) 이사장은 심포지엄에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대북제재를 이유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의 우선 정상화가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며,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의 우선 정상화는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이다. 지금의 대북제재는 남북의 교류협력은 물론이고 인도적 협력마저 제한하고 있다"며 "남북이 서로 만나 교류 · 협력하는 것에 한반도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생각하는 보건의료인 170명 등은 남북 교류협력이 전면 재개될 수 있도록 2019년 남은 기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달 내로 금강산 관광을 위해 방북신청을 할 것이다. 남측 당국은 북측 초청장 우선 수령과 같은 조건을 내세우지 말고 방북승인을 해야 한다"며 "우선 육로로 금강산 관광을 추진할 계획이다. 더 이상 '대북제재'를 이유로 남북 평화와 통일의 길을 막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육로 관광이 어렵다면 제3국을 통한 방문도 고려하고 있다. 북측은 남북관계 개선을 염원하는 우리의 금강산 방문에 화답해 초청장을 발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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