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발명 인정하면서도 진보성 요건은 일반발명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 한국BMS제약 엘리퀴스.
서울중앙지방법원. 한국BMS제약 엘리퀴스.

신규 경구용 항응고제(NOAC) ‘엘리퀴스’(성분명 아픽사반)를 선택발명으로 인정하면서도 선택발명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완화해서 해석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가처분 인용결정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법 제60민사부가 특허심판원 심결과 달리 엘리퀴스의 특허성을 인정해 BMS의 특허침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결정이 현재 진행 중인 특허법원의 무효심결 취소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물질특허와는 별도로 제제특허 무효 및 권리범위확인 심판이 제기돼 있지만 첫 번째 관문인 물질특허 허들을 넘지 않고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점에서 ‘무효심결→가처분 인용’으로 반전을 보인 엘리퀴스 특허소송이 또 어떤 반전을 보일지 관심거리다.

엘리퀴스 특허소송의 핵심은 아픽사반이 선택발명인지 일반발명인지 여부. 선택발명은 선행발명을 구성하는 상위개념 중 전부 또는 일부에 해당하는 하위개념 만으로 이루어진 특허를 뜻한다. 대법원은 2009년 플라빅스, 2010년 리피토, 2012년 올란자핀 등 판례를 통해 선택발명의 진보성을 인정하는 요건에 대해 명확히 규정했다.

선택발명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종합하면 ▲선행발명이 갖는 효과와 질적으로 다른 효과가 있거나 ▲질적 차이가 없는 경우에는 양적으로 현저한 차이가 있어야 한다는 것. 또 질적, 양적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그 차이에 대해 명세서 상에 정량적으로 명확히 기재되어있는 경우에 한해 진보성을 인정한다. 선행특허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확보하고 이를 후속특허로 이어감으로써 이중적 혜택이 부여되는 것을 막아야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엄격한 취지다.

아픽사반 물질특허가 선행발명으로부터 도출된 선택발명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특허심판원이나 서울중앙지방법원 모두 인정했다. 따라서 선택발명이 인정된다면 대법원 판례에 따라 효과에 대한 현저한 차이가 질적, 양적으로 명확히 명세서에 기재되어 있어야 그 진보성을 인정할 수가 있다.

BMS가 아픽사반 물질특허를 선택발명이 아니라고 강력히 주장한 것은 이 같은 진보성 인정 요건을 아픽사반이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서울중앙지법이 아픽사반 물질특허를 특허심판원과 마찬가지로 선택발명으로 인정했다면 자연스럽게 특허침해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지 않아야 하는데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엘리퀴스는 선행발명의 화합물군 중에서 모핵(붉은박스)을 선택해 치환기를 붙인 선택발명이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엘리퀴스는 선행발명의 화합물군 중에서 모핵(붉은박스)을 선택해 치환기를 붙인 선택발명이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선행발명 화합물군 중에서 모핵(화학구조의 붉은 박스)을 선택하고 그 중 일부에 다른 치환기를 접목한 선택발명이 아픽사반이라고 봤지만, 이 같은 발명구성을 “극히 어려운 경우”, “발명자들도 인식하지 못할 정도”라고 해석하면서 일반발명에 준해서 진보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이례적으로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결정의 해당 대목은 이렇다.

“선행발명으로부터 하위 개념을 선택하여 조합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은 수준을 넘어 ‘극히 어려운 경우’에는 새로운 발명으로 취급하여 원칙으로 돌아가 일반적인 발명과 같이 구성의 곤란성만으로 진보성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 선행발명이 수 많은 화학식과 수 많은 치환기를 무퀴쉬 타입으로 나열하고, 그 중 일부의 실시례를 언급하면서 ‘바람직하게’ 혹은 ‘더 바람직하게’라는 개괄적인 선호도만 나열한 발명 속에서, 수 많은 선택지를 조합하고 거듭된 시행착오를 거쳐 기술적 가치가 있는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어 선택발명에 이른 발명자의 노력이 간과되어서는 아니 되고, 이는 효과의 현저성과는 별개로 평가될 가치가 충분하다”

쉽게 풀어서 보면, 아픽사반은 선행 발명으로 도출된 선택발명이긴 하지만 그 발명에 까지 이르는 단계가 극히 어렵기 때문에 명세서 기재 등 진보성 인정요건을 완화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서울중앙지법은 아픽사반 물질특허의 진보성을 인정하지 않은 특허심판원의 심결이 명백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BMS의 특허침해 금지 가처분을 인용, 제네릭 발매 등 특허침해 행위를 금지한다고 결정했다.

제약바이오 특허업무 담당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가처분 신청을 처리하는 일반법원은 특허법원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가처분을 미루는 경우가 많은데 특허심판원의 결정을 뒤집으면서까지 가처분을 받아들여 의외였다”며 “선택발명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인정하면서도 진보성 판단은 일반발명 수준으로 완화해서 적용한 것 역시 일반적이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엘리퀴스는 건강보험 청구금액(EDI)을 기준으로 2016년 171억에서 2017년에는 53.2% 늘어난 262억을 기록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품목이다. 같은 NOAC 제제인 프라닥사(보령제약 판매)는 177억, 릭시아나(대웅제약 판매)는 164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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